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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가>는 전직 대통령의 생가 복원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에 수목 신앙, 한옥 건축, 가족의 비밀과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뒤섞은 오컬트 호러소설입니다. 영화감독으로 먼저 데뷔한 신재민 작가님은 이 작품을 처음에는 시나리오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문장을 따라간다기보다 마치 영화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흔히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으로 여기는 한옥을 공포의 중심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도편수 재헌은 집이란 위치와 건물의 조화, 동선까지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가는 처음부터 그 질서가 어긋나 있습니다. 사랑채 뒤에 감춰진 안채와 무너진 지붕, 알 수 없는 지하 공간은 단순한 괴담의 무대 이상이었습니다.

시록이 어머니와 거리를 둔 채 살아온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원망하지 않고, 이해받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대신 떠나는 쪽을 택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야말로 관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저 역시 가족이나 직장처럼 쉽게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설득하고 해결하려다 오히려 더 소진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록이 무조건적인 화해보다 자기 삶을 지키는 거리를 선택한 태도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이런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컬트는 내면의 공포와 죄책감, 권력욕을 눈앞에 꺼내 놓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순문학보다 이런 장르소설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악의를 세 시간 고민하며 비유로 돌려 말하기보다, 지하실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기어 나오는 편이 독자로서는 더 친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생가>가 자극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읽어보시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가>는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오컬트, 폐쇄된 공간의 미스터리, 빠른 전개와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담>이나 <곡성>처럼 현실의 역사와 민간신앙이 맞물리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집은 완성되어 가지만, 그만큼 인물들이 빠져나갈 길은 줄어듭니다. <생가>로 올 여름을 아주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