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혁 지음 / 새벽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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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사랑, 삶, 사람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아주 짧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이혁 작가님은 SNS에서 많은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다정한 위로의 글을 써온 분으로, 전국 나눔 공모전 글 부문 장려상 수상 경력도 있습니다. 책 전체에는 거창한 인생론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덜 힘들게 만드는 마음”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보다, 지하철에서 몇 페이지씩 펼쳐 읽고 마음에 걸리는 문장 하나를 가져오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저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형식의 글은 출퇴근길에 부담 없이 읽기 좋았습니다. 긴 서사를 따라가야 하는 책과 달리 중간에 덮었다가 다시 펼쳐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행복을 특별한 성취가 아니라 관계 속의 평범한 시간에서 찾으려는 태도였습니다. “어디든, 너라면 좋다”라는 글에서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이 풍경의 의미를 바꾼다는 생각이 잘 드러납니다. 결국 행복은 환경 자체보다 그것을 누구와 경험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이야기같다고 느꼈습니다.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삶의 만족도에 안정적인 관계와 사회적 연결감이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함께 있음’은 단순히 감상적인 사랑 예찬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단한 사건보다 함께 걸었던 길, 별것 없이 주고받았던 대화 같은 사소한 순간을 훨씬 오래 기억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게 포장하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사과는 늦기 전에”라는 글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던진 말이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풀리는 듯하다가도 말 한마디에서 갑자기 닫히곤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을 함부로 하기 쉽지만, 관계가 가까울수록 오히려 언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관계를 겪으면서 말 자체보다 그 말이 드러내는 태도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상처를 주고 나서 “그럴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애초에 상대의 마음에 남을 말을 한 번 더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까지 진심이었던 마음”에 관한 글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상대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진심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관계가 끝나면 과거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때 내가 성실하게 사랑했던 시간까지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 마음을 어떻게 평가했느냐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스스로 기억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고대 스토아철학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타인의 마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할지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문장들도 복잡한 철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결국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일상 속에서 잠깐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분에게 잘 맞습니다. 인간관계에 지쳐 있는 분, 이별이나 변화 이후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싶은 분, 또는 긴 글을 읽을 여유는 없지만 하루에 한두 문장 정도는 좋은 글을 만나고 싶은 분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적지 않지만, 익숙하다는 사실이 반드시 단점은 아닙니다.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말도 꼭 필요한 순간에 다시 들으면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 하나 때문에 하루의 기분이 조금 달라진다면 이 책의 역할은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작은 틈마다 행복이 이미 있었음을 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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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르네상스의 대화
이케다 다이사쿠.루 매리노프 지음 / 중앙일보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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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철학이 삶을 설명하는 데는 능하지만, 정작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책입니다. 이 책을 지은 이케다 다이사쿠 작가님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평화·교육·생명존엄의 문제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상가이며, 루 매리노프 작가님은 철학을 상담과 일상의 문제 해결에 적용해 온 ‘철학 카운슬링’의 선구자입니다. 두 작가님의 대화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서로 다른 철학적 배경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철학은 실제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가라는 곳으로요.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치유’를 단순히 고통이 사라지는 상태로 보지 않는 관점이었습니다. 책에서는 ‘괴로움을 없애고 낙을 준다’는 의미와 함께, 한 인간이 자기 삶을 긍정하고 존중하는 상태로 나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고대 철학의 본래 모습도 떠올렸습니다. 스토아철학이나 에피쿠로스철학 역시 오늘날처럼 학술 논문을 생산하기 위한 체계라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훈련하는 삶의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말하는 ‘철학의 르네상스’란 새로운 철학 이론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철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실천적 기능을 되찾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빛나게 하면서 눈앞의 한 사람과 함께 행복과 승리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 역시 철학의 출발점을 거대한 담론보다 구체적인 한 인간에게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삶이 복잡해질수록 즉각적인 해결책보다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타인의 행동 역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타인의 문제에 지나치게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이것은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삶의 중심을 잃지 않은 채 타인과 관계 맺는 법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적 성찰이 현실을 대신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현실에 끌려다니지 않을 정신적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분명 실용적인 힘이 있습니다.





