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소고기도 안 들어간 배추국을 끓이며 지오디를 듣고 있다.
고기도 없이 멸치 만으로 끓이는 배추국이 무슨 맛이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오래오래
끓이면 배추의 단맛이라도 나와 그럭저럭 먹을만 하지 않을까 우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배추님께서 너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숨이 안 죽어주셔서 얼마나 더 끓여야 될지 모르겠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지오디인지..
실은 지난 주말 저녁을 먹으면서 손호영과 슈주의 누군가인가 나온 프로를 본 다음부터 계속해서 지오디 노래가 입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벌써 십년전쯤이었을거같다.
나와 친구는 술도 마시지 않고 만날때마다 노래방을 같이 갔다.
지금이라면 맨정신으로 가는 노래방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당시 몸이 안 좋아 술을 마시지 못했던 친구때문에
난 맨정신으로 가서 노래연습을 무지 했었다.
한때 성악을 공부할까 고민을 했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는
노래실력을 뽐낼 수 있는 소찬희 노래를 자주 불러 나의 기을 죽이곤했다.
그런 우리 둘이 그당시에 자주 불렀던 노래가 지오디였다.
노래방 마지막 곡은 거의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지오디의 <파란 하늘>을
목 터지게 부르는 것으로 끝을 내곤 했다. 마치 이제까지 우리 노래를 들었던 옆방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선물인 듯..
지금은 바빠서 가끔밖에 연락도 못하고, 그나마 사이가 소원해져서 이제는 주로 문자로만
수다떠는 사이가 되어 버렸지만, 어떤 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을 내게 하는 그 친구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십년 전 노래방에서의 그 시간의 힘이 아직도 지오디 노래를 들으면 그 친구가 생각나고 , 아직도 그녀가 내 친구라고 믿게 된다.
그게 힘든 시간을 같이 보냈던 그 세월에 대한 정인지 지오디 노래의 힘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