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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로부터의 믿음. 우리가 규정한 것들. 그 모든 것은 때로는 새로운 시선으로 의심을 하고 다시 보는 방식을 취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프레임'이라는 것은 무척 편리하게 작용을 하는 인간의 사회적 시스템이다. 우리는 각자가 형용하고 싶은 어떠한 추상적인 느낌에 대해 '이름'이라는 형태로 그 느낌을 가두어 구속한다. 이름은 하나의 프레임으로써 그 느낌을 포획하고 다음부터는 일상에 자연스레 그 느낌을 설명하는데 사용이 되어진다. 그 개념, 느낌을 여럿이서 알고 있다면, (예를 들어 현대 문명에서는 그것을 '언어'라고 일컫는다.) 더욱 손쉬운 소통과 감정의 공유로써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데 작용을 한다. 고로 우리가 단어라고 지칭하는 프레임,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시선의 틀인 프레임도 어떻게 보면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편의를 위해 통용되는 프레임들은 우리의 생각을 누군가의 시선에 얽매이게하며 가두어 놓는다. 프레임을 갖추고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의 다양한 잠재력, 당장에라도 날아갈 수 있을만한 날개를 처음부터 잘라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는 틀에 맞추어진, 남들과 똑같은 생각에 갇혀 뻔한 사고방식으로 대상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그런 프레임에 묶여있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내가 어떠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무척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기존에 알려진 상식, 시선들을 거두어내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나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한다. 세상은 매순간 언제나 똑같다. 그렇지만 행복한 순간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지, 못보고 지나치는지는 결국 개인의 마음먹기 차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무기력한 삶을 되풀이할 것인가?
그러나 프레임은 때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방어기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벌어질지도 모르는 만일의 경우 같은 일들. 넘겨 짚거나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금물이지만 그 프레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화나 언론 매체에서는 조선족을 전부 범죄자로 등장시키거나 안좋은 사건에 주요 소재로써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단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긍정적일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민족의 특성으로 구분짓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태도이다. 무언가를 치장하는 단어의 껍데기를 벗어내고 그 내면이 지칭하는 바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는 더이상 일정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사회적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행위들을 그만두어야한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란 책에서도 나오듯이 그것은 작성자의 주관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이 그런 프레임을 만들고 조장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할까. 객관적인 안목이 요구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혹시 어쩌면 그들도 그런 상황프레임에 갇혀서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지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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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을 마주할 때 비롯되는 선입견은 어디서부터 생성된 것일까.
대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려 노력한 적이 있을까.
p 32 우리는 다수를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에라도 다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소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존재다. 프레임의 변화, 즉 맥락의 변화는 이처럼 우리에게 다양한 얼굴들을 만들어낸다. .... 어떤 상황에 처하기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이후의 맥락에서는 보이게 마련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이란, 다름 아닌 상대의 맥락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p 44 따라서 평소에 자신이 자주 던지는 질문을 점검해야 한다. 자기 삶에 대한 평가가 시시하다면 내가 시시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질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p 66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종, 성, 나이, 국가, 사회적 지위, 옷차림, 외모, 학력 등이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을 대할 때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고정관념의 유혹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고정관념이라는 폭력적인 프레임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과 만나는 일은 일생을 걸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p 98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판단들도 프레임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p 131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제 그 스위치를 꺼버려야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p 135 타인의 행동에 대한 이런 식의 판단은 인간관계에서 심각한 오해를 불러온다.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넌 원래 그런사람이야‘라고 규정짓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혜는 내가 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음의 습관에서 나온다.
p 144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자주 평균으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와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 예외와 우연은 확률과 통계의 미학이고, 오늘의 과학을 가능케 한 핵심 요소다. 어떤 우연이나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해서는 규칙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지구가 둥글다고 하지만, 실상 지구 표면을 보면 산도 있고 계곡도 있기 때문에 매끈한 형태의 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구‘라고 부르는 이유는 평균 때문이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보면 지구는 둥글다. 사람을 보는 우리의 눈도 그래야 한다.
p 158 한 사람의 동지가 피험자들에게 소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준 셈이다. 이는 우리가 소신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천성적으로 겁쟁이거나 소심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그 ‘한 사람‘이 없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단 1명의 동지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소신을 지키기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동지만 있어도 인간은 강해진다.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힘은 ‘내 편 한 사람‘이라는 상황에서 나온다.
p 164 나치 캠프에서도 직접 유대인에게 해를 가하는 역할이 아닌 보조 역할을 한 군인들이 수없이 존재했다. 운전병으로, 행정병으로, 식당병으로 일했던 그들은 ‘일상 업무‘라는 프레임으로 자신들의 일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처했던 상황과 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프레임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해야만 그 행동의 본질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캠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악마라고 규정하는 식의 사람 프레임만으로는 이런 종류의 불행이 역사에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p 197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에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확신을 지금보다 더욱 줄여야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 라고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어?‘ 라고 아랫사람을 문책하기 전에 ‘정말 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라고 다시 자문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p 211 미래를 예측할 때 현재 존재하는 자기 내면의 의지만 보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존재하게 될 여러 상황 요인들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는 사람의 말은 한 번 정도 걸러내고 듣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p 219 과거에 대한 이러한 자신감은 현재가 만들어내는 축복인 동시에 함정이다.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만 질서 정연하게 보인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럴 줄 알았지‘라고 외치며 자신의 똑똑함을 자랑하거나 합리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할 일에 대한 ‘의지‘로 둘러싸인 현재는 미래를 실제보다도 낙관적인 곳으로 보이게 한다. 불타는 의지가 존재하는 현재에서 바라볼 때 계획한 미래의 모든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습관도 필요하지만, 현재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장밋빛 착각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할 지혜로운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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