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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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해방이 된 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분명 우리의 인식은 평등해졌으며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이성적으로 옳은 행위가 아니란 것을 안다. 그러면 끝난 것일까? 세월 속에 박여진 차별 요소들은 문화 곳곳에, 사람들의 인식 곳곳에 관습의 형태로 남아있다. 그것들을 들춰내고 제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함부로 평등이라는 가치의 이름을 쉽게 남용할 수 없다. 숙고 없는 표면적 개념의 활용은 내면의 고름을 썩히며 덮어버리고 마는 부작용을 생산한다.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그 당시 여성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역사 속에서 그들이 '당연한 권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아직까지도 당연시 되어지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충분한 성찰의 길목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여성들에게 많은 힘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100년 전의 <82년생 김지영>처럼 기존의 성에 관한 편향된 인식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아니었을까.


사실 글 자체는 어려워 읽기 수월하지 않았다... 훗날 문학과 더 친근해졌을 때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p 60
그러므로 통치해야 하고 정복해야 할 가장에게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 사실 인류의 절반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막대한 중요성을 가질 겁니다. 그것이 실상 그의 권력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겠지요.

p 61
여성은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 왔습니다. 그 마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 지금도 늪과 정글뿐일지도 모르지요. ...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여성의 열등함을 아주 힘주어 강조합니다. 만일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거울은 남성을 확대시키기를 그만둘 테니까요. ... 거울의 환영은 활력을 충전시키고 신경 조직을 자극하기 때문에 더없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을 빼앗아 보십시오. 그러면 남성은 코카인을 빼앗긴 마약 중독자처럼 죽을 것입니다.

p 114
또한 여성들이 착해지고 싶고 빛나는 상을 받고 싶다면 문제의 그 신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한계 내에 머물러 있으라고 권고합니다. ‘... 여성 소설가들은 자신의 성의 한계를 용감하게 인정함으로써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를 열망할 수 있다.‘ 이 말은 문제의 핵심을 단적으로 표현합니다. 놀랍겠지만, 이 문장이 쓰인 때는 1828년 8월이 아니라 1928년 8월 입니다. 이런 말이 지금 우리에게는 대단히 재미있게 여겨진다 하더라도 일 세기 전에는 훨씬 강력하고 요란하게 울렸던 거대한 한 덩어리의 견해들을 대변한 다는 사실에 여러분은 동의할 것입니다.

p 157
영국의 어떤 결함으로 인해서 요즈음뿐 아니라 과거 이백 년 동안에도 가난한 시인들은 아주 작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우리는 입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지만, 실제로 영국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위대한 작품을 산출하는 지적 자유로 해방될 희망이 아테네 노예의 아들 만큼이나 없는 것이다. ,,,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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