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1~2 세트 - 전2권 사금파리 한 조각
린다 수 박 지음, 김세현 그림, 이상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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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은 고려 시대 도자기 마을 줄포를 배경으로, 이름 없는 고아 소년 목이가 도공의 꿈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입니다. 단순히 가난한 소년이 성공하는 과정이 아니라 꿈을 품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끝내 자신의 이름을 얻는 한 인간의 긴 성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화를 쓴 린다 수 박 작가님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영어권 독자에게 꾸준히 소개해 왔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2년 뉴베리상을 받으며 동양인 최초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의미가 큽니다.   





목이는 가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도 신분도 기술도 없고,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살아갑니다. 그러나 민 영감이 만든 청자의 빛을 본 순간부터 삶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는 당장 물레를 배우는 대신 진흙을 퍼오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을 가지면 곧바로 그 꿈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변부의 반복적인 노동을 견디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목이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당장 허락받지 못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2권에서 꽃병이 산산조각 나고 목이의 손에 사금파리 한 조각만 남는 장면은 1~2권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완성품은 사라졌지만, 한 조각만으로도 민 영감의 솜씨와 청자의 아름다움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려청자는 유약과 태토, 불의 온도, 가마의 상태가 조금만 달라도 원하는 비색을 얻기 어려운 예술품입니다. 더욱이 상감청자는 문양을 새기고 다른 흙을 메우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사금파리 한 조각에는 단순한 파편 이상의 의미가 담깁니다. 완전한 형태는 무너졌지만, 그 안의 기술과 정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목이 역시 가진 조건은 부족했지만,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는 본질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공부나 일을 시작할 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 준비해야 하는 일은 완성된 모습보다 실패한 초안과 중단된 과정이 더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목이가 깨진 꽃병을 보고도 길을 포기하지 않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완벽한 결과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은 어린이를 위한 성장동화이지만, 오히려 오래전 꿈을 미뤄둔 어른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모험이나 극적인 성공보다, 배움의 시간과 노동의 가치, 상실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가족을 차분히 그립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싶은 독자, 자신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끼는 사람, 실패 뒤에 무엇을 들고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동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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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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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가>는 전직 대통령의 생가 복원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에 수목 신앙, 한옥 건축, 가족의 비밀과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뒤섞은 오컬트 호러소설입니다. 영화감독으로 먼저 데뷔한 신재민 작가님은 이 작품을 처음에는 시나리오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문장을 따라간다기보다 마치 영화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흔히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으로 여기는 한옥을 공포의 중심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도편수 재헌은 집이란 위치와 건물의 조화, 동선까지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가는 처음부터 그 질서가 어긋나 있습니다. 사랑채 뒤에 감춰진 안채와 무너진 지붕, 알 수 없는 지하 공간은 단순한 괴담의 무대 이상이었습니다.





시록이 어머니와 거리를 둔 채 살아온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원망하지 않고, 이해받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대신 떠나는 쪽을 택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야말로 관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저 역시 가족이나 직장처럼 쉽게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설득하고 해결하려다 오히려 더 소진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록이 무조건적인 화해보다 자기 삶을 지키는 거리를 선택한 태도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이런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컬트는 내면의 공포와 죄책감, 권력욕을 눈앞에 꺼내 놓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순문학보다 이런 장르소설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악의를 세 시간 고민하며 비유로 돌려 말하기보다, 지하실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기어 나오는 편이 독자로서는 더 친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생가>가 자극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읽어보시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가>는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오컬트, 폐쇄된 공간의 미스터리, 빠른 전개와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담>이나 <곡성>처럼 현실의 역사와 민간신앙이 맞물리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집은 완성되어 가지만, 그만큼 인물들이 빠져나갈 길은 줄어듭니다. <생가>로 올 여름을 아주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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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
구리스 히요코 지음, 마미영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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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 #땅거미상점가속마음과자점 #구리스히요코 #모모 #일본소설 #소설추천 #판타지소설





<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은 고민이 깊어진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로운 상점가와, 그곳의 기묘한 과자점을 배경으로 한 힐링 판타지 소설입니다. 소설에는 ‘욕심쟁이 별사탕’, ‘투명 와산본’, ‘숨길 수 없는 밤모나카’처럼 이름만 들어도 손님의 고민을 짐작하게 만드는 과자들이 등장합니다. 설정만 보면 귀엽고 달콤하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마음은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느낀 점은 이 과자들이 고민을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과자의 능력은 손님이 외면하고 있던 감정을 억지로라도 드러내게 만들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도록 몰아갑니다. 가령 이 소설에서는 취업과 연애, 외모에 대한 불안처럼 일상적인 고민들이 등장합니다. 주변에서는 “요즘 취업이 다 어렵다”거나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당사자의 불안은 그런 말 몇 마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섣불리 정답을 건네기보다, 고민 속에 감춰진 욕망과 두려움을 직접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제법 냉정합니다.





저 역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복잡해질 때, 누군가가 상황을 대신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답답했던 것은 문제 자체보다도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은 잠시 마음을 가볍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선택하고 감당하는 사람은 자신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하쿠 과자점은 소원을 이루어 주는 가게라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은 상담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친절한 상담사는 없고 수상한 과자만 있다는 점이 꽤 수상쩍지만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자리한 땅거미 상점가는 현실에서 한 걸음 벗어난 장소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이 가장 불안해지는 순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잠시 머무는 땅거미처럼, 등장인물들 역시 이전의 삶과 다음 선택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과자를 먹은 뒤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의 결과는 의외로 현실적입니다. 숨겼던 마음이 드러나고, 관계가 바뀌며, 때로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조건 따뜻한 위로만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달콤함 뒤에 약간의 쓴맛을 남기는 과자와 닮았습니다.


