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 - 정신과 의사들이 현장 상담에서 배운 대화의 힘
김효원.김은영.정두영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듣는마을말하는기술 #글항아리 #대화법 #정신과 #정서지능 #트라우마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1년 차 초반에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교수님과 선배들이 '그냥 얘기를 잘 들으면 된다'고 하셨다. 교수님 한 분은 '살면서 누가 자기 말 없이 20분 동안 당신 얘기를 듣기만 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럴 때는 이렇게 해야지'라며 충고와 조언을 하거나,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는데'하면서 본인 얘기를 하기 쉽다. 자기 입장과 생각과 욕구를 낮추고, 다른 사람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 글항아리, 33 P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719751604516735.jpg)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의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듣기와 말하기는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의사 소통 방식이지만, 생각보다 듣기와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듣기와 말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의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 글항아리에서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울산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정두영 교수가 쓴 책입니다. 두 작가님 모두 정신의학 전문가이셔서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가 컸습니다. 김효원 작가님은 일반적인 대화가 어려운 정도의 조증 환자나 조현병 환자를 진료할 때도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치료자로서 돕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도와야 전하는지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법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더라면 알지 못했을 소통의 방법이 이 책 속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719751604516736.jpg)
김은영 작가님은 서울대 정신건강센터에서 학생 상담을 하시며 섣부른 조언과 확언을 학생들에게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을 잘 하는 것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분인데, 책을 읽으면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두영 작가님은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갈등에 관심이 많은 분입니다. 학교, 회사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의사소통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두영 작가님이 집필한 1장과 5장은 직장인의 입장에서 유독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단순히 '말을 잘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대화의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 가능한 소통 능력과 소통 비결과 같은 고급 정보가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작가님은 대인관계를 위한 언어도 별도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듯 마주한 상대와 생각 및 감정을 주고받는 기술은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소통 능력은 성격이 활달한 사람들이 타고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생 갈고 닦아 나가야 할 능력이었던 것입니다. 직장생활 스트레스 중 하나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의사소통 능력을 잘 할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천천히 정독해 보는 편을 추천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719751604516737.jpg)
또한 이 책은 요즘 인기있는 소설의 예시도 들어주고 있어서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듣기'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요.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레 듣기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미소, 열린 자세, 몸을 앞으로 기울이기 등과 같이 듣는 태도를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숨겨진 맥락을 파악하며 듣기' 방법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화할 때는 숨겨진 맥락, 하지 못한 말을 찾아서 들으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저는 그동안 이것을 많이 놓치고 살았던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점이 많습니다.
'말하기의 기본기 다지기'와 관련된 내용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하기를 잘 하는 방법에 더하여, 하지 말아야 할 리엑션이 무엇인지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엉뚱한 반응, 영혼이 없는 비인간적 반응 등의 예시가 나와 있는데요. 예시를 보면서 저도 이런 반응을 상대방에게 보였던 것은 아닌가 반성을 했습니다. 말을 잘 한다는 건 언변술이 화려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내 말을 쏟아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상대방과 소통하는 게 말하기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말은 관계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며 크게 와닿았습니다. 말 한 마디로 멀어진 인연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 책은 듣기와 말하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의사소통으로 파생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관계도 인정하라는 책 속의 말이 저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일독할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늘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고, 앞으로 더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을 출간해주신 작가님들과 글항아리 출판사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