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 - 누가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인가
닐 시어링 지음, 임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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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다룬 책은 대개 결론부터 정해져 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과 중국 경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번갈아 등장한다. 제목은 거창하고 세계는 당장이라도 두 쪽 날 것처럼 묘사되지만, 읽고 나면 정작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는 이런 과장된 승패 예측보다 세계 경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분리되고 재편되는지를 차분하게 추적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미중 갈등이 두 나라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그 영향은 반도체 기업과 전기차 산업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국, 신흥국의 제조업, 노동시장과 소비자의 생활비에까지 이어진다. 지도 위에서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대립하지만, 실제 충격은 공급망 곳곳에 흩어져 전달된다. 세계 경제는 거대한 그물망이라 어느 한쪽의 줄을 당기면 예상하지 못한 곳까지 흔들린다.





특히 중국의 성장 과정과 라틴아메리카의 경험을 함께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과거 아시아의 제조업 생산기지는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다. 중국 역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며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성장했다. 반면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했던 일부 국가는 세계 시장의 호황이 끝나자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기술과 산업 구조를 얼마나 깊게 쌓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기술이 핵심 전장이 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배터리, 통신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군사력과 산업 생산, 정보 통제 능력을 동시에 결정한다. 책에 나온 사물인터넷과 이중 용도 기술에 관한 설명을 읽으며 오늘날에는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평소에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전쟁이 벌어지면 군사 장비에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기술 규제는 경제정책인 동시에 안보정책이 된다.


다만 저자는 세계가 냉전 시대처럼 완전히 두 진영으로 나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여전히 거대한 무역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기업들도 정치적 구호처럼 하루아침에 생산시설을 옮길 수 없다. 비용과 인력, 시장과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세계는 완전한 단절보다는 분야별 선택적 분리, 즉 필요한 영역에서는 거래하면서 전략 산업에서는 벽을 세우는 형태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안보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며 공급망의 핵심 국가다. 어느 한쪽을 단순하게 선택하라는 주장은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전략은 아니다. 외교적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산업 구조와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일이다. 남의 패권에 줄을 서는 것만으로는 우리 몫을 지킬 수 없다. 결국 선택권은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에게 주어진다.


나는 퇴사 후 사업을 준비하면서 거대한 경제 질서의 변화도 결국 개인의 삶에 스며든다는 사실을 자주 생각한다. 환율과 물가, 온라인 플랫폼의 정책도 세계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국제정세를 먼 나라 정상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어떤 능력을 축적해야 하는지와 연결된 현실로 보게 했다.


미중 경쟁의 최종 승자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효율성만큼 회복력과 선택권이 중요해진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한곳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여러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보와 기술,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중이다. 이 책은 그 복잡한 변화를 공포로 과장하지도, 낙관으로 덮지도 않는다. 대신 판 자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금 읽어둘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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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의식을 브랜딩하라
박창욱 지음 / nobook(노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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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무의식을 브랜딩하라, 사람을 만날 때마다 표정과 몸짓까지 계산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미 직장생활에서는 말 한마디, 보고 순서, 식사 자리, 인사 타이밍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충분히 많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은 억지로 자신을 포장하는 일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남기는 일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단순히 상사가 오면 일어나라”, “보고는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규칙만 나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의 타이밍을 다룬 부분에서는 상대의 집중력이 언제 가장 높은지, 이전 업무의 여운이 왜 다음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즉시 완벽하게 전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보고는 내 일이 끝난 순간이 아니라,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된 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같은 내용이라도 타이밍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결국 보고는 정보를 던지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과 집중력을 고려해 전달하는 일이라는 점이 실용적으로 다가왔다.




