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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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혼술, 혼영, 혼여 등등등 나홀로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무리들 속에서 혼자 있는 사람을 무례할 정도로 신기하게 쳐다보고 별종으로 취급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까마득한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지나칠 정도로 남의 시선을 신경 썼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취급했던 한국 사회가 나홀로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에는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 보급률을 자랑하는 국가답게 정말 빠르고 대중적으로 잘 정착했다는 것을 집밖을 조금만 벗어나도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 아닌 수 없다.

 

뭐든 남들보다 한 발 늦었던 내가 유일하게 한 발 빨랐던 것이 있다면 (혼밥 영역을 제외한) 나혼자 문화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모라 애런스-밀리의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의 제목을 처음 듣고선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리도 신선하게 포장을 했나 싶었다. 한국은 이미 나홀로 문화가 이렇게나 잘 뿌리내리고 정착했는데 다른 나라들은 아직 정착이 더딘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는 업무와 성공에 관해 나홀로 문화를 예찬한 책이었고 내막을 파악하자마자 나홀로 문화의 신실한 예찬족임에도 의아한 지점이 너무나도 많이 느껴지며 혼란스러웠다. 업무에 관해서 '팀워크'와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분야의 책들은 이미 넘치게 많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혼자 일하며 성취감을 얻으라니 이건 22세기형 자기개발서로 느껴짐과 동시에 너무나도 솔깃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점 또한 더불어 많이 느껴졌다.

 

소심함의 문제는 아니지만 워낙 일상에서 혼자가 편해지다 보니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답답하고 속이 터지는 상황을 만나면 혼자 해치우는 게 더 속 편하고 오히려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나 혼자 짊어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설사 혼자서 초인적인 힘으로 열을 해내면 그다음엔 열하나를 건네고 바라는 게 회사와 거래처 놈들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이전에도 학교의 조별 과제로도 그러한 문제는 익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는 업무에 관해 내향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고독과 은둔을 사랑하라고 한다. 과연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달콤한 사탕발림인지 다가올 미래를 한 발 빠르게 준비하는 대비책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매일의 행복보다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중요시한다. 분명 이는 뛰어난 리더이자 세상을 변화시켜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훌륭한 자질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어도 괜찮다. 고백컨대 나는 확실히 그런 사람이 아니다.

 비전이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신의 진정한 비전은 아마도 이보다 덜 극적이고 개별적일 것이다. 월요일 아침에도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싶다는 것도 훌륭한 비전이다.

 비전을 세우는 일은 자기 수용이며, 결코 화려하다고 할 수 없는 비전도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므로 비전을 찾기 위해서는 인생 상담 코치를 찾아가는 대신 그저 자신에게 솔직하면 된다.

 억만장자가 되어 거대한 성에서 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바람은 공상이지 비전이 아니다. 비전은 그 성의 축소판이다. 어느 정도의 재정적 자유, 유의미한 업무, 자녀 계획이나 책을 쓰는 일과 같은 개인적이 목표들을 달성할 여유 등이 포함된다. 나의 경우 비전이란 다시는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 일하지 않는 인생을 말한다. p.109-110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식이다. 모라 애런스-밀리는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에서 내향인의 초점에 맞춰 그들이 외향인으로 다시 태어지지 않고도 성취를 이루어내고 성공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인식이 바뀌듯이 업무적인 면에서도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변화할 것을,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보여준다. 내향인의 세심함을 잃지 않고 고독과 불안을 무기로 삼아 더 좋은 상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의 가장 큰 열쇠는 비전임을 알려주며 공상과 비전을 확실하게 구분해주며 숨어 있는 비전을 이끌어내준다. 기대 이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솔깃한 부분들 역시 많았지만 일에 관해서는 혼자서 확실하게 잘 하는 사람보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은 대쪽같아서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크게 심경의 변화나 각성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도 몰랐던 나의 비전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상사가 되는 것이라는 걸 이번 독서를 통해 꺼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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