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밥, 혼술, 혼영, 혼여 등등등 나홀로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무리들 속에서 혼자 있는 사람을 무례할 정도로 신기하게 쳐다보고 별종으로 취급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까마득한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지나칠 정도로 남의 시선을 신경 썼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취급했던 한국 사회가 나홀로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에는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 보급률을 자랑하는 국가답게 정말 빠르고 대중적으로 잘 정착했다는 것을 집밖을 조금만 벗어나도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 아닌 수 없다.

 

뭐든 남들보다 한 발 늦었던 내가 유일하게 한 발 빨랐던 것이 있다면 (혼밥 영역을 제외한) 나혼자 문화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모라 애런스-밀리의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의 제목을 처음 듣고선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리도 신선하게 포장을 했나 싶었다. 한국은 이미 나홀로 문화가 이렇게나 잘 뿌리내리고 정착했는데 다른 나라들은 아직 정착이 더딘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는 업무와 성공에 관해 나홀로 문화를 예찬한 책이었고 내막을 파악하자마자 나홀로 문화의 신실한 예찬족임에도 의아한 지점이 너무나도 많이 느껴지며 혼란스러웠다. 업무에 관해서 '팀워크'와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분야의 책들은 이미 넘치게 많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혼자 일하며 성취감을 얻으라니 이건 22세기형 자기개발서로 느껴짐과 동시에 너무나도 솔깃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점 또한 더불어 많이 느껴졌다.

 

소심함의 문제는 아니지만 워낙 일상에서 혼자가 편해지다 보니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답답하고 속이 터지는 상황을 만나면 혼자 해치우는 게 더 속 편하고 오히려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나 혼자 짊어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설사 혼자서 초인적인 힘으로 열을 해내면 그다음엔 열하나를 건네고 바라는 게 회사와 거래처 놈들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이전에도 학교의 조별 과제로도 그러한 문제는 익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는 업무에 관해 내향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고독과 은둔을 사랑하라고 한다. 과연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달콤한 사탕발림인지 다가올 미래를 한 발 빠르게 준비하는 대비책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매일의 행복보다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중요시한다. 분명 이는 뛰어난 리더이자 세상을 변화시켜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훌륭한 자질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어도 괜찮다. 고백컨대 나는 확실히 그런 사람이 아니다.

 비전이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신의 진정한 비전은 아마도 이보다 덜 극적이고 개별적일 것이다. 월요일 아침에도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싶다는 것도 훌륭한 비전이다.

 비전을 세우는 일은 자기 수용이며, 결코 화려하다고 할 수 없는 비전도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므로 비전을 찾기 위해서는 인생 상담 코치를 찾아가는 대신 그저 자신에게 솔직하면 된다.

 억만장자가 되어 거대한 성에서 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바람은 공상이지 비전이 아니다. 비전은 그 성의 축소판이다. 어느 정도의 재정적 자유, 유의미한 업무, 자녀 계획이나 책을 쓰는 일과 같은 개인적이 목표들을 달성할 여유 등이 포함된다. 나의 경우 비전이란 다시는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 일하지 않는 인생을 말한다. p.109-110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식이다. 모라 애런스-밀리는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에서 내향인의 초점에 맞춰 그들이 외향인으로 다시 태어지지 않고도 성취를 이루어내고 성공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인식이 바뀌듯이 업무적인 면에서도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변화할 것을,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보여준다. 내향인의 세심함을 잃지 않고 고독과 불안을 무기로 삼아 더 좋은 상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의 가장 큰 열쇠는 비전임을 알려주며 공상과 비전을 확실하게 구분해주며 숨어 있는 비전을 이끌어내준다. 기대 이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솔깃한 부분들 역시 많았지만 일에 관해서는 혼자서 확실하게 잘 하는 사람보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은 대쪽같아서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크게 심경의 변화나 각성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도 몰랐던 나의 비전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상사가 되는 것이라는 걸 이번 독서를 통해 꺼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사과 작가의 존재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어이없는 편견으로 그동안 김사과 작가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했었다는 걸 깨달은 지는 얼마 안 됐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동안 김사과라는 이름과 더불어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등단을 하고 꾸준한 작품 발표를 화려한 이력을 두고 작가를 등단 당시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가 정도로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예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오랫동안 귀여니 이후 나와 동갑인 소설가가 한국 문단에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려 왔었는데 이미 김사과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엉뚱하게도 새로운 작가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어린 나이에 등단하여 자신만의 색을 뚜렷하게 발산하며 꾸준하게 작품 발표를 해온 이 천재적인 작가의 매력에 빠진 계기는 엉뚱하게도 소설이 아닌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는 어느 팟캐스트의 코너에서(창비 라디오 책다방 26회) 김사과 작가는 그야말로 끼를 뽐내며 남다르게 자신의 작품을 읽어 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김사과 작가의 소설보다 인간 김사과의 매력에 먼저 빠졌었다.

