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연습
레몽 크노 지음, 조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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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연습 #레몽크노 #조재룡 #문학동네

레몽 크노의 문체 연습을 읽다.
이 책은 바흐의 푸가에서 영감을 받아 동일한 일화를 소재로 99가지 문체로 변주해 낸 글들의 모음집이다. 거기다 첫 출판년도가 1947년이다. 그 당시 그는 이 글로 콩쿠르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고한다.

이 작품은 처음엔 약기로 명되어진 글이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출퇴근길에 20대 중반의 남자가 자신을 밀쳤다며 다른 승객에게 화를 내는 글이다.

<약기>
출근 시간, S선 버스, 스물여섯 언저리의 남자 하나, 리본 대신 끈이 둘린 말랑말랑한 모자, 누군가 길게 잡아 늘인것처럼 아주 긴목. 사람들 내림. 문제의 남자 옆 사람에게 분노 폭발.(중략)

이 이야기를 99가지 버전으로 풀어쓴다. 문체가 다르게 말이다. 그의 99가지 문체버전을 보면 중복하여 말하기, 조심스레 말하기, 은유적으로, 거꾸로 되감기, 깜짝이야!, 꿈이었나, 그러하리라, 뒤죽박죽, 일곱새깔무지개등등 나열하기가 숨가쁘다.
특히나 이 책을 번역하신 조재룡님의 번득이는 번역의 묘미 장은 <이북 사람입네다> 다. 설마 레몽 크노가 이북사람임네다 라고 쓰지는 않았겠지... 그 당시 어느 사투리로 글을 쓴것일 것이다. 그것을 이북사람임내다로 다시 번역해서 쓰신 글은 그냥 하나의 재 탄생이 아닐까? 이 책의 뒤편에 보면 원문과 함께 글의 번역에 대해 또 상세히 설명이 나온다. 아~~~~ 프랑스어 공부를 계속 했었어야 했는데... 원제는 '정육점 상인 말투'를 뜻하는 '루쉐르방'이며 번역은 루쉐르방으로 변형되기 전 프랑스 원문을 복원한 후, 이를다시 '북한어투'로 재현하였다고 설명이 나와 있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대부분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문체는 그냥 흘러 넘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이해하는 현실을 형성하고 정의하는 것, 그리고 소설을 이루는 것은 언어 자체 임을 알수 있다. 
우리는 그가 쓴 이 작품을 읽으며 그의 유쾌하고 눈부신 세계로 순식간에 휩싸이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정말 강추의 소장각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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