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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ㅣ 시공아트 18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 시공아트 / 2000년 6월
평점 :
수수께끼의 화가. 미술하는 철학자. 르네 마그리트.
한 눈에 보면 알 수 없을 만큼 알쏭달쏭한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인해 감상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떠한 생각으로 이런 그림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마그리트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연출 방식에 맞춰서 분류되어있다. 독특한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과는 대조적으로 평범한 삶을 추구했던 그. 그의 생각들을 엿보면서 예술 철학의 세계에 조금은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p 13 회화 ‘자체‘가 의미이다. 그의 이미지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사고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상징적 의미가 전제되지 않았을 때 묘사된 것을 단지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이미지의 의미를 밝혀 낼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p 69 현실주의의 주된 기능 중 하나가 일부 사람들이 지닌 ‘신기함에 대한 적대감‘을 과감하게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초현실주의가 실제로 발견한 것은 미술가가 오로지 외부 세계에서만 모델을 발견한다는 가설을 뒤엎어 버리는 태도였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연을 솜씨 좋게 묘사하는 것은 ‘쓸데없는 수고‘이자 ‘주제넘는 오락‘이며 진정한 예술의 기능이 전혀 아니라는 헤겔의 개념을 충분히 받아들였다. 헤겔은 인간에게 있어서 현실이란 인식과 관념의 매개체를 통과해야만 한다는 관점을 내세웠는데 이 관점만이 미술 작품을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보편적인 직관‘과 관련시키면서 미술 작품에 영속성을 부여한다.
p 73 미술은 인과 관계보다 자연에 더 진실한 존재인 부조리와 예측 불가능성을 찬양하였고 이성보다 정신의 진정한 실체인 비합리성을 찬양하였다. 팝 아티스트들과 달리 초현실주의자들은 내적인 세계와 외적인 세계 간의 경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탐구하는 것을 선호하였고 평범하고 관습적인 것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하나의 사물과 다른 사물 간에 발생하는 임의적이고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연관 관계‘를 체계적으로 추구하였고 이것은 상식상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p 104 즉 그는 ‘철학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사물들의 대응 관계나 유사성, 친밀하고 비밀스러운 연관 관계를 한눈에 인식하는 것은 거의 신적인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그의 방법은 익숙한 오브제에 대하여 정답이 발견될 때까지 일련의 사색적인 드로잉을 통하여 철저히 가설을 세워 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작품의 근본 원칙은, 반대되는 것들의 결합이 현실의 주요 동기로 작용하는 헤겔의 변증법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p 113 역설에 근거를 둔 변증법적인 과정을 설명해 주는 그의 이미지들은 고정되어 잇지 않고 정의도 불가능한 우주의 본질에 해당한다. 정과 반은 모순을 포함하고 모든 경험의 기반이 역설을 활발하게 제시하는 합을 산출하는 쪽으로 선택된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근본적인 역동성은 모든 가능성과 잠재성을 지닌 자유로운 분야를 탐구하는 데 근거하며, 이러한 분야는 통상 ‘정상적‘인 상황으로 여겨지는 영역의 밖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능성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려진 순간에 주변 환경이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능성이 현실로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 141 문장의 의미는 무엇을 언급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용되는 방식에 달려 있다. ... 사실 모든 것은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재현은 유사성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모든 오브제는 어떠한 이름으로도 불려질 수 있다.
p 151 비트겐슈타인은 ‘한 단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 그 단어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용도를 바라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하는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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