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마케팅 전략 94 - 비싼 광고 없이도 매출을 만드는 최강 가성비 마케팅 94가지
요시자와 켄지 지음, 최지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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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성비 마케팅 전략 94>를 읽게 된 이유는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퇴사 후 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지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알리고 판매할 것인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혼자 사업을 꾸려나갈 예정이라 대기업처럼 광고비를 쏟아부을 수도 없고, 마케팅만 담당하는 직원을 따로 둘 수도 없습니다. 결국 한정된 돈과 시간을 어디에 써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돈이 없으니 마케팅을 못 한다가 아니라 돈이 없을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작은 브랜드를 직접 키워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꽤 실용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요시자와 켄지는 시세이도에서 화장품 영업을 담당한 뒤 웹 기획·프로모션 기업을 창업하고, 아동복 공유 플랫폼 캐리온을 설립해 회원 약 10만 명, 누적 매입 100만 건 규모로 성장시킨 실전형 사업가입니다. 이후 회사를 M&A로 매각하고 현재 기업 마케팅 컨설팅과 지방자치단체 자문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도 교과서적인 마케팅 용어보다 실제 사업에서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번역가 최지현은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거쳐 기업 통번역사로 일했으며, 현재 일본어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잘 파는 사람은 심리를 알고 있다>,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 등 여러 실용서를 번역했습니다.




 

