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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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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한다.
그림만 보면 사실 무슨 그림인지 잘모르겠는데, 색다르게 해석해 놓은 내용을 보면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 새로운 상상도 하게 된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은 그림에 대한 책이라 관심을 가진것도 있지만, 봄날, 벚꽃이 날리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감성가득한 글을 쓰는 월간 페이퍼의 편집장인 황경신님의 책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림에 대해 어떤 새로운 해석을 했을지도 궁금했다.
총 33가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는데 그저 사연이나 그림에 관련된 에세이로 꾸려져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의 상상력으로 각 꼭지마다 단편소설을 읽는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대한 호기심도 자극되고, 그 그림에 대해  찾아보게도 되었다.이 책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림들에 색다른 감정이나 느낌도 생겼다.다른책처럼 화가의 이력이나 관련이야기로만 구성돼있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 그림을 다시 보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같다. 작가의 문체도 곱고 아련하다. 특히 두번째 꼭지인 "피프스애비뉴에 비가 내리는 날"을 읽으며 아슬아슬하고 슬픈느낌이 들었다.황경신님 만의 감성적인 문장과 눈을 뗄수 없는 그림들과 상상속에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한번 펼치게 되면 한장한장이 아까워 천천히 여유있게 읽어내려 가게 될것이다.


모든 것이 허상이라네. 글이란 것도 누군가의 마음과 부딪히면서 모양이 변하고 색이 변하는 것이지. 애초의 이미지란 어디에도 남아 있질 않아._103p

 

뭔가를 잃어버리기 위해서는 우선 뭔가를 가져야 하잖아요. 지금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괜찮은 기억도, 그럴 듯한 추억도._199p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을 때, 당신을 본 적이 있다.  새벽이었다.  난폭한 꿈에서 밀려나온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서 창문을 열었다.  지하 세계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라온 것 같은 회색빛 안개가 낯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습기를 잔뜩 품은 바람이 불어와 내 뺨과 머리카락이 금세 축축해졌다.  당신은 골목 모퉁이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림자의 형체였다._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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