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집사 - 집사가 남몰래 기록한 부자들의 작은 습관 53
아라이 나오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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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가격이나 가치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작가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구매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고 한다. 무명작가의 작품도 누구나 알만한 미술계의 큰 손이 작품을 구입하면 유명세는 물론이고 높은 작품값이 보장된다고 한다. 이렇게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손은 당연하게도 부자들이다. 경제를 넘어서 예술 분야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허영심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세계적인 부자들을 상대로 집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버틀러&컨시어지 주식회사 대표이사 아라이 나오유키가 가까이에서 부자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삶과 성공 스토리를 공개한 책이라는 소개 글만 보고 나 역시 평소 부자들을 향한 호기심과 관심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부자의 집사』의 독서는 마치 무섭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큰 기대 없이 보는 여름 시즌 호러 영화 같았다. 호기심과 관심이 높은 소재를 다루었어도 이 책이 내 허영심과 호기심을 만족시키며 충족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탓에 기대치는 낮았는데 딱 그 기대치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었다. '부자들은 평범한 일반인들과 모든 면에서 다를 것이다. 그들의 실체를 알고 싶지만 그런 걸 쉽게 알려줄 리 없다. 결국 이 책도 부자들도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할 것이다.'라는 나의 예감은 조금도 비켜가지 않았던 것이다. 머리는 알지만 몸이 하지 못하는 것들의 이야기가 부자들의 삶이라고 쓰여있는 점에서 경각심을 느끼기도 하고, 결국 내가 궁금했던 건 부자들의 삶의 태도나 철학이 아닌 그들의 사생활이었다는 점에서 반성이 되기도 했다.

 

작가의 시선은 부자들의 비즈니스, 인간관계, 돈에 맞춰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큰 비밀이나 전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가까이에서 집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그들의 비즈니스 이면의 모습을 알려주었다면 더 크게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부자들의 자식 교육이나 취미 등 관심분야를 다루었다면 그 시선으로 보는 부자들의 인간관계도 조금은 달라지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라면 조금도 모르는 독자들은 작가가 그들의 모습을 겉핥기 식으로 다뤄도 깊게 읽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부자들의 생활에 조금의 호기심도 충족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부자들의 이야기라면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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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는 힘 - 처음 시작하는 관점 바꾸기 연습
이종인 지음 / 다산3.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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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의 표지, 책날개의 작가 소개와 트리츠 창시자인 알츠슐러 박사의 소개 글만 봤을 때만 해도 이 책은 당연히 자기개발서인줄 알았다. 책의 날개만 봐서는 도저히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수박 겉핥기 식의 독서가 될 거라는 생각은 차례를 넘기면서까지도 계속됐었다. 본문이 시작되고 주제에 맞는 여러 사례들을 스토리텔링한 책이라는 진짜 정체를 알고 나자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독서에 빠져들게 되었고 괜한 오해를 품었던 마음이 미안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를 의심하는 겁니다.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과정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제껏 잘못된 답을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왜 잘못된 답을 따라왔을까요? 그것은 보이는 것을 그저 보이는 대로만 봤고, 그래서 하나의 답만을 찾았으며,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문제의 내면을 봐야합니다." p.178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생각의 그물을 쳐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사례들이 생각의 관점을 바꿔주고 책의 제목처럼 다르게 보는 힘을 길러준다. 실제 기업들의 성공사례들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고 고민해봤음직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하늘 아래 새로운 문제는 없다. 주인공 홍 팀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나면 현재 내가 처한 문제사항들에 대한 생각의 그물이 절로 쳐지며 주변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원체 머리 회전이 느리고 행동이 굼뜬지라 홍 팀장처럼 문제 해결 방법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하나의 현상을 누구나 똑같이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홍콩에서 파는 바퀴벌레 튀김에 질색하지만 그들에게는 기호식품입니다. 맞다, 틀렸다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입니다." p.236

 

 

 "부정적인 태도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은폐하려고 합니다. 자연히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죠. 하지만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면 문제를 더욱 넓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p.244

 

 