후반부의 예술에 관한 대화도 흥미롭습니다. “음악은 정신의 울림”, “음악은 희망의 리듬”, “음악은 평화의 공명”이라는 표현에서 예술을 단순한 취미나 아름다운 장식으로 바라보지 않는 두 작가님의 관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책은 예술과 생명, 스승과 제자, 죽음의 문제까지 논의를 확장합니다. 여기서 저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결국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예술과의 관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관계까지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대화가 바로 치유”라는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좋은 대화란 상대를 논리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말이 넘쳐나는데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꽤 현실적인 철학적 제안으로 읽힙니다.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는 특정 철학자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배우려는 독자보다, 철학이 지금 자신의 삶에 무슨 소용이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더 잘 맞는 책입니다.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싶은 분, 인간관계와 사회의 갈등에 지친 분, 행복·교육·평화·예술·죽음처럼 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문제를 천천히 생각해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 작가님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읽다가 멈춰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지?”라고 묻게 되는 순간이 이 책의 진짜 효용일 것입니다.  


#철학르네상스의대화 #이케다다이사쿠 #중앙일보S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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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배 - 바다 위를 달리는 기계의 구조와 원리 미래 공학자를 위한 비주얼 엔지니어링 1
톰 크레스터디나 지음, 장석봉 옮김 / 윌북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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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배 #어린이책 #초등과학 #추천도서 #미자모





<일하는 배>는 배를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서 실제로 일하는 공간’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평소 배를 볼 때도 저는 선체의 크기나 속도보다 “저 안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장비가 어떤 순서로 움직일까” 하는 쪽에 더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단면 그림을 보는 순간부터 꽤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조타실, 선실, 저장고, 기계실이 한 화면 안에서 연결되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가며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는 모습이 보여서 배 한 척이 작은 도시이자 공장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어선과 소방선, 해안 경비선, 페리선, 연구선이 각각 전혀 다른 목적에 맞춰 설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는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여도 결국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따라 내부 구조부터 달라지는 기계라는 사실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이 책을 쓴 톰 크레스터디나 작가님은 단순히 배를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실제로 알래스카 바다에서 오랫동안 어부로 일했고, 해양공학도 공부한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 정보가 책상 위에서 조사한 지식처럼 느껴지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의 시선으로 살아 있습니다. 엔진실의 구조, 그물과 통발이 움직이는 과정, 선원들이 먹고 자는 공간까지 쓸데없이 멋있게 꾸미지 않고 ‘일하는 모습’ 그대로 담아낸 점이 좋았습니다. 장석봉 번역가님은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교양서를 번역해 온 분인데, 복잡한 기계 용어를 어린 독자가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정보가 얕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초등학교 3학년 조카와 함께 읽었는데, 예상대로 글보다 먼저 배의 단면도에 완전히 꽂혔습니다. 특히 킹크랩 어선 페이지에서는 “게를 이렇게 많이 싣고 다녀?”라며 저장 공간부터 확인했고, 연어잡이 그물망 어선에서는 배 밖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그물을 한참 따라가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가 기계의 원리를 이해할 때 반드시 수식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 힘으로 들 수 없는 무거운 통발을 끌어올리려면 모터와 도르래 같은 장치가 필요하고, 잡은 물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면 저장 공간과 냉각 설비가 필요합니다. 그림 속에서 ‘문제→장치→작업 결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공학적 사고의 기본을 눈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조카도 “왜 여기에 이게 있어?”라는 질문을 계속했는데, 사실 그 질문 자체가 이 책을 가장 제대로 읽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특히 재미있게 본 부분은 배 안에서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육지에서는 집과 직장이 따로 있지만, 장기간 바다에 나가는 배에서는 선실, 주방, 조타실, 갑판과 기계실이 하나의 폐쇄된 시스템 안에 존재합니다. 배 한 척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엔진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항해를 담당하는 사람, 갑판에서 장비를 다루는 사람, 잡은 생선을 처리하는 사람, 날씨와 안전을 확인하는 사람이 모두 맞물려야 합니다. 실제 선박에서도 복원성, 무게 배분, 연료와 물의 관리가 중요하듯이 한 공간의 작은 변화가 전체 안전과 연결됩니다. 책 속 킹크랩 어선이나 연구선의 단면을 보다 보면 기계를 이해하는 일이 결국 인간의 노동과 협업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그 점에서 <일하는 배>는 단순한 탈것 도감보다 훨씬 넓은 책입니다.





