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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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푸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만, 얼핏 요즘 주워듣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것이 참으로 재미있다. "근대" 라는 것이 갑자기 떨어졌다니, 역사는 연속적인 것이 아닌 비연속적인 것의 재배치로 구성되는 것. 우리가 '인간'이라고 알고 있는 개념은 근대와 함께 더불어 출현했다는 것..

민족과 국가라는 범위 안에, 곧 국경의 울타리 안에 갇힌 특수한 인간이 바로 '근대인'이라는 것..

자,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요즘 내가 주워듣는 이야기라서?

우리는 지금 인류의 2교시를 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 우리는 지금 2교시이다. 1교시가 아닌 2교시.. 졸린 눈을 비비면서 정신을 차릴 때쯤 1교시와 다른 선생님이 들어온 것이다. 그 선생님은 바로 '근대인'이고 말이다..그리고 그 선생님은 가족과 민족을 위해 사는 척, 하면서 종교를 믿으면 모든 것은 해결되리라는 복음을 전파한다. 달콤하기 그지없다. 가족이라는 소규모 집단과 민족이라는 인위적인 집단, 그리고 서로를 헐뜯기 바쁜 종교를 믿으면 된다니.. 그뿐이라니..

 우리가 사는 방식이 생존이 아닌 잔존이기 때문일까.

 못과 모아이를 보면 괜히 슬퍼진다. 수많은 폭력과 이유없는 따돌림.. 인류의 인스톨과 언인스톨 사이에서 그들은 결국엔 언인스톨을 선택한다.

 어쩔 수 없는거다.

 컴퓨터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포맷의 그 신성함과 짜릿함을 알 것이다. 그리고 언인스톨의 통쾌함까지도..어쩜 우리 인생을 그렇게 너무 신성하게 짜릿하게 혹은 통쾌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린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말이지

 못과 모아이와의 핑퐁을 보면서 나도 문득 핑퐁을 하고 싶어졌다. 내가 그 작은 공보다 더 집중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다. 인생이란 게임에서 내 존재는 과연 어느 크기를 가지며 어떤 소리를 낼련지.. 핑퐁..

 덧붙임 ; 박민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비호감을 가져올 수도 있겠다. 그리고 활자에서의 참신한 시도 (많은 행바꿈, 글씨체의 크기 변화, 방점표시, 자신이 그린 삽화 등) 들에만 너무 신경쓴 것은 아닌지, 처음에 참신했던 것들도 딱 한번일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면 할 말이없다만, 그래도 처음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은 독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그리고 띠지는 더이상 붙이지 않았으면, 책 자체로만으로도 디자인 이쁜데, 색깔이나 글씨에서의 띠지가 매우 거슬린다. 늘 그렇듯이 바로 버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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