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 완전하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행복의 가능성들
성진환.오지은 지음 / 수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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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개연애를 하고 부부가 되고 반려견을 맞이하여 살아가는 소식들을 뉴스와 SNS를 통해 접하면서 두 분이 공동으로 어떤 작업을 발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성진환, 오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그들의 일상을 들려주는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의 출간 소식은 마치 착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산타 할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정말 제가 이 선물을 받아도 되나요). 오지은 작가님 에세이 잘 쓰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작가 성진환의 글이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됐고(가사 잘 쓰시니 당연히 글도 잘 쓰겠지),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소식을 팔로우 하고 있는 두 분의 SNS가 아닌 출판사를 통해 먼저 알게 되어 나약해진 팬심에 반성하며 단숨에 책을 읽어갔다.

그래서 룰을 정했다. 중립맨이 되지 않을 것. 내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 부모와 분리가 될 것(많은 사람의 경우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부모에 대해 불만을 얘기할 때 과하게 발끈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나와 둘이 가족이 될 것. 내가 받고 있는 차별이나 부당함에 대해 온전하게 인식하기.

지금은 만난 지 12년째, 결혼한 지는 7년째. 큰 트러블없이 지내고 있다. 효도는 각자 하기. 돈은 각자 열심히 벌기. 재미있는 일은 같이 하기. p.108 「페미니스트 부부」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해서 함께 가정을 꾸리고, 반려동물이 금지된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이 반려동물을 맞이하여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일상을 들려주는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은 성진환 작가의 만화와 오지은 작가의 에세이가 어우러져 특별함을 더해주는 그야말로 귀한 에세이집이다. 곳곳에 디테일을 담고 있는 성진환 작가의 그림과 날카롭고 냉철한 사고를 도와주는 오지은 작가의 글은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술술 책장을 넘겨가며 함께 공감하고 함께 분노했으면 좋았을 텐데 공감까진 함께 했지만 분노보다는 반성의 빈도가 많았던 나로서는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된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한편으론 덕분에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들도 많았는데 평생을 동물을 무서워하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던 나는 어느새 흑당이의 랜선 이모가 되어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성진환, 오지은 부부가 흑당이와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일들이 즐거웠다.

사람의 인생은 길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믿을 수 없다. 현재의 맹세는 허약하다. 그렇게 믿는 나 같은 사람도 연애를 했다. 누군가를 지금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나중에 헤어질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말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헤어질 테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하잖아, 하고 생각했다. p.325 「영원에 대하여」





서울살이에 대해 조금은 외롭다고 노래했던 오지은 작가에게 파주살이는 이전보다 나은 점들이 더 많아 보여 안심되고 더 응원하게 된다. 나에게 성진환, 오지은 부부는 다방면으로 재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을 쉽게 해내는 것 같아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공저로 기대 이상의 책을 발표해줘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앞으로 다른 분야로 활동을 확장해나가도 무조건 응원하고 믿고 보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을 제대로 심어줬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이번 책이 잘 돼서 두 분이 함께 발표하는 에세이가 주기적으로 발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야무지게 가졌었는데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침 최근 두 부부는 꼬마라는 고양이 집사로 간택되어 완벽한 세모 모양의 행복이 막 네모로 바뀐 참이다. 네 식구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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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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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머이브리지를 언급하자마자 그가 내 말을 잘랐다. "올해 머이브리지에 관해서 아주 중요한 책이 나왔다는 거 압니까?"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이 도입되기 전, 시간은 사람들이 몸을 담그는 강이었다. 

리베카 솔닛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히도 '페미니즘'이다. 나에게 리베카 솔닛은 페미니즘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이고 그녀의 페미니즘 관련 저서들은 페미니즘 교과서나 진배없는데 아마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로 깊게 인식되고 있는 리베카 솔닛이지만 사실 페미니즘은 그녀를 수식하는 무수한 단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리베카 솔닛이 영국 출신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에 대해 다룬 예술비평집 『그림자의 강』이 출간됐다. '맨스플레인'이란 단어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유행을 시키는데 일조한 그 유명한 '머이브리지에 관한 아주 중요한 책', 바로 그 책이다. 이쯤 되면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에 대한 호기심에 리베카 솔닛을 향한 기대감이 더해져 무조건 챙겨 읽어야 할 책이 되어버리고 만다. 

