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평점 :
새해 달력을 넘기면 일요일 외에도 붉은 숫자로 인쇄된 국경일들이 눈에 띕니다.국경일이 아니더라도 날짜 밑에 각종 기념일 명칭을 인쇄해놓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기념하지 않으면안되는 날들을 미리 고지해놓은 것입니다. 이런 기념일은 국가나 사회의 삶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삶에도 존재합니다. ...
_ 실패를 기념하라 중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것이 달력만은 아니다. 정호승샘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위의 달력에 비유하자면 설, 추석을 비롯한 명절과 어린이날, 제헌절, 크리스마스 등 각종 공휴일이 평일에 배치된 축복받은 달력이랄까...
표지들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스타를 내세우며 '힐링이 대세다'라고 힐링을 강요하며, 온갖 매체를 도배해가며 많은 셀러들이 얉은 지식 혹은 재미를 과대포장하여 독자를 낚시하는 여타책들과는 달리 밋밋한 표지에, 밋밋한 내지에... 낚시는 커녕 소박함이 벼농사밖에 모르는 시골 농부같은 모습을 가졌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한페이지한페이지 밑줄 긋지 않는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진한 사골국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글쎄...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었다.
영화든 책이든 속편이 1편보다 나았던(2권이 1권보다 나았던) 기억은 무수히 많은 속편들 중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정말 극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늘 속편(2권)은 실망감을 안겨주었었다. 그냥 목차의 제목들만 봤을때는 그냥그냥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교과서같은 얘기들이려니..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장을 펼쳤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정호승 그의 진심어린 따뜻한 체온이 너무도 좋았다.
한 꼭지 한 꼭지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교과서같은 얘기들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있는 것과 그 이야기가 주는 체온을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같은 얘기라 해서 느끼는 감정이 동일할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야기란 모름지기 누가 들려주느냐에 따라 듣는이가 느끼는 온도의 차이는 눈내린 겨울과 그 눈을 녹이는 봄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기때문이다.
"누구나 견딘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견디고 견디다가 구부러지고 뒤틀어진 나무처럼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궁목수 가문에서는 그런 나무도 적재적소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 그렇습니다. 내가 만일 똑바로 자라지 못하고 뒤틀린 나무같은존재가 되었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쓰일데가 있습니다...."
_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중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주는 것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이야기의 감동을 주는 건 아니지만,
견딤이 필요한 힘듬들에게 힐링을 강요하거나 어찌어찌하라고 잔소리하지않고 살포시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책은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들어,,
나는 늘 어서빨리 결과가 나오기만을 조급해했다. 1층은 짓지않고 2층부터 지으려는 어느 이야기속의 주인공처럼..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물 깁는 시간이 필요하다"를 읽으며, 그물을 깁는 시간이 아깝다며 마음만 앞서 바다로 나가는 어부, 무딘 낫으로 풀을 베는 농부의 아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잊고있던 너무도 당연한 지혜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많은 책들이 위로를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힘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지가 우리를 위로하거나 힘을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떠한 위로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어쩌면 위의 말대로 견딤이 필요할뿐. 그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채 치유의 설탕을 쫓아다니는 독자들은 어쩌면 위로중독은 아닐까
달콤함이 이빨을 썩게하듯 과정의 견딤을 인정하지 않고 뭔가 꼼수를 그것을 벗어나려한다면 부작용이 생길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달콤함의 읽을거리들에 비해 조금은 싱겁게 느껴질 수는 있겠으나... )그냥 담담하게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견뎌낼 힘을 줄 한마디 한마디... 그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