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신간 소식이 들려왔다. 늦은 감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데뷔작이 드디어 발간됐다. 마스다 미리의 초기 그림체를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은 오피스 레이디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란 소개 앞에서 그만 작아지고 만다. 공감의 아이콘 마스다 미리가 데뷔 전 6년간의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담은 이야기라 하니 이번 만화 또한 내 이야기가 틀림없다. 심지어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라는 제목은 이번 책 역시 대책 없이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 줄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안겨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스다 미리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2,30대 사무직 여성들을 대변하며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낸다. 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4컷 만화의 형식 안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순환 속에서 반복되는 고민과 설레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이어진다. 주인공 로바야마 로바코의 감정에 몰입하며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고 지난날의 과거를 회상하며 기특하게도 반성이라는 것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스기카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표현력을 아쉬워하는 로바야마처럼 나 역시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를 읽으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공감"과 "위로", "감동"으로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빈약한 표현력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경주마는 아니지만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언젠가 들판을 달리겠다는 꿈을 꾸는 당나귀 모습의 로바야마에 대한 작가 후기를 읽으며 마스다 미리의 철학과 세심함에 감탄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책을 다 읽고 나자 이 책이 2001년에 출간한 마스다 미리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어쩜 한국이나 일본이나, 2001년이나 2016년이나, 2,30대 사무직 여직원들의 일상이나 그들의 고민이 조금도 다른 점이 없다는 사실은 경악할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따뜻한 감성을 안겨준 책이 순식간에 공포물로 둔갑하게 되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책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일상에서는 주인공보단 주변인으로 더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는 로바야마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역시 나는 상사에게도 할 말 다 하는 스기카와나 영업부 최고 미인 리카를 공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부가 거칠어도 화장을 하고,
상사, 선배, 후배 온갖 인간관계에 마음을 쓰고,
감기 기운 정도는 무시한 채 만원 버스에 오르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하는
여자들은, 나는 언제나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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