책의 장점은 마케팅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실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테슬라, 아마존,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기업부터 스시로, 코코이치방야 등 익숙한 브랜드까지 사례가 다양하고, 고객 데이터 분석이나 리뷰, SNS, 팬덤, 협업 마케팅 등 주제도 폭넓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문가를 통해 더 큰 신뢰를 얻는 법의외의 조합이 화제를 만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나이키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계약해 에어 조던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 사례처럼, 상품을 혼자 열심히 홍보하는 것보다 이미 신뢰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나 다른 브랜드와 연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협업 역시 단순히 두 브랜드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고객층을 연결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1인 사업자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외부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시장을 넓히는 방법이라는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부분은 가격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작은 사업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얼마에 팔아야 하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니까 일단 싸게 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것이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소비자가 가격을 판단할 때는 절대적인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품과 비교하고, 무엇을 얻는지 함께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격 전략은 단순히 비싼지 싼지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앞으로 만들 콘텐츠나 상품 역시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선택받는 브랜드보다는 이 정도 가격을 내도 아깝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가격 경쟁에 들어가면 더 싼 경쟁자가 나타날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자신만의 전문성이나 콘텐츠, 경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고객이 선택할 이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가성비란 최저가가 아니라 고객이 지불한 비용보다 더 큰 만족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마케팅을 거창한 광고 캠페인으로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고객 리뷰를 살피고, SNS에서 반응을 관찰하고, 계절이나 유행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기존 고객이 다시 찾아오도록 관계를 관리하는 일도 모두 마케팅입니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에는 이런 방법이 더 현실적입니다. 저는 앞으로 직접 사업을 운영하게 되면 콘텐츠 제작부터 홍보, 고객 관리까지 상당 부분을 혼자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94가지 전략을 전부 실행하려 하기보다 지금 제 사업에 필요한 것부터 골라 적용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브랜드의 성격을 꾸준히 보여주고, 실제 고객의 반응을 기록하면서 어떤 콘텐츠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다른 브랜드나 전문가와 협업하거나 구매자의 후기와 추천이 자연스럽게 다음 고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마케팅은 사람을 억지로 설득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누가 내 상품을 필요로 하고, 그 사람이 왜 이것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계속 관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이제 직접 브랜드와 사업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에게 <가성비 마케팅 전략 94>의 가장 큰 장점은 마케팅을 공부했다는 느낌보다 이건 내 사업에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만든다는 데 있었습니다. 94가지를 모두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 사업과 맞는 몇 가지를 골라 직접 실행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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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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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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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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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사와사토시 #기억의향기 #트릉카다방 #장편소설 #기억을건너는트릉카다방 #기적같은재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트릉카 다방같은 장소가 하나쯤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실제 카페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래 다니던 서점이나 혼자 걷던 골목,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처럼 시간이 지난 뒤 떠올렸을 때 그때의 공기와 감정까지 함께 돌아오는 무언가 말입니다. 이 소설 속 트릉카 다방도 그런 곳입니다. 사람들은 커피만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옵니다. 저는 원래 사람이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데, 생각해 보면 기억이라는 것도 머릿속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기보다 냄새나 계절, 음악 같은 사소한 계기로 갑자기 되살아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다방과 커피 향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이 소설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인물은 치요코 할머니였습니다. 치요코가 어린 시절 병약했던 오라버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이 부분이 유난히 오래 남았습니다. 병실처럼 답답한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던 오라버니를 위해 창문을 열자 파란 가을 하늘과 바람이 들어오고, 순간적으로 오라버니의 얼굴이 환해지는 장면입니다. 정말 사소한 기억입니다. 대단한 사건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이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이 먹었던 음식이나 별것 아닌 농담, 어느 날 유난히 좋았던 날씨처럼 당시에는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가장 선명하게 남습니다. 치요코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저 역시 자연스럽게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과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마음을 만들어온 시간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제목의 기억을 건너는이라는 표현도 좋았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지나 다시 지금의 삶으로 건너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이 소설이 사람의 상처를 지나치게 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즈쿠짱을 둘러싼 가족들의 걱정이나 병과 치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속에는 아이들의 웃음과 농담,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의 일상이 함께 있습니다. 저는 슬픈 이야기를 무조건 슬프게 밀어붙이는 작품보다 이런 소설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 편입니다. 실제 삶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울고만 사는 것은 아니고, 그 와중에도 밥을 먹고 농담을 하고 누군가에게 짜증을 냈다가 또 웃습니다. 트릉카 다방의 사람들도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커피를 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여기 와서 하소연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고는 다음부터 손님으로 오면 돈은 제대로 받겠다는 농담도 덧붙입니다. 이런 식의 위로가 저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에는 커피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그 대목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것을 빠르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필요한 정보도 바로 찾고, 주문한 물건도 빨리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기억이나 상처는 그렇게 처리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잊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며, 이미 지나간 일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커피를 기다리는 과정까지 한 잔의 커피에 포함되듯이 우리가 어떤 감정을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 역시 삶에서 빼버릴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누구의 인생에나 틀림없이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 있을 거예요라는 문장도 그래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기적은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어느 날 누군가와 나눈 대화, 힘들 때 찾아갈 수 있었던 장소, 자신을 기억해 주는 한 사람 같은 것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을 다 읽고 나서는 커피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나에게 닥쳐온다 해도 오늘 이날을 기억하면 나는 틀림없이 괜찮을 거다라는 문장처럼, 사람은 미래에 대한 희망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을 꺼내며 버티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도 힘들 때 생각하면 이상하게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훗날 이렇게 중요해질 줄 몰랐을 것입니다. 야기사와 사토시의 소설은 거대한 사건보다 사람과 장소가 조금씩 정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저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트릉카 다방도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은 아니지만, 문을 나설 때 다시 살아볼 마음 정도는 만들어주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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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 - 불안을 가라앉히고 고요를 회복하는 21일 따라 하기
대니얼 J. 시겔 지음, 권선아 옮김 / 하루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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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에는 마음이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직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고, 인간관계에서는 상대의 태도를 곱씹느라 이미 지나간 일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재생하게 됩니다. 집에 돌아와 몸은 쉬고 있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그날 있었던 일에 붙잡혀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다르게 행동했어야 했나’,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힘든 것은 실제로 벌어진 사건보다 그 사건에 계속 반응하고 있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지 말자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생각이 멈추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대니얼 J. 시겔의 <알아차림>을 읽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부터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는 불안하거나 복잡한 마음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마음을 억누르거나 좋은 방향으로 억지로 바꾸라고 말하는 대신, 지금 내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바라보자고 제안합니다.





<알아차림>은 저자가 개발한 ‘알아차림의 수레바퀴’를 21일 동안 직접 연습하도록 구성한 실천 안내서입니다. 하루에 필요한 시간은 5분 정도입니다. 1주 차에는 호흡을 통해 흩어진 주의를 안정시키고, 2주 차에는 본격적으로 알아차림의 수레바퀴를 익히며, 3주 차에는 몸과 마음, 관계의 감각까지 아우르는 전체 수레바퀴를 완성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마음 훈련의 세 가지 기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의 대상에 주의를 머무르게 하는 ‘집중된 주의’, 지금 일어나는 경험을 판단하거나 붙잡지 않고 바라보는 ‘열린 알아차림’, 그리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친절한 의도’입니다. 처음에는 명상이라고 하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고요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잡생각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명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은 생각을 없애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생각이 떠올랐다면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올랐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면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연습이었습니다. 