 

선물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선물은 비싸고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와 문화적 맥락을 함께 읽는 일이라고 한다. 좋은 뜻으로 준비한 물건도 상대의 종교나 금기, 직급과 조직 규정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는 평소 선물이 물건 자체보다 당신을 생각했다는 표시라고 여겼는데, 이 책은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한다. 진짜 배려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대가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방식까지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의 손길에 관한 설명도 기억에 남는다. 후배가 실수했을 때 무조건 질책하거나, 반대로 아무 말 없이 대신 처리하는 것은 모두 관계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해결 방향을 묻는 태도가 후배를 무장 해제시키고 신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선배가 건네는 작은 격려나 관심이 단순한 친절을 넘어 나는 너를 보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는 설명에는 공감했다. 실제로 조직에서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일이 많다는 사실보다, 내가 어떤 기여를 해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감각일 때가 많다. 반대로 짧은 인정 한마디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에티켓은 문화와 세대, 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상석을 챙기는 일이 존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위계로 느껴질 수 있다. 후배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거나, 선물을 받았을 때 특정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규칙 역시 관계를 편하게 만드는 기준이 아니라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작가님도 책 속 사례가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규칙을 외우는 책이라기보다,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해석하는 연습서로 읽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결국 매너는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일하기 위한 기술이다. 다만 진짜 매너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 원래 예의가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의 시간을 덜 빼앗고, 감정을 함부로 소모시키지 않으며,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데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모습도 조금 더 분명해졌다. 거창하게 품격을 연출하기보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명함보다 행동이 먼저 기억되는 사람. 결국 무의식은 광고 문구가 아니라 매일의 습관으로 브랜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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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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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러킹’이라는 말을 보았을 때는 군인들이 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장면부터 떠올랐습니다. 일부러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다니, 이미 삶도 충분히 무거운데 굳이 짐까지 추가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이 말하는 무게는 사람을 짓누르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탱할 힘을 길러주는 적당한 저항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인은 불편을 없애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무거운 물건은 배송 서비스에 맡깁니다. 편리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우리가 작은 피로와 불편에도 쉽게 지치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원래 걷고, 나르고, 견디면서 생존해온 존재라고 말합니다. 문명을 발전시킨 힘도 머리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짐을 운반하는 능력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제101공수사단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군인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동하며 육체적 강인함뿐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는 정신력까지 길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참전 용사들이 배낭 행군을 삶을 바꾼 경험으로 회상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힘든 일을 함께 견딘다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강조하는 ‘완벽한 준비보다 불완전한 시작이 낫다’는 태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장비부터 검색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비교하며, 완벽한 계획을 짜다가 정작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곤 합니다. 러킹은 이 핑계를 단순하게 없애버립니다. 배낭에 적당한 무게를 넣고 신발을 신고 나가면 됩니다. 준비 운동과 올바른 자세는 필요하지만, 시작을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많이 걷는 것과 의식적으로 무게를 지고 걷는 것은 다른 경험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산책할 때는 생각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만,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걸으면 발을 내딛는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퇴사 이후 새로운 공부와 일을 준비하는 저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한 운동 조언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 일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시간과 생활을 통제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출근 시간이 사라진다고 저절로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먹었다고 매일 집중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규칙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러킹은 단지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무게를 감당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따로 관리하려 했던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힘들면 생각을 바꿔야 하고, 의욕이 없으면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때로 근사한 문장보다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걷는 몸일 수 있습니다. 몸이 일정한 무게를 견디는 경험을 반복하면 ‘나는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 감각은 운동이 끝난 뒤에도 공부와 일, 인간관계를 버티는 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러킹>은 무거운 배낭을 권하는 책이지만, 삶에 더 많은 고통을 추가하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선택한 작은 무게로 미리 몸과 마음을 단련하자는 제안입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짐을 선택해서 어떻게 질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지금, 저 역시 완벽히 가벼운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공부와 일, 미래의 가능성을 기꺼이 짊어지고 오래 걸어갈 힘을 갖고 싶습니다.  


