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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 1990년대 한국단편소설선
이남호 엮음 / 작가정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90년대의 우수한 단편들을 모은 것으로 소설을 읽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읽어봐서야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를 알, 단서라도 발견하게 되는,
숨바꼭질 같은 소설들이다. 그러나 90년대를 대표하는 단편들 답게 주옥같은 문장과
섬세한 문체, 작가들마다의 개성있는 인생관, 세계관을 접하게 되면서
나만의 좁은 사고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가 우주와 같은 세계관이라 하지 않고 별이 담긴 세계관이라 한 이유는
작가들이 결코 "우주"란 광범위한 범위에서 의미를 숨겨두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는 결국 이런 별들이 무수히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것들, 삶 속에서 스쳐가는 무수한 물건들, 사람,사건들
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교묘한 사소함들의 고리가 연결되고 연결되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감히 예감도 하지 못했던, 독자들도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소설의 뒤를 다시 짚어 그 사소한 것들을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절묘한 구성들이 많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야 하고, 또 독자가 성장하고 난 뒤에 새로운 경험과 의미들이 더해져서
작가가 의도한 의미 외에 새로운 의미를 깨달아나가는 작품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