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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러킹’이라는 말을 보았을 때는 군인들이 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장면부터 떠올랐습니다. 일부러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다니, 이미 삶도 충분히 무거운데 굳이 짐까지 추가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이 말하는 무게는 사람을 짓누르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탱할 힘을 길러주는 적당한 저항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인은 불편을 없애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무거운 물건은 배송 서비스에 맡깁니다. 편리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우리가 작은 피로와 불편에도 쉽게 지치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원래 걷고, 나르고, 견디면서 생존해온 존재라고 말합니다. 문명을 발전시킨 힘도 머리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짐을 운반하는 능력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제101공수사단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군인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동하며 육체적 강인함뿐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는 정신력까지 길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참전 용사들이 배낭 행군을 삶을 바꾼 경험으로 회상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힘든 일을 함께 견딘다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강조하는 ‘완벽한 준비보다 불완전한 시작이 낫다’는 태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장비부터 검색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비교하며, 완벽한 계획을 짜다가 정작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곤 합니다. 러킹은 이 핑계를 단순하게 없애버립니다. 배낭에 적당한 무게를 넣고 신발을 신고 나가면 됩니다. 준비 운동과 올바른 자세는 필요하지만, 시작을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많이 걷는 것과 의식적으로 무게를 지고 걷는 것은 다른 경험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산책할 때는 생각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만,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걸으면 발을 내딛는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퇴사 이후 새로운 공부와 일을 준비하는 저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한 운동 조언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 일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시간과 생활을 통제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출근 시간이 사라진다고 저절로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먹었다고 매일 집중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규칙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러킹은 단지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무게를 감당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따로 관리하려 했던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힘들면 생각을 바꿔야 하고, 의욕이 없으면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때로 근사한 문장보다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걷는 몸일 수 있습니다. 몸이 일정한 무게를 견디는 경험을 반복하면 ‘나는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 감각은 운동이 끝난 뒤에도 공부와 일, 인간관계를 버티는 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러킹>은 무거운 배낭을 권하는 책이지만, 삶에 더 많은 고통을 추가하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선택한 작은 무게로 미리 몸과 마음을 단련하자는 제안입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짐을 선택해서 어떻게 질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지금, 저 역시 완벽히 가벼운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공부와 일, 미래의 가능성을 기꺼이 짊어지고 오래 걸어갈 힘을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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