 #러킹 #마이클이스터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리뷰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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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 :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
민은정.심재근.정예슬 지음, 방수아 그림 / 미래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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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한국사를 공부시키다 보면, 사건 자체보다 역사 용어에서 먼저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일신라, 무신정권, 신진사대부, 훈민정음, 성리학, 실학처럼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말도 아이에게는 뜻을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집니다.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왕과 사건의 이름부터 외우니, 한국사가 “외울 것이 끝없이 나오는 과목”이 되는 것입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2>는 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까지의 주요 흐름을 한자 한 글자와 연결해 설명합니다. 1권이 선사 시대와 고대사의 기초를 다졌다면, 2권은 국가의 제도와 사상, 문화가 복잡해지는 시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한자의 도움은 오히려 2권에서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통일신라 시대가 열렸어요’ 편을 읽으며 統이 ‘거느릴 통’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통일, 통합, 통솔, 통치가 모두 하나의 중심 아래 묶거나 이끄는 의미와 관련된다는 설명을 보더니 아이가 “그래서 세 나라를 하나로 만든 걸 통일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통일신라’라는 말을 나라 이름처럼 통째로 외웠지만, 단어를 나누어 보니 역사적 의미가 자연스럽게 보인 것입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역사 이야기, 중심 한자, 관련 어휘, 퀴즈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고려의 무신정권을 배우며 武를 익히고, 무력·무기·무예·무용 같은 단어로 뜻을 확장합니다. 신진사대부 단원에서는 士를 중심으로 사대부, 사군자, 학사, 열사 등을 살펴봅니다. 아이는 “사대부의 ‘사’가 선비였어?”라며 익숙한 역사 용어 안에 자신이 알던 한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습니다.





조선 전기의 훈민정음도 한자의 효과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訓民正音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풀어주자 아이는 세종대왕이 왜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는지를 이름만으로도 이해했습니다. 역사 용어의 뜻을 아는 일이 곧 사건의 목적을 이해하는 일이 된 셈입니다. 비를 재는 측우기에서 雨를 배우고, 법전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典을 익히는 구성도 직관적이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하루 분량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사 이야기부터 문제 풀이까지 약 10분이면 끝낼 수 있어 아이가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또 공부책이야?”라고 경계하던 아이도 삽화와 짧은 본문을 보고는 금세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퀴즈에서 장보고가 활동했던 지역이나 신진사대부에 관한 문제가 나오자 대충 읽은 부분이 들통났습니다. 역사책은 책장을 넘긴다고 지식이 자동 저장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뇌에도 아직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은 없었습니다.


틀린 문제는 본문에서 근거를 다시 찾게 했습니다. 아이는 귀찮아하면서도 답이 적힌 문장을 발견하면 “아, 내가 이 부분을 그냥 넘겼네”라고 인정했습니다. 단원평가까지 풀어보니 각 인물과 사건을 따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가 흔들리고 후삼국이 등장한 뒤 고려가 세워지고, 다시 조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깊이 있는 역사 해설서라기보다 초등학생이 교과서의 용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는 개념 입문서입니다. 역사를 이미 배운 5학년 아이에게는 복습용으로, 아직 전체 흐름이 잡히지 않은 아이에게는 예습용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한자를 무조건 쓰고 외우게 하기보다, 역사 속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를 통해 뜻을 익히게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한자를 알게 되니 통일은 단순한 나라 이름이 아니었고, 실학은 외워야 할 사상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려는 생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무척 뿌듯했습니다. 아이가 한국사를 무작정 암기하기 전에 말의 뜻부터 이해하게 해주고 싶은 학부모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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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 구석기 시대부터 철기·삼국 시대까지 - 하루 10분, 한자 어휘와 문해력 완성!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민은정.심재근.정예슬 지음, 방수아 그림 / 미래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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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교과서를 함께 펼쳐보면 생각보다 낯선 용어가 많습니다.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부족 사회, 농경 생활, 고조선, 삼국의 전성기처럼 어른에게는 익숙한 말도 아이에게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전에 일단 외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구석기 다음에는 신석기, 그다음은 청동기라고 순서부터 암기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을 모르는 단어가 한 문단에 여러 개 등장하면 역사 이야기는 금세 외계어가 됩니다. 결국 아이는 “역사는 외울 게 너무 많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한국사 속 핵심 용어를 한자 한 글자와 연결해 풀어주면서, 아이가 역사적 개념을 단순 암기가 아닌 의미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었을 때 처음에는 문제집이라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습니다. 표지에 ‘초등 한국사’와 ‘한자’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공부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것입니다. 아이들 레이더는 정확합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쳐 함께 ‘구석기’를 살펴보니 반응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구석기의 구(舊)는 옛날이라는 뜻이고, 석(石)은 돌, 기(器)는 도구라는 뜻이야.” 이렇게 설명해 주자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구석기는 옛날 돌 도구라는 뜻이네? 신석기는 새로운 돌 도구고?”

