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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혐오예요 - 상처를 덜 주고받기 위해 해야 하는 말
홍재희 / 행성B(행성비) / 2017년 5월
평점 :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을 내 존재와 격리시켜 구분 지어 바라보려 하지 않았을까. 6명의 독립 영화감독들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명의 존엄이 존중 받는 그 순간 까지. 표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의식에 민주 의식이 깃들 때 까지. 불편함의 토로는 지속될 것이다. 목소리가 있기에 진보가 있기 때문. 응원하자. 누군가의 욕심에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느냐 안 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폭력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재한 당신이, 무신경한 당신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여성 혐오라는 폭력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당신이 보여 주는 공감은 공감이 아니다. 당신이 보여주는 연대는 연대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은 관계없다는 궁색한 변명이자 나 몰라라 하는 비겁함일 뿐이다. - P33
창녀가 된다는 건 남자와 이 사회의 비난을 받는 여자, 혐오의 대상인 성에 난잡한 여자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여성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한 거죠. 여성 내부에서도 여성 규범에 들어 맞지 않는 여성을 혐오하는 거지요. 기존 가족 구조 내에 포함할 수 없는 여자들, 성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여자들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거죠. - P38
무엇보다 한국같이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남녀 모두 섹슈얼리티 문제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아요. ... 실제 개개인의 성경험을 보면, 주변에 평범한 여자들 섹스를 둘러보면 여전히 보수적인걸요. 성이 보수화되는 건 사회가 보수화된다는 거죠. 이거 하나만 봐도 변한 게 별로 없어요. 정작 현실은 이런데 입으로만 섹슈얼리티를 떠들고 있으니 황당하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섹슈얼리티잖아요. - P43
그러므로 여성들은 내면에 욕망이 있더라도 드러내면 안 된다.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혐오의 대상인 ‘그녀‘와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 여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이유는 ‘그녀‘가 싫어서도 자신과 달라서도 아니다. 단지 처벌과 모욕이, 배제와 낙인이 두려워서일 뿐이다. - P44
결국 나와 다른 환경과 조건에 처한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특히 그가 겪은 경험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위치를 내 관점으로 내려놓는 것, 내 존재를 버리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게 본다면 공감 없는 이해는 이해가 아니라 오해이자 편견 아니면 위선인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가 이주민을 바라본 감정은 공감이 아니라 연민이었던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을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고 그들을 불쌍하거나 안쓰럽게 내려다보았던 것은 아닐까. - P98
단일민족이란 말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현숙의 지적처럼 ‘단일민족‘이란 말은 굳게 믿고 싶은 상상계, 즉 ‘신화‘다. 실제로 ‘한민족‘이란 관념은 일제 치하에서 일제와 차별되는 단일한 민족 동일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생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부산물이다. 그런데도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에 젖어 있는 한국인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순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혼혈‘ 또는 외국인을 차별한다. - P103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 쓴맛이 사는 맛 / 채현국 - P165
개나 고양이, 소나 돼지 등 모든 동물에게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뿐더러 그 동물들을 차별적으로 대한다. 반려동물은 내 가족 또는 친구이지만, 축산 동물은 그저 맛있는 고깃덩어리고, 야생동물은 동물원이나 TV에서나 만나는 미지의 세계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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