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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아이콘, 좌우의 간극과 그 접점을 이야기하다 ㅣ 따로 또 같이 1
이준석.손아람 지음, 강희진 엮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서로 진영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 그것을 향해가는 과정이 다를 뿐이지 그들의 목표는 하나다.
자신의 성향이 만들어진 과정으로부터 시작된 논쟁은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그들의 시각에서 한 국가를 바라보고 토론을 했다.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를 하고자하는 의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과거의 행태로부터 만들어진 이미지에 그들을 판단하고 무관심을 표하곤 한다.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싸움이 난무하는 정치판이 신사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경을 꺼버리면 국가는 아무런 발전도 하지 못한다.
정책적인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아직 개념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 이 책은 현 정책들의 방향성과 기조가 나의 단편적인 관점에 머물지 않도록 도와준다. 정책의 오점에 대해 막연한 대안만을 그려오던 개인의 입장에서 그 대안이 왜 현실성이 떨어지는지, 혹은 그럴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통찰이 덧대어지니 정치에 대한 포용이 조금은 생겼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정치 혐오를 벗어나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합리적인 비판들을 제기한다면 좋을 것 같다.
p 76 일단 논쟁에서 누가 폭력적으로 보이는가에 집착하면 왜 그 시위가 벌어졌으며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는 질문들이 증발해버립니다. 그런 식의 논쟁은 정작 사안의 중요한 본질을 밖으로 밀어내게 되죠.
p 78 절차적 정당성의 기준은 법이고, 그 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 혹은 역사적 상황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혁명적인 상황이란 다른 말로 기준이 되는 법질서에 버그가 생긴 것이고요. 4.19와 6월 항쟁은 사실 폭력적인 시위였습니다. 노인 세대는 아직도 민주주의는 폭도들의 주장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시위 중에 발생한 현상이 시위의 본질적 성격을 규정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 아닙니까?
p 111 그런데 산업화, 고도화, 효율화가 진행되면서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직종들이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되죠. 문방구, 서점, 다 박살났잖아요. IT 소비자적 관점에서 효율화라는 것이 결국은 하나의 산업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예스24와의 경쟁에서 이긴 동네 서점이 어디있겠어요. 그런 구조에서 우리는 사회 전체의 경제성을 높인다는 미명 하에 효율화라는 것을 촉진시키게 되겠지만, 그런 관점 속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개개인은 효율화된 승리자들에 비해 몇 십 배 효율이 떨어지는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겁니다.
p 113 헬조선이라는 언어를 가장 구체적인 메시지로 번역하면 이런 것 같아요. 뭘 해도 재벌은 못 따라가, 원래 부자나 땅 가진 사람은 못 따라가, 그렇다면 저들이 가져가는 몫을 내가 부분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내놔, 라는 목소리죠.
p 159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인권보다 통치 원리를 앞세운 한국의 현행 헌법 체계는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꼭 닮았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민주주의의 가치는 도그마가 되어 아무런 토를 달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런데 인권 문제는 오히려 민주주의보다 한 등급 위, 최상위의 문제입니다.
p 202 첫 번째는 개인의 자산상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것이 하나의 아젠다고요, 두 번재가 자본, 기업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겁니다. 세 번째로 학벌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지위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사람들이 그만큼 대접받길 원하는 부차적 결과를 낳기 때문이죠. 지방과 서울의 관계에 있어 지리에 따른 기득권을 해소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도자는 그런 것들에 손을 대는 큰 틀의 정책적 방향을 가지고 잇어야 해요. 사실 정치인이 손을 대는 순간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죠.
p 226 워런 버핏 어록 중에 이런 게 있더라고요. 투자 기준을 고를 때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인가 아닌가를 본다. 자기 수익을 생각할 때는 시장을 독점하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기업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두면서, 그렇게 번 돈을 가지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정의의 관점으로 이야기합니다. ... 과연 미국처럼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신에 가까운 부자가 탄생하고 그 부자가 자기 마음 씀씀이를 넓혀서 사회에 뭔가를 환원하는 방식이 이상적인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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