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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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라는 종은 고기 섭취를 줄일 조짐을 보인 적이 없다. 따라서 미래의 식단에서 고기가 빠지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지속 가능하게 고기를 얻는 방식을 꼭 찾아내야 한다." 

- 마스트리히트대학교 보도자료 (p.93)

 

인생에서 '돌도 씹어 먹는 시기'를 지나자마자 위장약을 달고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약발로 살만해서 그런지 아직 덜 아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경각심이 들긴 해도 구체적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등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크게 가리는 것 없고 건강보다 맛에 더 이끌린 식습관을 하고 있지만 부쩍 주위에 건강을 신경 쓰는,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건강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육과 도살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고기를 탄생시켜 인간과 동물을 동시에 구한다는 『클린 미트』에 관한 짤막한 소개 글을 보자마자 영화 <옥자>에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슈퍼 돼지 프로젝트'의 만행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옥자와 미자의 우정을 보고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소시지를 보면 죄책감을 느끼고 꺼려 하게 됐던 데에는 영화가 전해줬던 후유증이 크기도 했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실험들이 비현실적인 허구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로 동물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후문에 대한 충격이 상상 이상의 내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그럼에도 여전히 고기라면 가리지 않고 환영부터 하고 있긴 하지만...). 

 

 폴 샤피로 Paul Shapiro는 이 책을 통해 세포 농업 cellular agriculture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식품과 의복 생산을 책임지는 멋지고 희망적인 미래를 강조한다. 이 방법이라면 인간은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가축의 사육과 도축을 빠른 시일 내에 멈출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산업동물을 사육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류 역사의 어두운 단면인 노예제도처럼 끔찍하다고 느끼게 될지 모른다.

 21세기에 기술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성한 능력을 인간에게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사피엔스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 유발 하라리 서문 (p.11)

 

동물의 사육과 도살이 사라진 미래가 온다. 모든 위험이 제거된 고기가 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실험실에서 탄생한다!

동물 학대 없이, 구제역이나 조류 독감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고기의 탄생이 먼 미래에 꿈꿔볼 만한 공상 과학이 아닌 성공을 완수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동시에 노파심이 생기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주목하고 투자한 사업인데다 책의 서문을 유발 하라리가 썼다고 하니 '클린 미트'에 관한 주제나 책에 관해서  없던 관심도 생겨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건강, 안전, 환경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새로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가 방대하게 펼쳐진다.

 

평소 크게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가 아님에도 내가 아는 세계 너머의 일이 이미 현실이 되었고 많은 것들이 꽤나 구체적인 형태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토록 다양한 목소리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이미 완성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클린 미트』를 통해 클린 미트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여전히 주위에선 클린 미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안드라스 포르각스 (p.147)

 

나는 해당이 안 되지만 먹거리, 식재료에 대해 깐깐하고 똑똑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클린 미트'에 관한 인식도 바뀌고 기존 축산업계의 대비, 한국의 상업화 방안 등 많은 것이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인조 가죽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진작 가졌지만 여전히 천연 가죽이 대접받는 시대를 돌아보며 과연 클린 미트는 그 연구 취지에 맞게 시장에 잘 정착하고 소비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동물의 사육과 도살이 비단 식생활에만 연관되는 것은 아닌데 화장품 등 다른 분야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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