 

 모든 꽃이 활짝 피어나지는 않지만, 모든 꽃은 반드시 진다. 꽃이 시드는 모습은 피는 장면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 추함의 인상적임에 있어 개화를 능가한다. 꽃병에 갇힌 채,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조금씩 탁하게 변해가는, 탄력을 잃어가는 꽃잎, 죽음에 가까워지는 냄새. 처음 봤을 때 드물게 생생한 들꽃이었던 세영이는 활짝 피어날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나는 나의 탁월한 발견에 감탄하며 서둘러 꽃봉오리가 가득 맺힌 꽃 무더기를 꺾어 꽃병에 꽂았다. 그리고 차갑고 투명한 물에 약간의 독을 섞었다. 꽃봉오리는 활짝 피어나는 대신 정지된 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얼어버린 듯, 정지된 채 시간이 흐르고, 꽃봉오리는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향한다. 어쩌면 내년을 기약하며? 하지만 뿌리가 없는걸? 안타까운가? 하지만 봄이 오면 사방이 꽃 천지다. 얼마든지 피어나게 할 수 있다. 얼마든지 꺾어서 커다란 화병 가득 빽빽하게 채워넣을 수 있다. 세영이는 그런 존재에 불과했다. 드물게 독특하고 매혹적인 꽃이지만, 값과 노력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그 비슷한 것을 사다가 꽂아놓을 수가 있다. 그럴 수 있다. 얼마든지. 아니, 그래야 한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는 한가? p.83-84

 

우선 제목부터가 김사과 답다는 감탄을 절로 들게 한다. 『0 영 ZERO 零』(이하  『제로』), 도대체 이 책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소설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쉽게 유추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제목을 부르는 것부터 일단 머뭇거리게 만들다니 역시 보통이 아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막힘없이 술술 읽히지만 화자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도무지 그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며 헤매고 마는대서 작가의 무시무시한 내공에 또 감탄해버리고 만다. 누군가를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고 마는 세계관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잠식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동의할 수 없는 인물에 이해는 물론이고 연민의 감정조차 들지 않지만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밑줄을 긋게 되는 아이러니는 또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전 남자친구 성연우, 독일에 살 때 만났던 같은 반 김명훈, 주인공이 선택한 그녀의 제자 세영이, 독립잡지 멤버들(김지영 선배, K, Y, 이민희),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허영과 이기심의 괴상한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토록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비유들의 향연이라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혼자 오래 곱씹고 음미하고 싶은 소설들이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들어보고 싶은 소설들이 있는데 김사과 작가의 『제로』는 후자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내가 즐겁게 읽은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지고 많은 해석들을 듣고 싶어진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불행을 바란다.

 그것은 진실이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다. 김지영 선배는 미친 짓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p.120

 

『제로』는 작가정신에서 리뉴얼된 '소설향'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중편소설에 맞는 판형과 디자인으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것은 물론이고 김사과 작가를 시작으로 앞으로 발표될 작품들의 화려한 작가진(윤이형, 김이설, 김엄지, 임현, 정지돈, 정용준, 오한기, 조해진, 백수린, 최수철, 함정임 등)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소설만큼이나 부록으로 수록된 김사과 작가와 황예인 평론가의 대화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의 근황, 작가가 들려주는 소설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았던 소설을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 이어질 작가정신의 '소설향'시리즈에 대한 기대와 김사과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라는 종은 고기 섭취를 줄일 조짐을 보인 적이 없다. 따라서 미래의 식단에서 고기가 빠지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지속 가능하게 고기를 얻는 방식을 꼭 찾아내야 한다." 

