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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책을 읽어가는 속도가 붙으니 1권보다 2권이 더 두꺼움에도 더 빠르게 읽힌다. '반룡蟠龍, 용이 될 남자'라는 부제에 하권은 소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가 싶었지만 왕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궁중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권력의 다툼이라는 소재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 연상이 되지만 궁금증이 풀리고 나름의 반전을 맞이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즐겁다.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지만 그 매력이 미모가 다가 아닌, 지혜롭고 용맹한 진짜 영웅인 왕현의 진짜 매력에 빠져들면서 소설이 전하는 매력에 진하게 물들게 된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다. 원망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일개 여인일 뿐, 이별이 무섭고 고독이 두려운 한낱 여인일 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소기의 아내이자 예장왕의 왕비였다.
이 고통은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요, 이 원망도 나 혼자만의 원망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전쟁 중에 가족과 목숨을 잃고 피붙이와 헤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 모든 일을 겪는 이와 비한다면 내가 어찌 원망할 수 있으며 어찌 고통스러워할 수 있겠는가! p.292
지금 내게 도전한 왕천 하나를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마음이 여리다 여기고 업신여겨 감히 내 모든 것을 노릴 터였다.
나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당연히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화근을 뿌리 뽑을 것이다. p.237
『제왕업』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데에는 중국 문학 작품에 대해 조예가 깊지 못해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지만 '로맨스'보다 '역사'에 더 집중되었던 점이 크게 한몫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작가가 1980년생 여성이라는 점이 편견으로 사로잡힌 나에게 가장 큰 소설의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왕현의 미모가 부각된 표지의 일러스트와 '웹소설'에서 기대했던 스토리와 이야기의 법칙들이 작았던 기대감에 크게 벗어나면서 매력을 더해주었다. 과연 장쯔이가 만들어낼 왕현의 매력은 시청자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드라마는 어떻게 원작의 매력을 담아내고 제작될지 기대감을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