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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 구석기 시대부터 철기·삼국 시대까지 - 하루 10분, 한자 어휘와 문해력 완성! ㅣ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
민은정.심재근.정예슬 지음, 방수아 그림 / 미래주니어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교과서를 함께 펼쳐보면 생각보다 낯선 용어가 많습니다.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부족 사회, 농경 생활, 고조선, 삼국의 전성기처럼 어른에게는 익숙한 말도 아이에게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전에 일단 외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구석기 다음에는 신석기, 그다음은 청동기라고 순서부터 암기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을 모르는 단어가 한 문단에 여러 개 등장하면 역사 이야기는 금세 외계어가 됩니다. 결국 아이는 “역사는 외울 게 너무 많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한국사 속 핵심 용어를 한자 한 글자와 연결해 풀어주면서, 아이가 역사적 개념을 단순 암기가 아닌 의미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었을 때 처음에는 문제집이라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습니다. 표지에 ‘초등 한국사’와 ‘한자’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공부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것입니다. 아이들 레이더는 정확합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쳐 함께 ‘구석기’를 살펴보니 반응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구석기의 구(舊)는 옛날이라는 뜻이고, 석(石)은 돌, 기(器)는 도구라는 뜻이야.” 이렇게 설명해 주자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구석기는 옛날 돌 도구라는 뜻이네? 신석기는 새로운 돌 도구고?”
바로 이 순간이 이 책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를 서로 관련 없는 역사 용어로 외운 것이 아니라, 두 단어의 차이를 스스로 해석했습니다. 舊와 新의 뜻을 알자 시대 구분의 원리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하루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한 회의 분량이 많으면 아이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칩니다. 특히 학교 수업과 숙제, 학원까지 다녀온 아이에게 매일 긴 역사 공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하루에 한 가지 역사 주제와 한 글자의 한자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돌 도구를 배우며 石을 익히고, 불의 사용을 배우며 火를 익히고, 이동 생활을 배우며 住를 살펴보는 식입니다.
한 회의 흐름도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먼저 짧은 역사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와 관련된 한자를 살펴본 뒤, 한자 어휘를 확장하고 퀴즈를 풉니다. 마지막에는 역사 문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합니다. 읽기와 어휘, 역사 이해와 문제 풀이가 한 번에 연결되어 있어 별도의 한자 문제집과 한국사 문제집을 따로 펼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오늘 한 장만 해보자”고 말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권을 끝내야 한다’는 부담보다 ‘오늘 10분만 한다’는 약속이 훨씬 지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도 첫날에는 마지못해 앉았지만, 한 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자 다음 날에는 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저는 아이가 한자를 배우는 목적이 어려운 글자를 많이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자어의 구성 원리를 이해해 낯선 어휘의 뜻을 짐작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교과서에는 한자어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사회의 ‘농경’, ‘정착’, ‘교류’, ‘전성기’뿐 아니라 과학과 국어에서도 추상적인 한자어가 계속 등장합니다. 한자어의 뜻을 모르면 문장을 읽어도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農을 배우고 나면 농사뿐 아니라 농부, 농촌, 농경, 귀농 같은 단어가 하나의 의미망으로 연결됩니다. 책 속에서도 중심 한자를 배운 뒤 여러 관련 어휘를 함께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단어들을 별개로 보다가, 모두 農과 관계된 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뜻을 훨씬 쉽게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책을 읽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물어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은 글자를 지나갔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출장 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매회 ‘똑똑한 역사 퀴즈’와 한자 어휘 문제가 들어 있어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고른 이유를 말하게 하면 학습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문제에서 아이는 처음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했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정답을 맞힌 뒤에는 본문으로 돌아가 근거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가축에 관한 문제를 풀 때는 “가축을 기르면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겠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적힌 사실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생활의 변화와 연결해서 생각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원인이 역사 자체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사 내용을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성기’라는 말의 뜻을 모르면 삼국의 전성기가 각각 달랐다는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류’를 모르면 삼국이 문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역사 공부와 문해력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한자어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암기 과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복잡한 교과 어휘를 해체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이 원리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이름이 왜 다른지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화려한 역사적 사건보다 단어 하나의 의미가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한자로 배우는 초등 한국사 1》은 한국사를 깊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구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의 기본 흐름을 잡고, 역사 공부에 필요한 어휘력을 함께 길러주는 탄탄한 첫걸음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를 복습하고 헷갈렸던 개념을 바로잡는 책이었고, 학부모인 저에게는 아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