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에 대하여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6월
평점 :
감상
사실 사회주의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없습니다. 비판을 위해서는 직접 판단을 내리고, 그에 앞서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누군가 사회주의는 나쁘다는 말 한마디에 쉽게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강요를 우리는 수없이 받아왔고, 지금도 강요나 억압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강요란 특정 개념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그저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때의 결정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개하다거나 시대착오적이라 말하곤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고, 그것을 바꾸겠다는 맹목적인 태도로 함부로 억압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더 큰 반감만 불러일으키고, 존중받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존중받지 못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도서의 초입에 등장한 말들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그러한 이념을 갖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고, 덤덤하게 자신을 보여주다 보면 여러 모습들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도서가 사회주의를 직접적으로 옹호한다고 사회주의적 이념에 동조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며, 반대로 무조건적인 비판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택한 도서도 아니었으며, 그렇게 쉽게 무엇인가가 결정되거나 변화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도서는 전반적으로 편향된 시선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느껴졌고, 좋지 않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 근원으로 뽑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채 주장을 펼치듯 보였습니다.
물론 그의 말들이 사실일 수 있으나, 전제가 부족한 이야기들은 과도한 찬양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특히 공산정권이 이데올로기적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실패 혹은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으며, 설령 그렇다 한들 독재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적 영향 때문에 복지 및 인권 신장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태도는 옳지 않은 것 같으며, 분명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자본주의의 긍정적 요소를 차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맹목적으로 보이는 비난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저자는 자신이 사회주의를 옹호한다고 현 정권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전 정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이념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 같았으며, 소신이 느껴졌고,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반적으로 편향된, 맹목적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를 갖고 있고, 착취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살아오면서 느낀 점들과 신문,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장점은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어느 하나만 있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을 무조건 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거나 다른 국가에서 사회주의 체제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이 아닌, 이 사회가 복합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자본주의가 지배적이라고 해도 단순하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구성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도 분명 장점과 단점이 함께할 것입니다. 어쩌면 장점이 단점보다 클 수 있고, 그 비율로 따졌을 때 자본주의보다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이런 이데올로기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점이 존재하는데도 수용한다면 이는 소수를 짓밟고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더라도 각각의 장점들을 최대한 살리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에서만 나타나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류는 분명 과거부터 이러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이를 통해 발전해 왔을 것입니다. 신분제가 사라지고, 여성의 인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간 것, 동성애나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등을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일축한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고, 그 자체가 인류 자체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유명 위인의 이름에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이름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들은 기록에 남지 못하고 그저 단 한 명만 남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모두가 무조건 같다면, 아무런 대우도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이름난, 뛰어난 인물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옳은 말들의 끝이 사회주의로 귀결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노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태도는 3장이 되어서야 조금 누그러들었습니다.
편파적인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몹시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성향상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전처럼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전보다는 다소 중립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냈고, 한 사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비건, 페미니즘, 종교적 부분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첨예한 찬반 논쟁이 있는 이슈들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것들을 강요하지는 않았고, 그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과연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부분은 여러 예시를 보여주면서 지나치게 성경 혹은 종교와 사회주의를 연결시키려고 하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내용들이 옳은 것이며, 그 옳음의 끝은 사회주의라고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념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어쩌면, 충분히 객관화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확한 자기 객관화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그만큼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하게 우리는 타인의 말에 신경을 쓰고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분명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에서 그쳐야 할 이야기들을 '그런데 남이 나에게 그러더라.'라며 말을 이어가곤 합니다. 그렇게 타인의 말을 본인의 주관으로 옮기며, 스스로 상처 입고 남을 다시 평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곤 합니다. 이는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닌 척할 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애초에 남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내리는 것이, 서로의 이념이 다르다거나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무조건적인 비방을 하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었어야 할 것 같으며, 그런 태도가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도서 전반에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사실로써 어떤 이념을 받아들이고자 했고, 그런 이념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을 바라봄으로써 다른 시각을 갖길 바랐던 기대감도 깨졌습니다. 그렇게 사회주의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불분명했고, 그것에 대해 찬반이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저자가 보여준 전반부의 과도함이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닐까 우려될 뿐이었습니다.
좋은 점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함을 내포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유머를 기반으로 조성된 편안한 분위기의 문체는 빠르게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들은 적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태도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자가 자신의 이념을 계속해서 고수하는 것이 유머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각 장들 속에 여러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 내용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이어졌으며, 짧은 호흡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념이나 이슈들을 간결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던 포부의 시작과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좋은 것은 무조건 사회주의이며 그것이 갖고 있는 단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다분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융화와 고민보다는 노골적인 적대 의식을 보여줌으로써 강요 아닌 강요를 합니다.
무리하게 자신의 이념을 여러 사회적 이슈들과 연결 지으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소 과하게 엮어 나가려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부분에서 더욱 심화된 듯 보였으며, 결국 좋고 대중적이고, 긍정적인 모든 것이 사회주의라는 맹목적인 시선만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인 사실에 대한 근거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보여준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 등을 저자의 입장에서 다루면서 그 내용에 대한 시작이나, 근거가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히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됐다는 말이 이어졌지만, 정작 어떻게 입증이 됐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은 채 부정적 시선만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 근거 부족이 저자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맹목적인 모습으로만 보이게 됐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문체가 너무도 달라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전반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엿보였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모습들만 노출시키고, 단점이 없는 완벽한 이데올로기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후반부에서는 다소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이질감이 느끼게 했습니다. 물론 후반부도 은연중에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보였지만, 오히려 더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총 평
어떤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요를 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겠다는 도서의 시작과는 달리 노골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강요 아닌 강요를 합니다. 결국 그러한 이데올로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아닌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었고, 주제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갑자기 이런 모습을 다루면서 전혀 다른 도서를 보는 느낌이 들게 했고, 최종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한다거나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고, 사회주의자로 살면서 겪었을 다양한 경험들을 보여줄 것이라기엔 너무 이념적 이야기들이 많았고 무리하게 사회적 현상과 엮으려는 듯한 태도만 보였습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노골적인 태도에 불쾌한 감정이 더 큰 도서였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6 재독성 4 표현력 6 가독성 8 평균 5.83)
노골적인 1부, 일상의 이야기 2부의 주제가 극명하게 달라 보이는 어중간함.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208296653
감상자(鑑賞者)의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persimmonbox/26
감상자(鑑賞者)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다. 그러니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 P12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봇과 인공 지능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 - P36
이미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력으로 훨씬 우위에 있음에도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북한을 보는 시각에 한해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다. - P60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오늘 밤에도 돈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구나. 그 소리에 괴로워했지만 오늘도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P83
정말 이윤을 나지 않으면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이 불가능할까? 우리가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치자. 거기에서도 안정된 거주를 확보하려면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힘을 모아 통나무집을 지을 때 굳이 이윤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살기 좋게 지으면 그만이다. - P106
알다시피 자존감은 내가 남보다 우월해서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다. 타인과 비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감정이다. - P123
인간이 궁극적으로 이기심만 가득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초래하는 공동체성 파괴와 인간 소외 현상을 마치 본성의 산물인 양 호도한다. - P211
아무리 내가 사회주의 사상이 올바르다고 확신하더라도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억지로 주입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권리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양쪽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태도가 독자에게 더욱 큰 신뢰를 주지 않겠는가. - P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