<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은 동물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일본식 힐링 판타지, 신비로운 상점가와 음식이 결합된 연작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거운 사건이나 복잡한 이야기가 없이도 짧은 에피소드마다 다른 고민을 만날 수 있어 편안하게 읽힙니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삼키거나, 자신의 마음보다 타인의 기대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고민을 사라지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고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바라볼 용기를 건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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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 - 누가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인가
닐 시어링 지음, 임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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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다룬 책은 대개 결론부터 정해져 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과 중국 경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번갈아 등장한다. 제목은 거창하고 세계는 당장이라도 두 쪽 날 것처럼 묘사되지만, 읽고 나면 정작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는 이런 과장된 승패 예측보다 세계 경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분리되고 재편되는지를 차분하게 추적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미중 갈등이 두 나라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그 영향은 반도체 기업과 전기차 산업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국, 신흥국의 제조업, 노동시장과 소비자의 생활비에까지 이어진다. 지도 위에서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대립하지만, 실제 충격은 공급망 곳곳에 흩어져 전달된다. 세계 경제는 거대한 그물망이라 어느 한쪽의 줄을 당기면 예상하지 못한 곳까지 흔들린다.





특히 중국의 성장 과정과 라틴아메리카의 경험을 함께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과거 아시아의 제조업 생산기지는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다. 중국 역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며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성장했다. 반면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했던 일부 국가는 세계 시장의 호황이 끝나자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기술과 산업 구조를 얼마나 깊게 쌓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기술이 핵심 전장이 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배터리, 통신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군사력과 산업 생산, 정보 통제 능력을 동시에 결정한다. 책에 나온 사물인터넷과 이중 용도 기술에 관한 설명을 읽으며 오늘날에는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평소에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전쟁이 벌어지면 군사 장비에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기술 규제는 경제정책인 동시에 안보정책이 된다.


다만 저자는 세계가 냉전 시대처럼 완전히 두 진영으로 나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여전히 거대한 무역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기업들도 정치적 구호처럼 하루아침에 생산시설을 옮길 수 없다. 비용과 인력, 시장과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세계는 완전한 단절보다는 분야별 선택적 분리, 즉 필요한 영역에서는 거래하면서 전략 산업에서는 벽을 세우는 형태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안보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며 공급망의 핵심 국가다. 어느 한쪽을 단순하게 선택하라는 주장은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전략은 아니다. 외교적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산업 구조와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일이다. 남의 패권에 줄을 서는 것만으로는 우리 몫을 지킬 수 없다. 결국 선택권은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에게 주어진다.


나는 퇴사 후 사업을 준비하면서 거대한 경제 질서의 변화도 결국 개인의 삶에 스며든다는 사실을 자주 생각한다. 환율과 물가, 온라인 플랫폼의 정책도 세계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국제정세를 먼 나라 정상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어떤 능력을 축적해야 하는지와 연결된 현실로 보게 했다.


미중 경쟁의 최종 승자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효율성만큼 회복력과 선택권이 중요해진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한곳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여러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보와 기술,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중이다. 이 책은 그 복잡한 변화를 공포로 과장하지도, 낙관으로 덮지도 않는다. 대신 판 자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금 읽어둘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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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의식을 브랜딩하라
박창욱 지음 / nobook(노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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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무의식을 브랜딩하라, 사람을 만날 때마다 표정과 몸짓까지 계산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미 직장생활에서는 말 한마디, 보고 순서, 식사 자리, 인사 타이밍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충분히 많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은 억지로 자신을 포장하는 일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남기는 일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단순히 상사가 오면 일어나라”, “보고는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규칙만 나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의 타이밍을 다룬 부분에서는 상대의 집중력이 언제 가장 높은지, 이전 업무의 여운이 왜 다음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즉시 완벽하게 전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보고는 내 일이 끝난 순간이 아니라,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된 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같은 내용이라도 타이밍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결국 보고는 정보를 던지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과 집중력을 고려해 전달하는 일이라는 점이 실용적으로 다가왔다.




 

선물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선물은 비싸고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와 문화적 맥락을 함께 읽는 일이라고 한다. 좋은 뜻으로 준비한 물건도 상대의 종교나 금기, 직급과 조직 규정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는 평소 선물이 물건 자체보다 당신을 생각했다는 표시라고 여겼는데, 이 책은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한다. 진짜 배려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대가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방식까지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의 손길에 관한 설명도 기억에 남는다. 후배가 실수했을 때 무조건 질책하거나, 반대로 아무 말 없이 대신 처리하는 것은 모두 관계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해결 방향을 묻는 태도가 후배를 무장 해제시키고 신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선배가 건네는 작은 격려나 관심이 단순한 친절을 넘어 나는 너를 보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는 설명에는 공감했다. 실제로 조직에서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일이 많다는 사실보다, 내가 어떤 기여를 해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감각일 때가 많다. 반대로 짧은 인정 한마디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에티켓은 문화와 세대, 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상석을 챙기는 일이 존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위계로 느껴질 수 있다. 후배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거나, 선물을 받았을 때 특정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규칙 역시 관계를 편하게 만드는 기준이 아니라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작가님도 책 속 사례가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규칙을 외우는 책이라기보다,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해석하는 연습서로 읽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결국 매너는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일하기 위한 기술이다. 다만 진짜 매너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 원래 예의가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의 시간을 덜 빼앗고, 감정을 함부로 소모시키지 않으며,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데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모습도 조금 더 분명해졌다. 거창하게 품격을 연출하기보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명함보다 행동이 먼저 기억되는 사람. 결국 무의식은 광고 문구가 아니라 매일의 습관으로 브랜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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