배나 기계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에게는 당연히 추천하고 싶고, 특히 레고나 조립 장난감처럼 “안이 어떻게 생겼지?”를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아주 잘 맞습니다. 해양 생물이나 어업에 관심 있는 어린이, 장래 희망으로 선장·해양연구원·기관사 같은 직업을 궁금해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부모가 옆에서 굳이 어려운 설명을 많이 해주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질문이 계속 생기는 책이라 가족 독서용으로도 괜찮았습니다. 어른에게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매일 먹는 생선 한 마리가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배와 기계, 사람의 노동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면 평범한 바다 풍경이 조금 달라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카보다 제가 더 오래 들여다본 페이지가 몇 장 있었다는 건… 굳이 비밀로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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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가 필요해? : 머리 위의 세계 여행 - 2023 함부르크 그림책상 수상작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72
카렌 엑스너 지음, 최나현 옮김 / 꿈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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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가필요해? #그림책 #역사 #추천도서 #신간도서 #미자모





<모자가 필요해?>는 제목만 보면 가볍고 유쾌한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막상 펼쳐보면 ‘머리에 무엇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문화, 신분, 종교, 기술을 함께 읽게 만드는 꽤 영리한 책입니다. 저는 평소 모자와 복식사를 볼 때 단순히 디자인만 보지 않고, 왜 이런 형태가 생겼는지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졌는지를 함께 보는 편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모자는 햇빛을 가리는 생활용품이면서 동시에 신분을 표시하고, 공동체의 소속을 드러내며, 때로는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장비이기도 합니다. 머리 위의 작은 물건 하나에 인간 사회가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카렌 엑스너 작가님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시각예술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작가로, 그림을 단순히 ‘그리는’ 대신 오일 파스텔을 칠한 뒤 긁어내는 독특한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합니다. 실제 책을 보면 이 방식의 매력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강렬한 노랑, 분홍, 청록 같은 색이 큰 판형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거칠면서도 세밀한 선이 겹쳐져 마치 민속박물관과 현대 그래픽 전시를 동시에 보는 듯합니다. 최나현 번역가님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간디자이너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이 책의 시각적 성격과 잘 어울리는 번역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책 특유의 리듬과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실크해트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마술사나 옛 신사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19세기 유럽에서는 한때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품위를 드러내는 중요한 복식이었습니다. 산업화 이후 남성 정장이 점점 표준화되면서 모자는 직업과 계층, 예절을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기호가 되었지요. 반면 북미 원주민의 깃털 머리 장식처럼 특정 공동체 안에서 명예와 역할, 의례적 의미를 지닌 장식도 등장합니다. 이런 물건은 단순히 ‘예쁜 전통 모자’로 소비해서는 안 되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착용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왕관과 군용 헬멧, 터번, 우주비행사의 헬멧까지 한 책에 나란히 놓고 보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겉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인간은 머리 위에 무언가를 얹으며 자신의 신분을 말하고, 신념을 표현하고,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켜왔다는 공통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의 ‘위에서 내려다본 모자 퀴즈’ 같은 구성도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형태를 관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꽤 잘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여행이나 전시에서 전통 복식을 보면 의복보다 먼저 머리 장식에 시선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몸에 입는 옷은 시대에 따라 비슷한 실용성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머리 장식은 유난히 그 사회의 상징 체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만 생각해도 갓 하나를 두고 신분과 예법, 재료, 장인의 기술까지 여러 이야기가 따라옵니다. 유럽의 왕관이나 실크해트, 종교적 베일 역시 비슷합니다. 그래서 <모자가 필요해?>를 읽으며 ‘머리 장식의 역사’를 사실상 ‘인간이 자기 정체성을 바깥으로 표현해온 역사’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투구와 헬멧처럼 생존을 위한 기술까지 더해지면 모자는 문화와 과학이 만나는 물건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 지식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생각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역사나 사회 과목을 사실 암기처럼 느끼는 아이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은 왜 이런 것을 머리에 썼을까?’라는 질문에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이나 패션, 민속문화에 관심 있는 어른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고, 박물관이나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가족에게도 잘 맞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워낙 강렬해서 글을 다 읽고도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자가 필요해?>는 결국 모자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작은 모자 하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역사와 문화와 인간이 보인다는 사실, 그게 이 책이 가장 재미있게 건네는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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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별과 우주 -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감동적인 기초 천문학
강봉석 지음 / 지오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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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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