저는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면 저는 그 순간의 감정을 상당히 오래 끌고 가는 편입니다. 상대가 던진 말은 이미 끝났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대화가 계속되고, 화가 났던 상황을 떠올리면 다시 화가 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알아차림>을 읽으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나 있다’는 것과 ‘화가 곧 나 자신이다’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불안이 찾아와도 ‘지금 불안이라는 감정이 지나가고 있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감정에 완전히 끌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수레바퀴의 이미지가 이 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테두리에 나타난 하나의 감정에 붙잡혀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끼지만, 중심으로 돌아오면 그것 역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여러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닌데 문제와 저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생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실의 스트레스는 명상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편한 사람은 다음 날에도 불편한 말을 할 수 있고, 직장의 답답한 상황도 호흡을 몇 번 한다고 갑자기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일을 초연하게 넘길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에는 자극이 오면 곧바로 감정이 반응하고, 그 감정이 생각을 끌어내고, 생각이 다시 감정을 키우는 과정이 거의 자동적으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그 중간에 한 번쯤 ‘아, 내가 지금 이 일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구나’ 하고 바라보려 합니다. 힘든 날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화가 나는 날에는 화가 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을 읽으며 결국 제가 얻고 싶었던 것은 ‘아무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게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기보다 마음을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 책입니다.


#알아차림 #대니얼j시겔 #하루헌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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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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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종종 공연장을 찾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와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들리는 것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연주자들의 해석을 비교해서 듣는 것도 클래식 감상의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공연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지휘자와 협연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먼저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김보람 작가님의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으며 제가 클래식 음악의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악보가 무대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작가님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년 넘게 악보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오케스트라가 사용할 악보의 판본을 결정하고, 오류를 확인하고, 지휘자의 해석을 파트보에 반영해 왔습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악보를 준비한다’는 일을 필요한 악보를 찾아 연주자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악보위원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일을 합니다. 수십 명이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바이올린의 보잉 방향 하나, 셈여림과 아티큘레이션 표시 하나만 달라져도 전체적인 음색과 호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휘자가 원하는 음악적 방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각 파트의 악보에 정확히 반영하는 사람, 악보라는 종이 위의 기호가 실제 소리로 바뀌기 전에 음악의 정확성과 통일성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바로 악보위원이었습니다. 책에서 이들을 무대 뒤의 음악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같은 작품의 연주가 서로 다르게 들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넓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지휘자의 해석이나 연주자의 기량에서 차이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어떤 판본의 악보를 선택했는가, 어떤 보잉과 표현 지시가 반영되었는가, 여러 버전 가운데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특히 말러나 브루크너처럼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6번'만 해도 2악장과 3악장의 순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유명한 ‘망치’를 몇 번 등장시킬 것인지 같은 문제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관객은 공연장에서 완성된 음악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그 자연스러움에 도달하기까지 누군가는 여러 자료와 판본을 검토하고 지휘자와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듣는 연주는 악보를 그대로 소리로 옮긴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해석입니다. 정명훈, 오스모 벤스케, 얍 판 츠베덴을 비롯해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정경화 등 여러 음악가와 실제 현장에서 작업한 저자의 경험담이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명 음악가를 멀리서 바라보는 일화가 아니라, 악보와 공연 준비라는 구체적인 업무를 통해 각 음악가가 어떤 소리와 해석을 추구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원문이라도 번역자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번역문의 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작품도 어느 악보를 기준으로 삼고 그 안의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처럼 악보를 단순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출판사를 통해 임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국가별 저작권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악보도 달라집니다. 과거 미국에서 구입한 악보를 서울시향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까지 읽고 나면, 악보 한 권이 보면대 위에 놓이는 일조차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악보위원’이라는 직업 그 자체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사람은 지휘자와 연주자이고 관객은 대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반면 악보위원은 공연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악보에 문제가 생겨야 비로소 그들의 역할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조금 묘한 직업입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이런 일이 꽤 많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일이 굴러가도록 뒤에서 확인하고 준비하고 수정하는 사람들입니다. 공연 직전에 오류를 발견하고, 연주자가 연주 중 불편하지 않도록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고려하고, 지휘자가 원하는 표현을 수십 개의 파트보에 빠짐없이 반영하는 노동 역시 그렇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결국 지휘자 한 사람의 예술도, 뛰어난 연주자 개인의 기량만으로 만들어지는 예술도 아닙니다. 지휘자와 연주자, 악보위원, 공연기획자와 무대 스태프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한 결과가 마지막 순간 하나의 소리로 합쳐집니다.  


다음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간다면 연주가 시작되기 전 보면대 위에 놓인 악보를 한 번쯤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악보가 어느 판본인지까지 알아맞힐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저 종이 한 묶음이 아무렇게나 그 자리에 놓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 책은 음악 전공자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저처럼 클래식을 좋아해 공연장을 찾으면서도 무대 뒤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는 알지 못했던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악보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음표와 기호가 말해주는 것만으로 음악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 기호를 읽고, 선택하고, 해석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책이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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