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이런 시'...

이런 시 
 
이상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 날 가 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없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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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질이 대개 온 가족 잠든 한밤중에 이뤄져서 그런가.
온갖 청승에다 멜랑꼴리에다
쓸데없는 생각도 많아지구
어떤 날은 마음이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워졌다가
또 별 것 아닌 일에...마음이 구겨지구.

뭐, 그렇다.

왜 갑자기 이 시를.
맘에 담아둔지는 좀 됐다.......

저런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은 좋겠다.

 

---->처음에 보고 시가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며칠 지나도 다시 생각나서 결국 마냐님 서재에 다시 가서 살짝 데려왔다.

마냐님이 이해해주시겠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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