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여름, 나를 자전거에 올라타게 만든 책과 잡지가 있다. 잡지 '페이퍼'의 이름모를 기자는 '20대에 꼭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역설하였고, 우연찮게 집어든 김훈의 '자전거여행'은 어쩔 수 없이 페달을 끊임없이 밟게 만들었다. 대략 우리나라의 반바퀴정도 돌았던 경험은 나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고 오래오래 두고 쓸 수 있는 안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2005년 가을, 군복을 입고 있는 나는 그 추억을 벗삼아 위로삼아 지내다가 '자전거 여행 2' 가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생각없이 책을 들었다. 비록 나라에 얽매여 있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남은 반바퀴를 돌고 싶었나보다.

 이번에는 조강에서 시작하여 안성 돌미륵까지 가는 여정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이루어졌다. 지역별로 간략한 지도가지 첨부해 있어 그의 행보를 더욱 쉽게 따라갈 수도 있다. 사진도 더욱 크게 실려 있어서 마음에 든다. '살아 있는 것은 이러하구나, 살아서 작동되는 것들은 마침내 저러하구나...' 의 작은 마음으로 시작된 여행은 각 지역별로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씀을 하신 유홍준 교수님이 있다. 그것은 당연한 말이다.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보는 자연들의 한낱 풀과 돌멩이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그가 들려주는 우리 것의 이야기는 그냥 넘길 것들이 아니다. 깊으면서도 현재의 시간을 같이 공유하는 그만의 솜씨가 있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마음의 깊은 곳까지 우리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통찰력은 1편에서보다 더욱 유연해졌다. 일산 신도시를 달리면서 10만년전의 갈대밭을 읽어내고, 한강 둑이 완공된 뒤의 경작지, 경작지를 갈아 엎은 뒤의 신도시 개발까지 이야기하는 그는 단순히 페달만 밟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허벅지 근육을 긴장시켜 가면서 가슴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그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청년이었다.

 '저물어도 잠들지 않는 내 허벅지의 힘을 달래가면서 나는 풍경과 말들을 데리고 천천히, 조금식 아껴서 나아가겠다'

 이렇게 잠시 그는 쉰다.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 두는 것도 중효한 일임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내년에 전역하면 떠나려고 했던 유럽배낭여행은 잠시 미루었다. 남들이 떠난다고 해서 떠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사전 정보를 습득한 뒤에 떠나야 할 거 같다. 내년 휴가때는 섬과 바다가 있는 제주도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의 허벅지가 잠들 수 없기에 새로운 '자전거 여행'은 어디에선가 이루어지고 활자로 우리에게 곧 보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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