- 마스트리히트대학교 보도자료 (p.93)

 

인생에서 '돌도 씹어 먹는 시기'를 지나자마자 위장약을 달고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약발로 살만해서 그런지 아직 덜 아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경각심이 들긴 해도 구체적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등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크게 가리는 것 없고 건강보다 맛에 더 이끌린 식습관을 하고 있지만 부쩍 주위에 건강을 신경 쓰는,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건강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육과 도살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고기를 탄생시켜 인간과 동물을 동시에 구한다는 『클린 미트』에 관한 짤막한 소개 글을 보자마자 영화 <옥자>에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슈퍼 돼지 프로젝트'의 만행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옥자와 미자의 우정을 보고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소시지를 보면 죄책감을 느끼고 꺼려 하게 됐던 데에는 영화가 전해줬던 후유증이 크기도 했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실험들이 비현실적인 허구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로 동물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후문에 대한 충격이 상상 이상의 내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그럼에도 여전히 고기라면 가리지 않고 환영부터 하고 있긴 하지만...). 

 

 폴 샤피로 Paul Shapiro는 이 책을 통해 세포 농업 cellular agriculture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식품과 의복 생산을 책임지는 멋지고 희망적인 미래를 강조한다. 이 방법이라면 인간은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가축의 사육과 도축을 빠른 시일 내에 멈출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산업동물을 사육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류 역사의 어두운 단면인 노예제도처럼 끔찍하다고 느끼게 될지 모른다.

 21세기에 기술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성한 능력을 인간에게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사피엔스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 유발 하라리 서문 (p.11)

 

동물의 사육과 도살이 사라진 미래가 온다. 모든 위험이 제거된 고기가 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실험실에서 탄생한다!

동물 학대 없이, 구제역이나 조류 독감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고기의 탄생이 먼 미래에 꿈꿔볼 만한 공상 과학이 아닌 성공을 완수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동시에 노파심이 생기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주목하고 투자한 사업인데다 책의 서문을 유발 하라리가 썼다고 하니 '클린 미트'에 관한 주제나 책에 관해서  없던 관심도 생겨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건강, 안전, 환경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새로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가 방대하게 펼쳐진다.

 

평소 크게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가 아님에도 내가 아는 세계 너머의 일이 이미 현실이 되었고 많은 것들이 꽤나 구체적인 형태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토록 다양한 목소리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이미 완성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클린 미트』를 통해 클린 미트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여전히 주위에선 클린 미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안드라스 포르각스 (p.147)

 

나는 해당이 안 되지만 먹거리, 식재료에 대해 깐깐하고 똑똑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클린 미트'에 관한 인식도 바뀌고 기존 축산업계의 대비, 한국의 상업화 방안 등 많은 것이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인조 가죽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진작 가졌지만 여전히 천연 가죽이 대접받는 시대를 돌아보며 과연 클린 미트는 그 연구 취지에 맞게 시장에 잘 정착하고 소비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동물의 사육과 도살이 비단 식생활에만 연관되는 것은 아닌데 화장품 등 다른 분야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어가는 속도가 붙으니 1권보다 2권이 더 두꺼움에도 더 빠르게 읽힌다. '반룡蟠龍, 용이 될 남자'라는 부제에 하권은 소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가 싶었지만 왕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궁중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권력의 다툼이라는 소재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 연상이 되지만 궁금증이 풀리고 나름의 반전을 맞이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즐겁다.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지만 그 매력이 미모가 다가 아닌, 지혜롭고 용맹한 진짜 영웅인 왕현의 진짜 매력에 빠져들면서 소설이 전하는 매력에 진하게 물들게 된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다. 원망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일개 여인일 뿐, 이별이 무섭고 고독이 두려운 한낱 여인일 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소기의 아내이자 예장왕의 왕비였다.

