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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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란 목적으로 행해졌던 사건들은 자국민들을 문맹으로 만들어 놓았다. 낯선 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이질적인 존재로서 톱니바퀴 사이에 끼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속에서 모든 것을 경험해왔고 모든 것을 느껴왔다. 그녀는 외부적으로 이질적인 문맹이었지만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삶은 이미 하나의 역사였다. 비단 이 소설의 작가만이 다가 아니다. 그 공간 안에서 문맹이었던 그들은 저마다 역사의 기록점에서 서사를 써내려 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쓸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몰랐지만 그 자체로서 문명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부정당하는 정체성을 부여잡고 사막 속에서 감성에 젖은 단비를 내리는 것 마냥 꿋꿋이 견뎌 인간의 욕심을 고발하는 증인으로서 남아있다.

p 69
우리는 아이들을 포함해 열 명 남짓의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다. 나의 어린 딸은 아이 아빠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고 나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있다. 둘 중 한 가방에는 젖병과 기저귀, 아기에게 갈아입힐 옷이 있고 다른 가방에는 사전들이 들어 있다.

p 111
‘나는 쓸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몰라요. 전 문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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