몇년째 꼬박꼬박 작성하던 일기 쓰기를 작정하고 그만두었던 건 매일 반복되는 고민들이 지겨워서였다. 생활 여건이 바뀌고 장소가 바뀌어도 나 자신을 괴롭혔던 반복되는 고민들은 여전했다. 사실 과거형으로 쓸 일도 아니다. 현재 나를 괴롭게 하고 있는 고민들이 과거 나를 그토록 괴롭혀댔던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마음껏 끄적이는 일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많이 해봤지만 다름 관점에서 살펴보고 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 일이라면 낯선 일이다. 연습장을 펼쳐 생각의 그물을 치고 내 문제 모순도를  그리며 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봐야겠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단순하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여전히 벗어나지 못할 거란 비관적인 생각이 들지만 아주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 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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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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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간 소식이 들려왔다. 늦은 감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데뷔작이 드디어 발간됐다. 마스다 미리의 초기 그림체를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은 오피스 레이디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란 소개 앞에서 그만 작아지고 만다. 공감의 아이콘 마스다 미리가 데뷔 전 6년간의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담은 이야기라 하니 이번 만화 또한 내 이야기가 틀림없다. 심지어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라는 제목은 이번 책 역시 대책 없이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 줄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안겨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스다 미리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2,30대 사무직 여성들을 대변하며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낸다. 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4컷 만화의 형식 안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순환 속에서 반복되는 고민과 설레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이어진다. 주인공 로바야마 로바코의 감정에 몰입하며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고 지난날의 과거를 회상하며 기특하게도 반성이라는 것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스기카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표현력을 아쉬워하는 로바야마처럼 나 역시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를 읽으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공감"과 "위로", "감동"으로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빈약한 표현력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경주마는 아니지만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언젠가 들판을 달리겠다는 꿈을 꾸는 당나귀 모습의 로바야마에 대한 작가 후기를 읽으며 마스다 미리의 철학과 세심함에 감탄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책을 다 읽고 나자 이 책이 2001년에 출간한 마스다 미리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어쩜 한국이나 일본이나, 2001년이나 2016년이나, 2,30대 사무직 여직원들의 일상이나 그들의 고민이 조금도 다른 점이 없다는 사실은 경악할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따뜻한 감성을 안겨준 책이 순식간에 공포물로 둔갑하게 되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책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일상에서는 주인공보단 주변인으로 더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는 로바야마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역시 나는 상사에게도 할 말 다 하는 스기카와나 영업부 최고 미인 리카를 공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부가 거칠어도 화장을 하고,
상사, 선배, 후배 온갖 인간관계에 마음을 쓰고,
감기 기운 정도는 무시한 채 만원 버스에 오르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하는
여자들은, 나는 언제나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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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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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만한 사람의 강력한 추천이 아니고서는 늘 책을 끼고 사는 평소였다면 절대 손이 가지 않을 책이다. 읽고 싶은,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 관심분야도 아니고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너무나 분주했던 요즘엔 책을 끼고 사는 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백만 가지쯤의 핑계는 독서를 후순위로 미뤄두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정말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자 무슨 책이든 읽어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장르도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읽어야만 한다는 의무감은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을 책에도 눈길이 가게 했다. 작가와 출판사 측에는 미안하지만 거창한 독서 동기의 실체는 겨우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책을 손에 쥐고 차례부터 훑어봐도 솔깃은 하지만 새로울 것 없어 보였다. 나는 이 책의 주요 독자층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도 시큰둥했는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지만 시큰둥하게 책장을 넘기던 나는 금방 이 책의 주요 독자층답게 책을 꽉 쥐며 빠져들게 되었다. 기대가 적었던 탔에 기대 이상으로 책이 좋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이 책의 매력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남인숙 작가는 공감능력과 필체로 대한민국의 20대 이상의 여성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건드렸다. 긍정적인 마인드라면 뭐든 잘 될 거라는 대책 없는 희망고문도 없고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독설 없이도 현대의 여성들의 마음을 이토록 잘 헤아려주는 이 작가의 글을 이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쉬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선사해주었다.  

