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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
구리스 히요코 지음, 마미영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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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은 고민이 깊어진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로운 상점가와, 그곳의 기묘한 과자점을 배경으로 한 힐링 판타지 소설입니다. 소설에는 ‘욕심쟁이 별사탕’, ‘투명 와산본’, ‘숨길 수 없는 밤모나카’처럼 이름만 들어도 손님의 고민을 짐작하게 만드는 과자들이 등장합니다. 설정만 보면 귀엽고 달콤하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마음은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느낀 점은 이 과자들이 고민을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과자의 능력은 손님이 외면하고 있던 감정을 억지로라도 드러내게 만들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도록 몰아갑니다. 가령 이 소설에서는 취업과 연애, 외모에 대한 불안처럼 일상적인 고민들이 등장합니다. 주변에서는 “요즘 취업이 다 어렵다”거나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당사자의 불안은 그런 말 몇 마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섣불리 정답을 건네기보다, 고민 속에 감춰진 욕망과 두려움을 직접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제법 냉정합니다.

저 역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복잡해질 때, 누군가가 상황을 대신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답답했던 것은 문제 자체보다도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은 잠시 마음을 가볍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선택하고 감당하는 사람은 자신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하쿠 과자점은 소원을 이루어 주는 가게라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은 상담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친절한 상담사는 없고 수상한 과자만 있다는 점이 꽤 수상쩍지만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자리한 땅거미 상점가는 현실에서 한 걸음 벗어난 장소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이 가장 불안해지는 순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잠시 머무는 땅거미처럼, 등장인물들 역시 이전의 삶과 다음 선택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과자를 먹은 뒤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의 결과는 의외로 현실적입니다. 숨겼던 마음이 드러나고, 관계가 바뀌며, 때로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조건 따뜻한 위로만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달콤함 뒤에 약간의 쓴맛을 남기는 과자와 닮았습니다.
<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은 동물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일본식 힐링 판타지, 신비로운 상점가와 음식이 결합된 연작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거운 사건이나 복잡한 이야기가 없이도 짧은 에피소드마다 다른 고민을 만날 수 있어 편안하게 읽힙니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삼키거나, 자신의 마음보다 타인의 기대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고민을 사라지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고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바라볼 용기를 건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