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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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0
예술은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 - Paul Klee

p 59
창의성이란 결국 남들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사람들은 보통 선입관을 가지고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지식에 맞춰 생각하지만, ‘이것은 이렇다‘ 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세상을 낯설게 보며 다시 내 눈으로 받아들이고 조합하고 새로운 해석을 할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 - 구본창

p 87
인류가 시작되고 집이 먼저 생겼지, 예술과 기술이 먼저 생긴 게 아니거든요. 건축은 예쑬과 기술이 없어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축설계라는 것이 제가 사는 집을 설계하는 게 아니고 남의 집을 설계하는 것이니까,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공부하는 게 첫번째죠. 그래서 문학이나 소설, 영화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왜 사는지 알려면 철학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면 역사를 공부해야 하니까요.

p 106
한편 가난한 달동네의 골목길에서 그는 비록 볼품은 없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을 보았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그의 건축적 신조인 ‘빈자의 미학‘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짓기‘는 ‘살기‘를 위한 것이다. 여기서 ‘살기‘란 거주의 편리함 따위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을 존중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터 위에 무늬처럼 각인되는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며 살아가는 사려깊은 삶을 의미한다.

p 234
그냥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집단이 있고 안 되는 집단이 있는거죠. 30대와 70대가 소통이 잘 아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언어파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의 E=MC2을 칠판에 적어놓으면 과학자들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칩니다. 그걸 언어파괴라고 볼 수 없잖아요. 언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소통이므로, 결국 소통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 용도와 기능에 따라서 생명력이 짧은 놈이 있고 긴 놈이 있기 ㄸ문에, 생명력이 긴 것들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고 짧은 것들은 곧 사라질 겁니다. 그러니 억지로 근심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p 238
선생님, 예술하면 굶어 죽지 않습니까?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뭘 하건 대한민국에서는 실력이 어중간하면 어차피 다 먹고살기 힘들어.

쫄지마, 이 말이 참 보약인 것 같습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기 자신인데, 남이 만든 인생이기 때문에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남이 만든 이생이 아닌 자신이 만든 인생, 인생을 스스로 창조해가는 각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61
아시다시피 김동률은 비주얼도 훌륭하지 않고, 다른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도 없고, 오로지 음악밖에 없어요. 근데 김동률의 팬들은 끝없이 조용히 같이 갑니다. 그 층이 소멸하지도 않고 조금 떨어져나가면 또 새로운 세대가 채워요. 대개의 스타들이 그렇지만, 너무 빨리 자신을 소진시키면 대중은 아무래도 싫증을 내기 마련이죠. 근데 김동률은 한결같은 자세로 20년을 왔습니다. ... 스스로가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천착, 음악에 대한 신념과 지지를 가질 때만이 팬들과 오래 같이 늙어가는 뮤지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p 266
하나의 문화적 상품이 되려면 어린 아이들이 엄청난 훈련을 받아야 해요. 상업적인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가혹한 훈련을 시키는 것을, 아무리 본인이 원한다 해도 거기선 사회가 규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런 걸 규제하는 나라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그걸 만드는 나라가 세상에 우리나라밖에 없었던 거죠.

p 286
총매출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 성장세 속에서 정작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산업으로서의 음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을지 몰라도, 문화로서 음악은 외려 후퇴했는지도 모른다. 그사이에 음악의 주체가 뮤지션에서 기획사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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