 

 삶에 방은 두 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가진 다른 영역이 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나 역시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운 사춘기 딸과 영 내 맘 같지 않은 남편에게 실망이 많이 느껴질 때면 바깥사람들과 만나 일하며 생기를 회복한다. 반대로 냉정한 일터에서 난타당하고 온 날은 '그래도 내 편'인 가족의 따뜻함에 힘을 얻는다. 

 오직 한 개의 방에서 질식하지 않으려면 방의 주인은 더욱 현명하고 부지런해져야 한다. 항상 환기에 신경 써야 하고, 방이 더러워지거나 망가지지 않게 노력을 쉬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그 방 안에 예쁜 칸막이라도 하나 들여 잠시나마 방 두 개의 효과를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나는 차라리 선택의 여지가 있어서 더 어려운 여자들에게 두 개의 방을 가지라고 권하는 것이다. p.32

 

독서의 초반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책을 단숨에 읽어내고 나 자 이 한 권의 책이 나에게 두 개의 방 역할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의무감으로 시작된 독서였지만 이 책을 읽어내고 이 책에 빠져가는 과정들 속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독서도 되었고 휴식도 되어주었다. 이토록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글들을 술술 풀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하다가도 크나큰 위안을 받으며 위로가 됐고 휴식이 됐다. 책의 후반 육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며 책을 꽉 쥐었던 손이 느슨해지기도 했고 왜 이 책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됐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가 작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더 공감하고 위안이 되어주는 부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한 이유로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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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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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이 계속되고 있다. 몸은 바쁘고 마음은 심란하고, 놓치거나 포기하게 되는 일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고 분주함 속에서도 해낸 결과물들이 절대 만족스러울 리 없지만 그럼에도 부산을 떨어대는 일상의 연속이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나쁘지만은 않았었다. 도무지 독서를 할 시간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조급해지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쁘지만은 않은' 상태였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독서는 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설득시키던 즈음 들려왔던 신간 소식은 14년 만에 산문집을 발표한 현기영 작가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였다. 산문집 제목을 확인하던 그 순간부터 '나쁘지만은 않다'라는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어디선가 비슷한 말을 들어봤음직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부산을 떨어대던 나를 강하게 깨우쳤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 제목의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했다.

 

노년의 작가가 늙어감을 이야기한다. 바쁜 일상에서 지나치고 말아버리는 감정과 주변의 것들을 현기영 작가는 더없이 세심하게 살펴보고 증언한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낯익어 보였던 제목과는 달리 본문의 내용들은 어디서도 보지 못 했던 현기영 작가 특유의 필체로 오랫동안 살펴보게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나도 좋았고 너무나도 귀했다. 노년의 남성 작가의 산문으로 작가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할 수 있었던 건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경험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난 작가가 끊임없이 제주 4・3사건을 증언하고 강정마을 사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들을 읽을 땐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라는 산문집의 제목을 처음 접했던 순간에 이어 다시금 나를 강하게 깨우치는 경험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분주하고 부산스럽게 보내는 일상이 나쁘지는 않았었지만 그렇게 늙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라는 것이 첫 번째 깨우침이었다면 나도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증언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것이 두 번째 깨우침이었다. 그렇게 늙어가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부서지기 쉽다. 맹목의 질주 뒤로 아름다운 것들이 수없이 부서져 버려지고 있다. 과거 속에 버려진 아름다운 것들을 복원해내야 한다. 부당하게 폐기된 아름다움과 의미들을 해명해내는 일을 문학이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살려 천박한 현재를 순화시키는 길일 것이다. p.248

 

아름드리 해묵은 나무를 한 단어로 축약한 노거수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견해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는데 수많은 연륜이 형성해놓은 노거수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처럼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의 산문들 역시 현기영 작가의 수많은 연륜이 형성해놓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글들의 모음이었다. 늙어간다는 증거여도 좋으니 많은 것을 놓치고 혹은 지나치고 살아가고 있는 바쁜 일상 속에서 처음 발견하거나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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