 예술적인 장점을 평가할 때 작품과 예술가 본인의 사적인 삶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는 우리 시대의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사의 파편이 아니라 작품 안에 담긴 윤리 - 물론 이 둘은 절대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 이다. 예술에는 항상 예술가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머이브리지의 사적인 삶을 대변하는 소외는 그의 사진에서도 분명하게 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독립성은 이단아였던 그의 삶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이브리지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거장다운 명징함은, 재판정에서 드러난 감정에 휩싸인 인물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역사의 '위인' 이야기들이 근래에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머이브리지를 살펴봐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그가 없었다면 영화 매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의 근원에 관한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재능은 다른 데에서도 생겨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재능을 가진 인물의 흔적은 그렇지 않다. 머이브리지에 대한 반응은 복합적이지만, 덕분에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흘러 다니는 이미지'의 시대를 낳은 완벽한 선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놀라움의 시대, 진부함의 시대, 타락의 시대, 화려한 볼거리와 사악함의 시대, 되돌릴 수 없는 상실과 극적인 성취의 시대 말이다. 1877년, 머이브리지가 플로라도를 개신교 고아 시설에 맡긴 다음 해에 그는 진정 시대의 부모 역할을 맡게 되었다. p.233-234 

머이브리지에 대해 알려진 것들을 살펴보면, 그라는 사람은 그냥 그의 작품으로 가기 위한 텅 빈 통로 정도로만 보인다.

활동사진의 핵심 요소들을 발명하고 영화의 탄생에 영향을 끼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예술가이자 과학자 혹은 부인의 외도 상대를 죽인 살인자인 머이브리지에 대해 그가 남긴 사진과 그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발자취를 짚어보고 촘촘하게 분석한다. 리베카 솔닛의 예리하고 냉철한 분석이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 이상을 보여주며 독서 내내 쉼 없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머이브리지의 생애와 그의 업적, 미국의 역사에 대한 리베카 솔닛의 통찰은 예리하고 날카롭고 그녀의 글은 더없이 유려하다. 무엇보다 비평가로서의 자세와 태도가 너무나도 근사하다. 진짜란 이런 것이다. 리베카 솔닛은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나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머이브리지의 동작연구는 다양한 생물 종들이 분화되어 나오는 태초의 생명체 같은 것이었다.

머이브리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리베카 솔닛의 시선을 따라 읽으며 풍부한 독서가 되었을 텐데 『그림자의 강』을 통해 머이브리지를 입문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독서 내내 들다가도 기대 이상의 오랜 독서를 마치고 나서는 리베카 솔닛을 통해 한 인물의 삶과 당시의 시대상과 예술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 관통했다는 자긍심으로 충만해진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명민한 지성에 대한 감탄은 예술 비평에서도 크게 빛났고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글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작가의 작품을 풍성하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독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더불어 커졌다. 

 

 

* 창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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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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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와 큰 딸, 가정폭력을 피해 어린아이 둘과 돌아온 작은 딸이 오래된 목련 빌라에 함께 살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각자의 분담은 확실해졌다. 다른 가족들이 일을 하러 간 사이 집안일과 두 조카의 양육은 화자인 큰 딸 나의 몫이다. 고단한 하루를 겨우 견디며 살고 있는 나에게 유일하게 나에게 집중하고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은 늦은 밤 시를 읽고 필사하는 시간이다. 

 "언니는 글을 쓰고 싶은 거지?"

 순간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 마치 거짓말을 하다 들킨 것처럼 창피한 마음이 드는 한편, 몰래 착한 일을 한 것이 드러나 이제야 칭찬받는 것마냥 쑥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니라고 숨기고 싶다가도,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 남에서 자라고 있는 걸 밝혔다.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이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안간힘으로 중력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쳐든 연하디연한 작은 싹과 같은 나의 희망에 대해서.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말했다. 무슨 글을 쓰고 싶으냐고 물어본 것도 동생이 처음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동생은 참을성 있게 내 대답을 기다려줬다. 나는 간신히 입을 벌려 발음했다.

