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학교의 수영장에서 발생된 사고. 그 사고의 내용은 어린아이의 추락사였지만 그 알려진 사실 뒤에는 누군가의 검은 속내가 깃들어 있었다. 이야기는 그 사고를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인 어느 교사의 독백형태로 진행이 되어진다. 나긋나긋한 어조로 사고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고 결국엔 자신의 학급내에 있는 두명의 학생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그리고 청소년 보호법에 의한 약소한 처벌을 원치 않는 선생이 그들에게 HIV 혈액을 주사한 우유를 마시게 하는 복수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죽는 순간까지 반성하라고 복수한다.


이 하나의 사건과 연관되어진 5명의 인물들이 각각의 모놀로그 방식으로 묘사되어지는데 그들의 심리와 감정이 밀도있게 드러난다. 그리고 각자는 스스로를 어쩔수 없는 상황에 처했단 식으로 합리화하며 서술되어진다. 그들은 타인이 만들어놓았다는 자신의 난처한 상황에서 당위성을 찾고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한 태도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묘사하고 읽는 이들로 하여금 동정심까지도 유발하게 만든다.


유코는 학생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하여 윤리적인 절차를 따른 체벌이 아니라, 개인의 복수심을 끌어내 감정적인 형태, 다른 말로는 인간적인 형태로 진행시킨다. 그것은 사회의 틀을 벗어난 제재이지만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하나 느끼지 못하며 더 큰 악덕을 탐하는 학생이란 탈을 쓴 악마에게는 충분히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작 중에서도 피해자의 유족에게는 범인을 벌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최근에도 이슈가 되는 청소년 범죄행각들을 살핀다면 그들의 수준은 이미 청소년을 넘어서 극악무도한 수준에 이른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무책임한 가정과 수위높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짙게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은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합당한 체벌로부터 벗어나고 벼슬인 마냥 그 직위를 과시하며 방어태세를 취한다. 누구나 동의하지 못하는 불만 많은 이런 조치에 대해 픽션으로나마 복수극을 묘사하니 통쾌한 감정까지 들기도 한다. 비록 윤리적인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이렇게나마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복수를 펼침으로써 사회의 엉성한 법적 시스템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읽는 내내 미나토 가나에의 문장에 이리저리 휘둘려다니며 그 필력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었다. 특히 작품의 입체적인 구조와 연출은 이 하나의 사건과 인물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어떻게 연출이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눈여겨 봐야할 것같다. 데뷔작에 이만한 대작을 남겼으니....


p 78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먼저 규탄하는 사람, 규탄의 선두에 서는 사람에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아무도 찬동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규탄하는 누군가를 따르기란 무척 쉽습니다. 자기 이념은 필요 없고, ‘나도, 나도‘ 하고 말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최고의 쾌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 번 그 쾌감을 맛보면 하나의 제재가 끝나도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어 다음번에 규탄할 상대를 찾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잔학한 악인을 규탄했지만, 점차 규탄받아야 할 사람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미 중세 유럽의 마녀 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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