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이수영)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달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 보다 나는 서른아홉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지 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 잠이 쉽게 드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는 시간이 내일을 위한 최선의 준비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쉽게, 그리고 빠르게 잠든다. 나의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그 사람들이 이젠 떠올리기 너무 어렵다. 아직 스무 두살이기에, 조금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