 "시."

 그 순간,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그 창백한 연두색 싹이 불쑥 커 올라 이파리를 막 뻗치는 기분이 들었다. 활짝 펼쳐진 잎들은 앞다퉈 반짝였다. 이런 가분을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나는 그저 아득하기만 했다. p.63-64

<소설, 향> 시리즈 세 번째  소설인 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엔 인생을 유독 힘들고 가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내 펼쳐진다. 집안일과 조카들의 양육을 혼자 짊어진 시인 지망생 화자에게 그녀의 삶과 시는 그야말로 완벽한 짝사랑이고  '필사의 밤'은 필사적인 밤이다.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관통하는 2,30대 인물들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함을 느끼고 있는 독자들에게 김이설 작가는 혼자 가사와 돌봄 노동의 짐을 짊어진 40대 미혼 여성에게 부여하여 기시감과 미시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거대한 서사 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200페이지 내외의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 공허의 감정이 언제 와서 이렇게나 쌓였는지 모를 일이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그러곤 뚝, 통화가 끊겼다.

 피지 못한 꽃, 이라는 말을 들은 날에도 나는 시를 쓰지 못했다. 필사 노트만 두꺼워지고 있었다. 낙선자로만 평생을 살아가면 어쩌나 싶은 마음.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되어, 패배자가 되어, 이대로 무용한 인간이 돼버리면 어떡하나 매일 두려웠다. 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연둣빛 싹이라도 될 수 있다면, 아니 새하얀 뿌리 한 쪽 될 수 있다면. p.117

지금까지 발표된 <소설, 향> 시리즈의 소설들(김사과 『0 영 ZERO 零』, 윤이형 『붕대 감기』)과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역시 단단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주인공에 대한 공감도가 남달랐지만 무엇보다 상투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집안일을 저평가 하는 엄마, 가족 중 유일하게 주인공을 걱정하고 알아주는 아빠 캐릭터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부모님의 모습이었고 주인공의 감정을 너무나 잘 알고 이해했지만 그래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조금도 예측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짐작 가능했던 여자들의 연대 부재-그럼에도 혼자 일어서는-가 좋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성실해도 더디고 느려 뒤처지는, 실력이 꿈을 못 따라가는 사람이었지만 김이설의 문장들은 너무나 시적이었다. 곳곳의 문장들을 따라 써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 소설에서 '필사'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그깟 집안일이라고 하지 마. 나는 이 악물고 했던 일들이야." p.160 

소설만큼 구병모 소설가의 추천사도 무척이나 좋았다. 습작 시절 썼던 작품들을 아직까지 상자에 보관해 간직하고 있다는 구병모 작가의 일화와 창작 노트와 필사 노트가 라면 박스로 족히 일곱 개는 되는 소설 속 화자의 모습이 닮아 보여 재밌기도 했고 『네 이웃의 식탁』,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과 같은 소설을 쓰며 목소리는 내는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고맙고 든든한데 소설 너머에서 서로 응원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감동적이었다. 또한 <소설, 향> 시리즈에 대한 충성심과 기대감이 더불어 커지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발표된 세 권의 책과 출간 예정 리스트만 봐도 든든하다. 그러니 여러분, 책장에 <소설, 향> 시리즈 자리를 확보해 두세요.

*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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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디테일 -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
BJ 포그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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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목적은 현재 내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모습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쉽고 즐거운 방법을 제안하는 데 있다.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의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p.8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는 곱씹을수록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습관만 무서운 게 아니다. 습관이 만들어낸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정직하고 투명하다. 왜곡이 낄 틈을 주지 않는다. 좋은 습관들이 생활화되어 있고 누적되어 있다면 진작 뭐라도 됐을 텐데 습관이라면 부정적인 쪽으로 특출한 나로서는 『습관이 디테일』의 제목에서부터 찔리는 것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뼈 맞기와 반성의 시간을 각오하고 『습관의 디테일』의 독서를 해나갔다. 마침 연말과 몇몇 이른 마감 업무를 앞두고 시기도 적절했다. 

