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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영어표현력 사전
이창수 지음 / 두산동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서점에 가면 영어책 코너에는 꼭 들른다. 그러다가 좋은 책, 혹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바로 사버리는데 보통 2권 정도 사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점에서 영어책 코너에서 놀다가 두 권의 책을 발견했고, 그 중 한 권인 이 책! <네이티브 영어 표현력 사전>은 깨알같은 글씨에 두께도 만만치 않았고 15개의 챕터에 맞게 구성된 15개의 mp3파일은 1개에 30분 넘는 것은 보통이가 1시간 30분짜리도 있고, 양이 방대해서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밌었다. 그래서 1회독을 먼저 하자는 마음으로 날마다 조금씩 읽었는데 한 달도 안되서 다 읽었다.(약 25일 걸림) 몹시 힘들 때도 있었다. 몸살을 앓아 심하게 아픈 날도 이 책만큼은 계속 읽어왔으니까. 그만큼 몰입도는 대단했다. 난 솔직히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영어 책을 사서 보는 데는 그냥 재미가 있어서 이것저것 분야별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다 사서 본다.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지만 가끔씩 내가 표현하려는 문장이 잘 나오지 않거나 영작 되지 않거나 혹은 콩글리시라고 느끼면서도 쓰게 되는 표현들을 고치지 못하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은 그래서 더더욱 필요했다.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파트는 기본 동사에 대한 쓰임새, 전치사, 부사어, 구동사에 대한 설명과 예문들, 2파트는 각종 품사를 원어민처럼 사용하자는 취지하에 명사와 동사간의 자유로운 활용과 함께 명사로 표현하면 배가되는 표현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특히나 3파트는 영어에 대한 눈을 확 깨주었다고 하고 싶은데, 수동태를 제대로 써야 제맛이 난다는 것과 무생물 주어에 대한 중요성과 감각을 확 살려준 파트라고 해야 하겠다. 이 파트 때문에라도 설레여서 책을 놀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나의 잘못된 시각을 확 바꾸어 준 파트니까. 마지막 4파트는 정말 어렵다. 부사어 대신 동사로 표현 하는 것, 비교급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 주절주절 길게 표현하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파워, 영어식 논리로 말하는 법까지 나와 있는데 어려운 어휘들이 상당히 많아서 어렵지만 역시 이래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는 실력과 학문에서 참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노하우가 제대로 묻어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회화를 할 때, 넌 왜 그렇게 생각해? 라는 구문이 "What makes you think so?"라고 책에 나와서 외우지만 사실 이게 왜 이렇게 쓰는 건지를 제대로 모르고 무턱대고 외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구문이지만 조금 다른 구문이 나오면 제대로 못 쓸 때가 많다. ~하면 ~한다. 이것도 무조건 if를 쓰고 들어간다거나 ~때문에 뭐한다 하면 무조건 because를 쓰고 들어가는 것도 얼마나 잘못된 오류인지라는 것들을 알게 된다. 그 밖에도 여러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 생략하고, 기본적으로 우리말식으로 갖고 있던 영어에 대한 사고의 틀을 수많은 예문들을 통해서 깨우치게 만들어 준다. 두껍지만 그래서 볼만 한 책이다.
저자는 책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학습하다 보면 뒷부분을 못 보는 일이 발생하므로 네 파트를 골고루 나누어 조금씩 학습할 것을 권했고, 나 역시 그렇게 읽어왔다. 그러다 보니 끝내는 순서도 1->2->3->4가 아니라 3->4->2->1 이런식으로 끝내게 되었다. 어쨌거나 한 번 본다고 해서 다 내가 아는 것도 아니고 잘못되었던 논리가 바로 고쳐 지는 것도 아니다. 난 이 책을 앞으로 제공 된 mp3와 함께 다시금 여러 번 복습할 생각이다. 정말 충격이었다. 내가 그동안 써온 영어가 아무리 의사소통이 된다고 한들 계속 그 수준에 멈춰 있으면 절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한 말들 중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옮겨 보고자 한다.
"우리말 문장을 직역식으로 옮겨 영어로 말할 경우 원어민이 간단하게 표현하는 말을 쓸데없이 주절주절 길게 말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리말식으로 길게 말하면 단순히 문장이 길어지고 말이 많아지게 되는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 문장을 베낀 영어를 하다 보면 문법에 맞는 잘 짜인 문장이라도 상대방이 빨리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526)
"우리말이건 영어건 우리가 창조해서 쓰는 말은 거의 없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아이디어를 말로 전달할 때 사용되는 단어나 표현, 심지어 문장의 패턴 까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의 대화 속에서 그렇게 정해진 표현을 익혀 재활용해서 사용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 표현은 영어권 원어민들의 재활용 목록에서 찾아 쓰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527)
"우리말과 영어의 논리 표현법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익히고 영어식으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말식 표현에 의존해서 영어 문장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같은 논리 구조를 표현하는 영어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을 찾아 쓰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만들지 마라라는 말과 찾아 쓰라는 말은 매우 중요하다. 영어 문장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찾아 쓰는 것이다." (563)
무척 공감한다. 아무튼 이 책을 권할 만한 사람들로는 영어를 쓰는 일에 종사하거나 번역자, 전문직,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맞을 것 같은데 너무 초보인 사람이 이 책을 보면 보다가 중단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휘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문법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책을 보는 데 더딘 점이 없다. 안 그러면 모르는 단어나 해석이 전혀 안 되는 문장들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서 중단 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내가 5년전에 이 책을 봤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아! 이제 열심히 복습할 일만 남았다. 또 다시 방대한 600여 페이지의 이 책과 씨름을 해야 하다니, 앞으로 몇 번을 더 씨름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즐겁기만 하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