 이 고통은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요, 이 원망도 나 혼자만의 원망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전쟁 중에 가족과 목숨을 잃고 피붙이와 헤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 모든 일을 겪는 이와 비한다면 내가 어찌 원망할 수 있으며 어찌 고통스러워할 수 있겠는가! p.292

 

 지금 내게 도전한 왕천 하나를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마음이 여리다 여기고 업신여겨 감히 내 모든 것을 노릴 터였다.

 나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당연히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화근을 뿌리 뽑을 것이다. p.237

 

『제왕업』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데에는 중국 문학 작품에 대해 조예가 깊지 못해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지만 '로맨스'보다 '역사'에 더 집중되었던 점이 크게 한몫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작가가 1980년생 여성이라는 점이 편견으로 사로잡힌 나에게 가장 큰 소설의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왕현의 미모가 부각된 표지의 일러스트와 '웹소설'에서 기대했던 스토리와 이야기의 법칙들이 작았던 기대감에 크게 벗어나면서 매력을 더해주었다. 과연 장쯔이가 만들어낼 왕현의 매력은 시청자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드라마는 어떻게 원작의 매력을 담아내고 제작될지 기대감을 품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문학은 대륙의 스케일 답지 않게 한국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것이 사실이다. 유명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 출간되고 노벨 수상 작가가 배출돼도 잠깐 주목을 받을 뿐 그 명성과 인기가 이어지거나 다른 작품으로까지 크게 확장되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문화 콘텐츠들은 이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유독 문학 작품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이 결코 중국 문학이 영화나 다른 영역들에 비해 수준이 낮아서라거나 특별히 진입장벽이 높아서는 아닐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제왕업』을 읽어나갔다.

 

 "왜나하면 네게는 그보다 더 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고모의 눈빛은 물빛처럼 서늘했다. 

 "무엇이 더 중한 일인가요?"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꾹 참으며 따졌다. "고모에게 중한 일이 꼭 제게도 중한 것은 아니에요!"

 고모에게 중한 것은 황후의 자리며 권세, 태자의 지위뿐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며, 자담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또 별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같은 것이 있지. 그것은 지난날의 내게도, 또 오늘날의 내게도 그러하며 대대로 바뀐 적이 없다. 무엇이 가장 중하고, 또 무엇이 가장 가치 있을까?"

 고모는 내게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기도 했다. 서늘한 눈빛은 나를 꿰뚫고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가 머나먼 시절 어느 순간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문득 고모의 목소리가 잠겼다.

 "나도 무척 사랑한 사람이 있었단다. 한때 그는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또 슬픔이었지. 그 기쁨과 슬픔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 그것을 얻든 잃든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단다. 그러나 또 다른 얻음과 잃음은 나 혼자만의 기쁨과 슬픔보다 훨씬 깊고 중하며, 살아 있는 한 거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었지. 그것은 바로 가문의 영예와 책임이었어."

 가문의 영예와 책임.

 낯선 글자는 하나도 없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말인 듯 생소했다. p.56-57

 

중국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화제의 작품 메이위저의 장편소설 『제왕업』은 웹소설 조회수 10억뷰, 누적 판매 500만 부의 베스트셀러이자 내년 방송될 장쯔이 주연 드라마 『강산고인(江山故人)』의 원작 소설이라는 타이틀만으로 대륙의 스케일에 대한 놀라움과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명성은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대하드라마처럼 1,020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어떻게 펼쳐질까 상상하며 책을 읽어 나간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나오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은 인물명들에 자주 멈칫하게 되지만 황실에서 귀하게 자란 왕현 앞에 펼쳐지는 광활하고 화려한 무대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권력 다툼의 스토리는 거침없이 이어진다.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등장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본심은 무엇인지를 가늠하며 나름의 반전을 맞이하면서 책장을 넘겨 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는 왕현의 매력에 독자들 역시 예외 없이 깊이 빠져들게 된다. 광활한 여정을 함께 한 것 같은데 아직 절반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다. 남은 이야기가 왕현의 여행과 같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해나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