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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풍요가 넘쳐나는 행성에서 날마다 10만명이 기아나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죽는다.
사람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줄여서라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을까. 어차피 남의일, 먼나라 일이라며 상관하지 않고 우리 살기도 바빠죽겠는데 이런 처지가 어딨냐는 이야기가 나오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책은 그 이전에 과연 그러한 수준의 의식을 함양하고 있을까에 대해 지적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한들 다 같은 인간이다. 주변에서 공공요금을 납부할 돈도 없고 생활비가 없는 가정, 노인, 그리고 어린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마음 한켠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결국은 사람이고 고통은 동일하다. 하지만 단지 부족한 상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은 기회를 잃고 처음부터 균등하지 못한 삶에서 출발을 하고 어떻게든 목숨만을 연명 부지하는 삶을 향해 살아간다. 정말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안리 것이다.
더 나은 삶. 더 안락한 생활만을 영위하려하지 주변을 돌아볼 여력은 없다. 주변보다 많이 누리려고만 하지. 돈의 논리에 집도되어지는 사람의 목숨, 경제성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목숨에도 가치판단은 당연하다.
책에 나오는 식량생산의 제한이야기를 보고 놀랐다.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않는 잉여가치가 되어버린다고 해서 강제 도축을 하고 태워버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농작물 물가 안정을 위해 다량생산된 작물들을 처분하듯이 이런 식량을 그냥 묻어버린다는 사실이 너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한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본 기억이 있다.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덜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온당한 일일가. 나는 정말 이들보다 더 행복한가.' 아프리카의 굶주린 기아들을 보며 그래도 그곳에서 사는것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얼마나 큰 오만일까. 가슴아프지만 결국 나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런 책을 통해 가슴 한편에 기억하는 활동일 뿐이겠지만 이 의식들이 그래도 긍정적인 작용의 한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나라를 소멸시킬 수 있는 핵의 발사버튼을 대통령의 측근 몸 속에 심어놓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외지의 생명에 대해, 직접 보이지 않는 죽음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의식들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마음을 갖는데 이 자본사회에서도 빈곤한 우리가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그나마의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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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2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은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의식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천만 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수억 명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런 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그 주범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p 38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지.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비쩍 마른 아이를 안고 잇는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의 엄마들이 그 아이들의 죽음과의 싸움이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 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니?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은 엉터리 신화, 즉 기근이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단다.
p 154 너희들의 도둑질을 계속 참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배가 고플 것으로 생각했고, 손에 넣을 수 없는 새하얀 빵도 유리창을 부수면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어떨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p 162 제네바의 은행가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이 이데올로기가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특히 위험하다. 중심에 자유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규범도 가라, 규제도 가라, 국민국가도 가라, 장애만 될 뿐이다. 선거도 가라, 일치도 가라, 정권교체도 가라, 민족주체성도 가라. 자유! 자본을 위한 자유, 서비스를 위한 자유, 특허를 위한 자유만 남아라. 그것은 관료제나 모든 종류의 제한에 반대하는 것이다. 오직 ‘완전하게 리버럴한 시장‘을 추구하는 시장원리주의일 따름이다.
p 171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
p 194 신자유주의가 지니는 장점 첫째, 자본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해 자유롭게 시장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투여한 자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의 창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의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가 긴장하며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함으로써 기능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욕망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성취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
p 195 신자유주의의 단점 첫째, 자유의 전제가 잘못되어 그 개념과 현실을 왜곡한다. 모든 간섭을 없애고 자유를 줄 테니 알아서 마음껏 하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조건이 다른데 알아서 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그런 뜻에서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개인과 국가의 편차나 특수한 조건을 무시하며 인권, 생존권, 주권 등을 초월하려는 개념이 되어 진정한 의미의 인간적 또는 사회적 자유가 아니라는 개념적 비판을 받게 된다. 둘째, 지나친 경쟁주의로 치달으며 약육강식의 냉혹한 질서가 자리잡아서 다수의 약자들이 소외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시장으로 내몰며 자유롭게 벌어먹으라고 하므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데 경쟁의 조건이 처음부터 불공평하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셋째, 자본의 욕망이 끝없이 확대되어 불필요한 영역들까지 시장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인간의 모든 삶에서 물질만능 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시장논리가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다보니 문화, 교육, 예술 등 고유한 가치를 지니는 영역들도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며 정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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