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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19세기 뉴잉글랜드의 성 안토니오 카톨릭수도원에는 사람들이 아이를 버리고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곳은 남자 아이들만 맡아 키우는 성 안토니오 보육원이 생겼다. 눈빛이 반짝반짝하고 얼굴에 땟구정물이 흐르고 낡은 옷들을 입은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은 가끔 찾아오는 낯선 이들에게 자신이 뽑히어 가정으로 가길 소망했다.
그런 아이들중에 렌도 있었다. 렌은 어릴때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 그는 질 좋은 린넨 잠옷으로 입혀져 (목깃에는 짙푸른색 실로 R.E.N. 으로 자수되어져) 버려졌다. 렌은 특히나 한쪽 손이 잘려져 나가 손목이 피부로 덮혀 꼬메져 있었다. 대부분 집에서 일손을 돕는 아이를 원하기 때문에 렌은 항상 밀릴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렌은 그런 소망이 좌절될때마다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 가끔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훔쳤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벤저민 냅이라는 젊은이가 찾아오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길 희망한다면서 렌을 지목한다. 드디어 렌에게도 가족이 생기고 그의 출생의 비밀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게 된 것이다.
렌이 수도원을 떠나게 된 날 더럽고 얼룩진 수도복을 입은 배 나온 조지프수도사로부터 《성자들의 삶》이란 책을 훔친걸 들키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p59 "왜 이 책을 훔쳤니?"
렌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중략) 책을 소유함으로써 책갈피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왠지 자신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낮동안 렌은 해가 지기를,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책을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 먹는것 보다 책을 읽는게 더 좋았다. 잠자는 것보다도 더 좋았다. 렌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기적을 갖고 싶었어요"
수사는 렌에게 고해성사를 해 주고 책을 가지고 가도 된다고 허락한다.
그리고 렌은 수도원을 벗어나면서부터 자기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세상을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우정, 동료애, 가족의 의미, 신앙, 기도, 새로운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이 소설은 고딕소설을 표방한 만큼 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것 같은 수도원, 수도사, 입담꾼, 과거를 알수 없는 사람들, 광산, 쥐덫공장, 시체, 묘지, 난장이, 고아, 언청이, 풍채 좋은 아줌마, 의심스럽고 이기적인 의사 들이 등장한다. 이런 것들이 조화가 되어 재미 있는 이야기가 뚝딱 나온다.
위의 나열된 단어들에 흥미가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벤저민 냅이라는 인물이 좀 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