 

 

스탠퍼드대학교 행동설계연구소장 BJ 포크가 20년간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면의 작동원리를 탐구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찾아낸 변화를 만드는 행동 설계를 소개한다. 그는 탐구를 통해 "작은 것은 강하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작은 습관을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7단계 행동 설계를 제시하고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 속에서 습관에 대한 비밀을 찾아낸다. 동기와 의지는 신뢰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는 작은 습관 기르기에 대해 디테일하게 이야기한다. <포브스>의 추천사처럼 습관에 대한 비밀을 이보다 과학적으로 다룬 책은 없다. 

 

습관을 만드는 7단계 행동 설계


1단계 : 열망을 명확히 한다

변화하고 싶다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그려라.

 

2단계 : 행동 선택지를 탐색한다

할 수 있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다. 목록을 쓰라.

 

3단계 : 자신에게 적합한 구체적인 행동을 찾는다

포커스 맵으로 황금 행동을 찾는다.

 

4단계 : 적절한 자극을 준다

좋은 습관과 짝을 이룰 일상의 자극은 무엇인가.

 

5단계 : 아주 작게 시작한다

작을수록 쉽고 재밌다. 행동을 쪼개고 나누라.

 

6단계 : 성공을 축하한다

과도하게 축하하라. 축하는 습관의 영양분이다.

 

7단계 : 반복하고 확대한다

작은 습관을 반복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나쁜 습관을 중단하거나 고치는 데도 습관이 필요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작은 행동으로 시작해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제시와 사례들은 빠른 실행을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큰 보상'은 효과가 없으니 새로운 행동을 한 직후 나에게 꼭 맞는 축하 방식으로 파워 축하를 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저자 BJ 포그의 축하 방식은 소변을 본 후 팔굽혀펴기를 시작했을 때 약간 과장해서 두 주먹을 흔들며 "대단해!"하고 외치는 것이라고 한다.) 당장 나에겐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 행동을 정하고(이건 어렵지 않다), 그 행동 순서에 따랐을 때 즉시 축하할 파워 축하 방식을 정해야 하는(이건 조금 어려워 보인다) 숙제가 생겼다. <보건교사 안은영> OST 뺨치는 축하 로고송을 만들고 그 축하곡을 부르기 위해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 행동을 순서에 따르고 성공을 이끌어낼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본격적인 시작을 하기도 전에 이미 반 이상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러니까 『습관의 디테일』은 한마디로 엄청난 책이다.

 

 "성공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너무나 유명한 이 말은 나도 연구를 통해 수없이 확인한 사실이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따로 있다. 성공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아주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낸다면 곧바로 자신감이 커지고 다시 유사한 도전을 하려는 동기가 높아진다. 이를 성공 모멘텀 success momentum이라고 부르자. 성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작은 습관 기르기에서는 작은 성공의 신속한 달성을 목표로 한다. p.228


『습관의 디테일』은 쉽게 읽히고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어려운 책도 아니다) 다 읽고 난 후 보람이 엄청난 책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이미 변화가 일어나는 경험을 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임이 쉽게 짐작된다. 나는 새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닌데 내년 달력에는 고치고 싶은, 새로 시작하고 싶은 습관들을 몇 가지 적어보고 그 행동을 성공할 때마다 파워 축하 노래를 부를 거란 계획을 이미 세워버렸다. 정말 딱 맞는 시기에 책을 잘 읽은 것 같아 독서의 기쁨이 더 커진다. 내년 다이어리도 장만해야 하고,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 행동도 정해야 하고, 파워 축하 로고송도 만들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 흐름출판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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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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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인간의 번뇌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반대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번뇌도 과거에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갖가지 욕망과 번뇌를 천재 화가들이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면 분명 놀랄 것입니다. p.7 프롤로그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가 명화 속에 은밀하게 감춰진 욕망에 대해 다룬 책 『욕망의 명화』가 출간됐다. 이른바 '그림 읽어주는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나는(그럼에도 안목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건 미스터리다) 책의 출간 소식에 대한 반가움도 남달랐는데 '욕망'이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묶었다는 데서 몇 년 전 즐겁게 읽었던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욕망의 힘』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나카노 교코는 어떤 작품들을 다루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불어 커졌다. 



