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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ㅣ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북은 남을 고무,한양해야 하고 남은 북을 고무,찬양해야한다. 북은 남이 거둔 물질적 성과를 단군 이래 최대의 풍요로 찬양해야 한다. 남은 또 북이 큰 나라들에 대해 큰소리쳐온 역사를 연개소문 죽고 처음이라고 부추겨주어야 한다. 남과 북 각각이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 치른 아픔에 대한 평가는 당분간 남과 북 각각의 주민들에게 넘기고, 남과 북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야 할 것이다. p.162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던 그것을 한홍구는 이렇게 시원하게 내뱉어준다. 우리들이 하는 말이면 그냥 가벼운 농담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는 역사학자라는 이름을 걸고 말하기 때문에 일단 들어볼 가치가 있다.
예전에 서점에 나왔을 때부터 사서 읽어야지하는 마음 때문에 읽지 않고 있다가 결국엔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사는 것과 빌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일이 왜 이리도 늦었을까.. 요즘에는 사서 읽든지 빌려서 읽든지 일단 읽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이 읽게 된다. 오히려 구매행위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사라는 책제목 때문에 우리가 가져왔던 국정국사교과서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외우기 쉬운 왕조 중심의 일대기적 구성이 아님을 일단 밝혀둔다. 국정국사교과서에 익숙해져 있던 나였기에 중반까지 이 책은 왜 이리 산만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는 암기위주의 역사에 익숙해졌나보다.
크게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에서는 우리역사에서 우리는 정작 한번도 주체적인 적이 없었던 면을, 2부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에서는 우리가 근대화라고 부를 수 있던 것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만주국의 영향덕택이었다고 이야기하고, 3부 <또 다른 생존방식, '편가르기'>에서는 우리가 단순히 남과 북이 아닌 생존방식으로서의 편을 갈랐던 일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4부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에서는 우리사회에서 친미와 반미가 어떤 길을 걸어오고 늘 떳떳하지 못했던 반미가 드디어 광화문까지 나온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5부 <병영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우리가 신성하게 생각하는 국방의 의무에 대해 정밀한 칼을 들이댄다. 이부분은 2권에서도 이어지며 국가와 군대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불공평한 상황인 점을 필자는 과감하게 이야기 해준다.
'참된 보수'는 무엇일까..
왜 아직까지 군대가 60만이라는 병력을 유지해야 하나.
왜 모병제는 왜 실시되지 않는가.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그녀석들과 어떤 거래를 해왔는가.
양반제도와 대학제도는 병역기피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가.
이러한 부분은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내 마음에 시원한 단비가 될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늘 질문이 깔려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역사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역사인 것이다.
아름다운 숫자들로 구성되었던 우리 역사를 뒷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 한홍구님이 고맙다.
사실 당신 덕분에 역겨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죠..
우리 역사가 가지고 있는 두얼굴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