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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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어떤 것(대상이나 지식 혹은 기술)을 알려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절한 눈높이에서 전달하는 기술 또한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는 누군가에게 가르칠 목적으로 하라는 얘기가 있다.
그것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그 내용으로 가르침을 받는 사람 둘다 도움이 되는 활동인 것이다.
일단 알려주기 위해 몇번이고 책을 읽어서 그 텍스트 속에 푹 빠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공부하는 사람(가르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 그리고 가르침을 받는 사람에게 알맞는 수준으로 번역해서 말하는 과정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사족이 길었다. 각설, 공부를 할 때는 치열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민예총에서 행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책으로 구성한 것인데, 책을 읽다보면 강의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살아있다. 어렵기만 한 철학의 흐름을 알기 쉽게 잘 번역해주고 있다. 어떤 내용이든간에 번역만 잘 한다면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어떤 사람의 견해가 생각나기도 했다.
 
중세철학을 벗어난 근대철학과 다시 그 근대를 넘어서려는 현대철학의 흐름까지를 훑어주고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훑어준다고 해서 수박 겉핥기 식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쪽집게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저자는 중세, 근대 및 그것을 넘어서는 철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주도권을 넘긴다. 다양한 선분이 자유자재로 그어져 있는 책이다. 독자가 어떻게 단면을 자르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경계를 나누는 것보다는 경계를 보여준다. 경계라는 것이 시작과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강의를 들을 때 모두 다 집중할 수는 없듯이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끝까지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읽고 나니 내가 속해 있는 전공과 관계없을 줄 알았던 철학의 영역이 나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인문학에 속해 있으면서도(사실 이것조차 구분하는 것이 웃긴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런 철학적 토대를 무시한 내가 부끄럽다.
 
앞으로의 독서활동에 하나의 지침서가 생겨서 기쁘다. 공부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넓어지며 깊어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개인적으로는 <'제5장'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내가 아는 것이 나와서 그런가. 훔볼트, 소쉬르, 비트켄슈타인, 촘스키..
 
여기에 제시된 키워드를 타고 또 난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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