 

 롤랭 역시 자신이 지불한 고액에 걸맞은 완성작을 마음에 들어 하고 이걸로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불멸이 되었다며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멸이 된 이름은 반 에이크였다. 롤랭의 이름은 그림의 제목에 남았고 그의 얼굴도 그림에 남았다. 하지만 롤랭이 누구인지 무엇을 한 사람인지는 완전히 잊혔다. 정치가는 어지간한 실적이 없는 한 무능한 왕보다 잊히기 쉽다. (무능한 왕은 그 무능함 때문에 기억되고 무능한 정치가는 무능하니까 완전히 망각된다.) 롤랭은 가난한 평민 계급으로 태어났지만 무척 애를 쓰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변호사가 되었고 부르고뉴 공국 필리프 3세(Philippe le Bon)아래서 재상으로 권세를 누렸다. 당시엔 그가 누구인지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력자였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던 그는 훌륭한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하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얼굴만 나온 그림이라면 봐 주는 사람이 적다. 자신이 등장하는 제단화를 그려서 고향 교회에 기진하면 수많은 사람이 보는 것은 물론이고 두 손 모아 기도도 해 줄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 정치가는 그림 속에서 마치 성인인 척하게 된 것이다. 예상외로 이런 타입은 현대에도 있는 듯하다. p.195 얀 반 에이크의 <재상 니콜라 롤랭의 성모>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 5가지의 욕망을 나누고 주제에 따른 작품 선정과 작가와 작품, 당시의 문화, 역사에 관한 비하인드스토리가 폭넓게 펼쳐진다. 작품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호기심을 건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해서 작품 전체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방식이 흥미롭다. 혼자 작품을 감상했더라면 눈길을 오래 끌지 못했을 부분들과 작품의 내외적 비하인드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막힘이 없다. 나카노 교코가 들려주는 작품의 비밀과 반전에 대한 이야기에 명화를 다시 살펴보고 감상하기 위해 쉼 없이 책장을 다시 넘겨보게 된다. 미술을 넘어 그리스 신화, 오페라, 유럽사, 패션, 시대의 배경 등 다양한 분야로 이야기가 확장되는 방법 역시 흥미롭다. 덕분에 익히 알고 있던 헨리 8세와 앤 불린 이야기 이후의 역사 이야기를 미술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품을 인정해 준 시람은 피카소 등밖에 없을 정도로 극히 적었고 루소는 항상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표현이 주관적이고 치졸하며 주제 의식도 부족하다고 여겨진 데다가, 하층 계급 출신에 교양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모멸감까지 느껴야 했다. 프랑스에서는 자기 작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예술가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요점은 인텔리들이 그의 너무나 뛰어난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루소는 자기 뇌 안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미술사에서 루소는 '소박파'(naive art)로 분류된다. 마치 어린이가 열심히 그린 그림 같을 정도로 빈약해 보이는 작품 이미지 탓에 루소 역시 소박한 인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진지하게 모사하는 등 부지런히 공부했고 자기 잣품에는 절대적으로 자신이 있었다. 단순히 순진하거나 선량하기만 한 사람은 어니었다. p.211-212 앙리 루소의 <럭비하는 사람들>


도스토옙스키는 그림의 세로 길이가 2.6미터나 되는 대작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시스티나 성모>를 제대로, 자세히 감상하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가 작품을 감상해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나카노 교코는 독자들이 작품을 제대로, 자세히 감상할 수 있도록 기꺼이 의자가 되어준다. 압도적인 작품 크기, 생생한 색감과 질감이 표현된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를 쉼 없이 깨우는 위험한 책이기도 하고 나카노 교코가 앞으로 다룰 작품들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작품들을 다룰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얇은 두께로 금방 끝난 이야기가 못내 섭섭한 점이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다. 다루는 작품 목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의 매력이 그야말로 엄청난 책이다. 


*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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