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 키워드 - 제주기독신문에 3년간 연재된 제주 인문학의 주제
문희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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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들의 싸움이 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 동네에서 보는 한라산이 가장 곱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우리 동네에서 잡히는 자리가 제일 맛있다."라는 것이다. 민물 유입이 많은 곳, 바위섬 해역들은 플랑크톤이 활발히 요동한다. 그래서 함덕 섬오롬 아래 다려도, 수월봉 아래 차귀도, 모슬포 절워리 아래 형제섬, 남원 자배오롬 아래 지귀도는 유명한 자리돔 산지들이다.


<제주문화 키워드> 51 p / 문희주 / 지식과감성






저는 제주도에 몇 번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멋진 자연 풍경, 분위기 좋은 카페에 푹 빠져 있었지요. 하지만 관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제주도에 대한 궁금증이 늘 남아 있었습니다.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는, 말로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로 제 머릿속에 궁금증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가 깊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콘텐츠는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닙니다. 한국사 관련 책만 해도 제주도에 할애된 지면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저의 제주도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이 사라지는 줄로만 알았는데, 마침 좋은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바로 문희주 작가님의 <제주문화 키워드>입니다.




문희주 작가님은 제주오롬문화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며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제주오롬문화탐구반>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무려 30여 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시고 수필, 시 등을 창작하신 뛰어난 문필가이십니다. 작가님은 제주 출생으로 20여 년간 해양학 교수 및 학장 등을 역임하였고, 대만과 태국에서 10여 년 간 한국어 교수로 활동하셨습니다. 귀국 후에는 <제주기독신문>, <뉴스라인제주> 등에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발표하셨습니다. 작가님의 이 정도 뛰어난 이력이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보통 교수님들이 쓴 책들을 보면 글이 딱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희주 작가님은 문학적인 감성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가독성이 좋습니다. 271페이지나 되는 책인데도 저는 출퇴근길에 틈틈이 3일 동안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제주 자연, 제주 절기, 제주 역사, 제주 생활을 테마로 하여 작가님이 제주기독신문에 3년간 연재한 글들이 모여 있습니다. 한 편 당 보통 2장 정도 되는 분량이라 읽기에 부담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와 같은 직장인들은 따로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스타일의 편집도 독자들에게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는 동안 제주도에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삼월이면 제주도 곶자왈에 천리향꽃이 핀다고 쓰셨습니다. 이 천리향꽃은 하얀 꽃이 핀다고 하여 백서향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제주산 백리향꽃을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이 22쪽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글만 보면 정확히 어떤 형태의 꽃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사진까지 있어서 제주도의 자연을 더욱 잘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문주란, 제주찔레로 불리는 돌가시낭, 늦은 봄에 별 모양으로 피어나는 윤낭꽃 사진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주 절기의 키워드와 관련한 글들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도시에서는 24절기를 달력에서나 확인하지 직접 자연의 변화로 잘 느끼지는 못합니다. 뉴스에서 오늘이 입춘이다, 입동이다하는 이야기를 하니까 절기를 한 번씩 확인할 뿐이지요. 작가님이 어린 시절 제주도에서 겪었던 절기의 문화가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기독교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셔서 제주 절기를 출애굽, 부활절 등과 연결시켜 새로운 문화적 관점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단순히 제주도를 조사하여 쓴 책이 아니라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듬뿍 가지고 많은 준비를 하여 쓴 글이라는 게 잘 느껴집니다.


제주 역사와 제주 생활을 읽을 때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멜의 제주도 난파와 귀로, 고려시기 제주 목사의 행적, 귀국선과 제주 흉년, 제주 잔칫집과 돗괴기반에 대한 글이 기억에 유독 남습니다. 제가 몰랐던 제주도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다니, 작가님의 능력에 감탄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저 재미만을 목표로하는 가벼운 인스턴트식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꼼꼼한 조사를 거쳐 제작한 책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제주문화 키워드>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제주도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해 드리는 책이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를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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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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