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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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시선을 통해 들여다 본 마그리트의 그림 해석서. 어떤 사회적 환경에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했기에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된 것일까 하는 질문들을 유발케한다. 저자의 주관이 상당히 짙은 점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분석된 글이 흥미도나 논리적으로도 상당히 잘 쓰여져있다. 보통 대중들을 철학에 대해 친숙하게 접근시키기 위해 학자들은 이런 개인의 사유를 개진해나가며 철학의 접근성을 이끌어온다. 그리고 그 펼쳐진 통찰에 대해 맹신하지 않고 개인이 또 다시 사유하고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통찰들은 곁가지로 더욱 뻗어나가게 된다.

p 56
나아가서 철학은 자신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자신을 대상화하여 성찰하지 않는다면 철학은 무용지물이 된다.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 행위를 무조건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대상으로 놓고 진지하게 고찰하는 태도에서 진정한 철학의 의미가 살아난다. 자신의 인식에 의문을 갖는 사고, 정신이 스스로에게 되돌아가 내적으로 접근하는 반성적 사고 능력이다.

p 124
철학은 인류와 사회 전체에 대한 체계적 관점인 세계관을 포함한다. 개인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상에서 출발하되 사회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살아 숨 쉬는 철학이 가능하다. ... 다양한 방면으로 연관관계를 찾아내고, 각각의 관계가 어느 정도의 긴밀성을 지니는지 가늠하고, 상호적인 작용과 인과적인 작용을 구분하는 작업은 흩어진 구슬을 꿰는 실이다. 스스로 현상에서 실마리를 찾아내어 연결하고 확장하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얻어질 수 있는 철학적 사고능력이다.

p 170
인간이 인위적 구분을 통해 만들어낸 중요와 부차, 중심과 주변 사이의 고정된 가치판단에 대한 도발이다. 고정된 범주로 묶어 다른 하나를 다른 하나의 아래에 속하거나 딸린 것으로 치부하는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p 180
특히 내적인 정신 현상은 더욱 심하게 일반화, 동일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회 변화로 나타나는, 반복처럼 보이는 유사한 현상에 대해 동일성을 부여한다. 역사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을 주목한 후에 일반성을 적용하여 역사의 법칙을 도출하기도 한다. 아주 세부적인 개별 현상은 다를지 몰라도 우연적, 부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몇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법칙에 가까운 필연성을 제시한다.

p 194
이러한 일반화는 개별 철학자의 문제의식을 단순화해버린다. 각 철학의 다양한 흐름과 맥락이 흐려진다. 일반적 틀 안에 가두는 순간 철학은 인간의 정신과 실천에 생명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억압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p 216
욕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억제‘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본능의 일상적인 작용을 증명한다.
무엇보다도 그 억제가 자연스러울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다. 육체적 본능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상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본성을 구성한다. 타고난 그대로의 본성을 부정하면서 과연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본성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내면과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가? 육체적 본능을 배제한 정신의 자유는 나무의 잎이나 열매가 자신을 가능케 한 뿌리를 부정하는 꼴이다. 그러한 의미에 욕망의 억압은 인간의 억압이다.

p 258
철학의 핵심은 반성적, 성찰적 사고를 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반성적 사고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추악한 모습이 전체주의와 가족주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교육과 가족이라는 주제를 통해, 정상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개인에게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규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내의 다수 혹은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회적 강자의 이해가 ‘정상‘이라는 규범의 지위를 차지하면서 강제된다. 정상과 비정상 구분이 사회구성원 통제를 위한 수단 역할을 한다.

p 260
기존 사회적 강자의 관점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의 고민과 통찰을 통해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찾고자 한다면 강제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 너머에서 철학적 사고의 새로운 지평이 비로소 열린다.

p 280
그 결과 일상적 사고와 생활은 진지한 관심과 숙고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토니오 크뢰거>가 던진 문제의식은 철학에 만연해 있던 편견에 균열을 낸다. 문학만이 아니라 철학에서도 국외자 취급을 받던 일상의 영역에 빛을 비춘다. 살아가면서 부대끼는 삶의 현장에서, 땀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일상적,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비켜설 때 철학은 생기를 잃는다. 창백한 대리석 조각처럼 생명 없는 인공물의 하나로 전락하거나 소수의 지적 허영을 채워주는 역할에 머문다. 토마스 만이 강조한 시민의 양심은 철학에도 절실한 과제다.

p 286
예술의 핵심은 창조과정이고 무의식은 바로 여기에 개입한다. 예술의 고유함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관계에서 성취된다. 예술가의 특성이 내면에 속한다는 점에서 정신분석적 해석을 필수적으로 요구받는다.
... 기본적으로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무의식 안에 있는 소망과 갈등의 표출이다. 예술은 소망을 좌절시키는 현실과 소망을 충족시키는 환상 사이의 중간지대를 구성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내면의 충동을 예술이나 문화로 전환해서 충족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기 승화에 이르며, 작품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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