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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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이수영)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달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 보다
나는 서른아홉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지 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 잠이 쉽게 드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는 시간이 내일을 위한 최선의 준비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쉽게, 그리고 빠르게 잠든다. 나의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그 사람들이 이젠 떠올리기 너무 어렵다. 아직 스무 두살이기에, 조금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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