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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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생각하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들숨과 날숨의 단순한 운동을 반복하는 유기물 덩어리일뿐. 익숙함에 갇히지 않고 생각을 통해 시대에 머무른다. 두 존재가 머무르는 세계 속에 시대는 꾸준히 진보한다. 인간과 함께.

p 77
세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일, 기성의 질서에 단순히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 살아가는 일, 바로 이것이 예술의 근본성질입니다.

p 135
사람의 정신력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발현됩니다.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특별히 정신력을 발휘할 일이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실없이 웃음을 흘리며 시시덕거리면서 고결한 정신력을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슬픔을 알지 못하면 경박해지기 쉬운 게 인간이니까요.

p 181
우리는 그림에서 화가의 시선을 봅니다. 거기에 그려진 사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바라본 화가의 시선을 보게 되는 것이죠. ... 특히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나서 다시 그 대상을 보면 없는 줄 알았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p 188
대상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해서 구성하여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상으로 거듭나는 것이 창조입니다. ... 따라서 미술작품은 단순히 무엇을 가리키거나 전달하는 텍스트는 아닙니다. ...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것이 예술작품이니까요. 예술은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무엇인 것입니다.

p 230
발화 자체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말은 탄생하는 순간 자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 교감을 위해 기능합니다. 이것을 원초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원초언어를 잊고 2차 언어에만 집착한다면 역동적인 창의성을 상실한 채 판에 박힌 세계에 갇히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p 296
예술작품에서는 내용이 차차 분명해져도 의미가 확실해지지 않습니다. 일반 텍스트와 달리 또 하나의 메커니즘이 작동해서 의미가 오히려 모호해져갑니다. 처음에는 의미가 거의 없이 작았지만, 작품 마지막에 가면 그 의미가 아주 커져서 자기 삶과 세상을 자꾸 돌아보게 만듭니다.
오픈엔딩은 의미가 모호해지고 커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결론이 뚜렷하게 나면 내용은 분명해지지만, 더 이상 생각할 거리는 사라집니다. 그때는 의미 생산이 중단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작품은 오랫동안, 때로는 평생토록 계속 의미를 생산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죠.

p 330
예술은 현실로 스며듭니다. 로스코의 그림이 그러듯 작품의 각 요소들이 각기 팽창하고 흡수하면서 서로 배어들더니 마침내 우리 현실로 스며듭니다.
로스코는 예술이 체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체험이라고 말했지요. 예술은 보고 느낀 바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 그 자체라는 거죠. 어디 먼 곳에서 벌어진 낯선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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