바로 이 순간이 이 책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를 서로 관련 없는 역사 용어로 외운 것이 아니라, 두 단어의 차이를 스스로 해석했습니다. 舊와 新의 뜻을 알자 시대 구분의 원리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하루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한 회의 분량이 많으면 아이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칩니다. 특히 학교 수업과 숙제, 학원까지 다녀온 아이에게 매일 긴 역사 공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하루에 한 가지 역사 주제와 한 글자의 한자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돌 도구를 배우며 石을 익히고, 불의 사용을 배우며 火를 익히고, 이동 생활을 배우며 住를 살펴보는 식입니다.


한 회의 흐름도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먼저 짧은 역사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와 관련된 한자를 살펴본 뒤, 한자 어휘를 확장하고 퀴즈를 풉니다. 마지막에는 역사 문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합니다. 읽기와 어휘, 역사 이해와 문제 풀이가 한 번에 연결되어 있어 별도의 한자 문제집과 한국사 문제집을 따로 펼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오늘 한 장만 해보자”고 말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권을 끝내야 한다’는 부담보다 ‘오늘 10분만 한다’는 약속이 훨씬 지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도 첫날에는 마지못해 앉았지만, 한 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자 다음 날에는 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저는 아이가 한자를 배우는 목적이 어려운 글자를 많이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자어의 구성 원리를 이해해 낯선 어휘의 뜻을 짐작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교과서에는 한자어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사회의 ‘농경’, ‘정착’, ‘교류’, ‘전성기’뿐 아니라 과학과 국어에서도 추상적인 한자어가 계속 등장합니다. 한자어의 뜻을 모르면 문장을 읽어도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農을 배우고 나면 농사뿐 아니라 농부, 농촌, 농경, 귀농 같은 단어가 하나의 의미망으로 연결됩니다. 책 속에서도 중심 한자를 배운 뒤 여러 관련 어휘를 함께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단어들을 별개로 보다가, 모두 農과 관계된 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뜻을 훨씬 쉽게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책을 읽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물어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은 글자를 지나갔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출장 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매회 ‘똑똑한 역사 퀴즈’와 한자 어휘 문제가 들어 있어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고른 이유를 말하게 하면 학습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문제에서 아이는 처음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했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정답을 맞힌 뒤에는 본문으로 돌아가 근거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가축에 관한 문제를 풀 때는 “가축을 기르면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겠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적힌 사실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생활의 변화와 연결해서 생각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원인이 역사 자체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사 내용을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성기’라는 말의 뜻을 모르면 삼국의 전성기가 각각 달랐다는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류’를 모르면 삼국이 문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역사 공부와 문해력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한자어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암기 과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복잡한 교과 어휘를 해체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이 원리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이름이 왜 다른지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화려한 역사적 사건보다 단어 하나의 의미가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한국사를 깊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구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의 기본 흐름을 잡고, 역사 공부에 필요한 어휘력을 함께 길러주는 탄탄한 첫걸음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를 복습하고 헷갈렸던 개념을 바로잡는 책이었고, 학부모인 저에게는 아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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