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개연애를 하고 부부가 되고 반려견을 맞이하여 살아가는 소식들을 뉴스와 SNS를 통해 접하면서 두 분이 공동으로 어떤 작업을 발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성진환, 오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그들의 일상을 들려주는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의 출간 소식은 마치 착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산타 할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정말 제가 이 선물을 받아도 되나요). 오지은 작가님 에세이 잘 쓰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작가 성진환의 글이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됐고(가사 잘 쓰시니 당연히 글도 잘 쓰겠지),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소식을 팔로우 하고 있는 두 분의 SNS가 아닌 출판사를 통해 먼저 알게 되어 나약해진 팬심에 반성하며 단숨에 책을 읽어갔다.
그래서 룰을 정했다. 중립맨이 되지 않을 것. 내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 부모와 분리가 될 것(많은 사람의 경우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부모에 대해 불만을 얘기할 때 과하게 발끈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나와 둘이 가족이 될 것. 내가 받고 있는 차별이나 부당함에 대해 온전하게 인식하기.
지금은 만난 지 12년째, 결혼한 지는 7년째. 큰 트러블없이 지내고 있다. 효도는 각자 하기. 돈은 각자 열심히 벌기. 재미있는 일은 같이 하기. p.108 「페미니스트 부부」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해서 함께 가정을 꾸리고, 반려동물이 금지된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이 반려동물을 맞이하여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일상을 들려주는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은 성진환 작가의 만화와 오지은 작가의 에세이가 어우러져 특별함을 더해주는 그야말로 귀한 에세이집이다. 곳곳에 디테일을 담고 있는 성진환 작가의 그림과 날카롭고 냉철한 사고를 도와주는 오지은 작가의 글은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술술 책장을 넘겨가며 함께 공감하고 함께 분노했으면 좋았을 텐데 공감까진 함께 했지만 분노보다는 반성의 빈도가 많았던 나로서는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된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한편으론 덕분에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들도 많았는데 평생을 동물을 무서워하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던 나는 어느새 흑당이의 랜선 이모가 되어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성진환, 오지은 부부가 흑당이와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일들이 즐거웠다.
사람의 인생은 길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믿을 수 없다. 현재의 맹세는 허약하다. 그렇게 믿는 나 같은 사람도 연애를 했다. 누군가를 지금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나중에 헤어질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말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헤어질 테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하잖아, 하고 생각했다. p.325 「영원에 대하여」
서울살이에 대해 조금은 외롭다고 노래했던 오지은 작가에게 파주살이는 이전보다 나은 점들이 더 많아 보여 안심되고 더 응원하게 된다. 나에게 성진환, 오지은 부부는 다방면으로 재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을 쉽게 해내는 것 같아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공저로 기대 이상의 책을 발표해줘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앞으로 다른 분야로 활동을 확장해나가도 무조건 응원하고 믿고 보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을 제대로 심어줬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이번 책이 잘 돼서 두 분이 함께 발표하는 에세이가 주기적으로 발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야무지게 가졌었는데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침 최근 두 부부는 꼬마라는 고양이 집사로 간택되어 완벽한 세모 모양의 행복이 막 네모로 바뀐 참이다. 네 식구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