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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배 - 바다 위를 달리는 기계의 구조와 원리 ㅣ 미래 공학자를 위한 비주얼 엔지니어링 1
톰 크레스터디나 지음, 장석봉 옮김 / 윌북주니어 / 2026년 8월
평점 :
#일하는배 #어린이책 #초등과학 #추천도서 #미자모

<일하는 배>는 배를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서 실제로 일하는 공간’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평소 배를 볼 때도 저는 선체의 크기나 속도보다 “저 안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장비가 어떤 순서로 움직일까” 하는 쪽에 더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단면 그림을 보는 순간부터 꽤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조타실, 선실, 저장고, 기계실이 한 화면 안에서 연결되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가며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는 모습이 보여서 배 한 척이 작은 도시이자 공장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어선과 소방선, 해안 경비선, 페리선, 연구선이 각각 전혀 다른 목적에 맞춰 설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는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여도 결국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따라 내부 구조부터 달라지는 기계라는 사실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이 책을 쓴 톰 크레스터디나 작가님은 단순히 배를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실제로 알래스카 바다에서 오랫동안 어부로 일했고, 해양공학도 공부한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 정보가 책상 위에서 조사한 지식처럼 느껴지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의 시선으로 살아 있습니다. 엔진실의 구조, 그물과 통발이 움직이는 과정, 선원들이 먹고 자는 공간까지 쓸데없이 멋있게 꾸미지 않고 ‘일하는 모습’ 그대로 담아낸 점이 좋았습니다. 장석봉 번역가님은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교양서를 번역해 온 분인데, 복잡한 기계 용어를 어린 독자가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정보가 얕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초등학교 3학년 조카와 함께 읽었는데, 예상대로 글보다 먼저 배의 단면도에 완전히 꽂혔습니다. 특히 킹크랩 어선 페이지에서는 “게를 이렇게 많이 싣고 다녀?”라며 저장 공간부터 확인했고, 연어잡이 그물망 어선에서는 배 밖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그물을 한참 따라가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가 기계의 원리를 이해할 때 반드시 수식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 힘으로 들 수 없는 무거운 통발을 끌어올리려면 모터와 도르래 같은 장치가 필요하고, 잡은 물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면 저장 공간과 냉각 설비가 필요합니다. 그림 속에서 ‘문제→장치→작업 결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공학적 사고의 기본을 눈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조카도 “왜 여기에 이게 있어?”라는 질문을 계속했는데, 사실 그 질문 자체가 이 책을 가장 제대로 읽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특히 재미있게 본 부분은 배 안에서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육지에서는 집과 직장이 따로 있지만, 장기간 바다에 나가는 배에서는 선실, 주방, 조타실, 갑판과 기계실이 하나의 폐쇄된 시스템 안에 존재합니다. 배 한 척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엔진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항해를 담당하는 사람, 갑판에서 장비를 다루는 사람, 잡은 생선을 처리하는 사람, 날씨와 안전을 확인하는 사람이 모두 맞물려야 합니다. 실제 선박에서도 복원성, 무게 배분, 연료와 물의 관리가 중요하듯이 한 공간의 작은 변화가 전체 안전과 연결됩니다. 책 속 킹크랩 어선이나 연구선의 단면을 보다 보면 기계를 이해하는 일이 결국 인간의 노동과 협업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그 점에서 <일하는 배>는 단순한 탈것 도감보다 훨씬 넓은 책입니다.

배나 기계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에게는 당연히 추천하고 싶고, 특히 레고나 조립 장난감처럼 “안이 어떻게 생겼지?”를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아주 잘 맞습니다. 해양 생물이나 어업에 관심 있는 어린이, 장래 희망으로 선장·해양연구원·기관사 같은 직업을 궁금해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부모가 옆에서 굳이 어려운 설명을 많이 해주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질문이 계속 생기는 책이라 가족 독서용으로도 괜찮았습니다. 어른에게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매일 먹는 생선 한 마리가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배와 기계, 사람의 노동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면 평범한 바다 풍경이 조금 달라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카보다 제가 더 오래 들여다본 페이지가 몇 장 있었다는 건… 굳이 비밀로 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