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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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평화 #한반도문학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경계를넘는상상력 #남북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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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호 작가님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한자리에서 읽으며 ‘한반도 문학’이라는 더 넓은 시야를 제안하는 비평집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오랫동안 남한 소설 비평과 북한 문학 연구를 병행해 온 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북한 문학을 단순히 낯선 체제의 문학이나 정치적 선전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김훈 작가님의 <명태와 고래>, 김연수 작가님의 <밤은 노래한다>,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백남룡 작가님의 <벗>, 반디 작가님의 <고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까지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들이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과 욕망처럼 매우 사적인 감정조차 체제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문학의 연애가 금기와 일탈, 개인적 욕망을 중요한 동력으로 삼는다면 북한 문학에서는 개인의 사랑이 사회적 가치와 공적 담론 속에서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작가님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자유로운 남한과 억압적인 북한’이라는 구도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강조하듯 남북 관계 역시 대립과 갈등의 반복을 넘어 새로운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고 다양한 조율을 지속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문학이 정치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는 사람을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으로 나누지만 소설은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고, 집을 구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북한 문학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이념이나 체제라는 단어부터 먼저 떠올렸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며 작품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는 데 익숙해졌음에도 북한 작품 앞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조건을 먼저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읽다 보면 그런 독서 습관 자체를 한번 의심하게 됩니다. 가령 백남룡 작가님의 <벗>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를 바라보거나 북한 작품 속 연애와 신상품, 과학기술에 대한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체제의 차이 아래에서도 인간의 일상은 놀랄 만큼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북한 문학의 정치적 성격을 지워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생활과 감정까지 함께 읽는 일입니다.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이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꽤 까다로운 독서 훈련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응준 작가님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미래가 곧 평화로운 해피엔딩이라는 기대를 흔듭니다. 박초이 작가님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 역시 통일 이후의 주거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합니다. 여기에서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 드러납니다. 현실 정치가 ‘통일이 좋은가 나쁜가’를 묻는다면 소설은 “통일 이후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잃으며, 누가 새로운 약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남았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국 평화는 선언 한 번으로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읽어낸 핵심입니다.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북한 문학이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김연수 작가님, 김훈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 등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작품을 ‘분단과 한반도의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좌표 위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북한 문학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입문서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는 것은 남북 문학에 관한 지식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랑, 가족, 국가, 고향, 평화라는 개념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상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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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 -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부터 AI 에이전트, 글쓰기·코딩까지 생성형 AI에 관한 모든 기초 지식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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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과 기술 생태계로 이해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비전공자를 위한 책이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그록부터 RAG, 로컬 LLM, 오픈소스, AI 에이전트까지 현재 생성형 AI의 주요 흐름을 상당히 넓게 다룹니다.





이 책은 박상길 작가님이 썼습니다. 박상길 작가님은 현대자동차 AIRS에서 기술 리더를 맡았고,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챗봇과 검색엔진을 만든 인공지능 엔지니어입니다. 현재는 LLM 연구를 이어가며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동저자인 정진호 작가님은 엔지니어 경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시각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해온 분으로, 이 책에서도 복잡한 개념을 그림과 도식으로 쉽게 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모델의 ‘크기’와 ‘성능’을 단순히 비례관계로 보지 않는 설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클로드 모델군을 예로 들며 하이쿠, 소네트, 오퍼스처럼 가격과 성능, 용도가 다른 모델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 AI 사용에서 꽤 중요한 감각입니다. 가장 비싼 모델을 항상 쓰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간단한 요약에는 가벼운 모델이 효율적이고, 복잡한 추론이나 긴 문맥 처리에는 상위 모델이 적합합니다. 결국 AI를 잘 쓴다는 것은 ‘최고 성능 모델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업무 난이도와 비용, 속도를 고려해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컴퓨터 분야에서 모든 작업에 최고 사양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저 역시 생성형 AI를 계속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질문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챗봇에게 무엇을 묻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고 어떤 자료를 연결하며 어느 단계까지 AI에게 일을 맡길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책에서 RAG를 설명하는 부분도 그래서 실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LLM 자체가 모든 지식을 정확하게 기억하도록 기대하기보다 외부 자료를 검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불러와 답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특히 본문에 나온 퍼플렉시티와 벡터 데이터베이스 이야기를 보면 AI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아는 두뇌’가 되기보다는 검색과 데이터베이스, 도구를 연결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업무에서도 AI의 답 자체보다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답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픈소스와 AI 에이전트에 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중국 모델과 오픈소스 생태계의 부상을 다루며, 비슷한 구조의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는 AI 경쟁이 더 이상 몇몇 기업의 폐쇄형 모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RAG, 함수호출, MCP 같은 기술이 결합하면서 AI는 ‘대답하는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조금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가치는 전화 기능 하나가 아니라 앱과 서비스가 연결되는 생태계에 있었듯, 앞으로 LLM의 경쟁력 역시 모델 자체의 지능뿐 아니라 외부 도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실제 일을 끝낼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은 챗GPT를 어느 정도 사용해봤지만 RAG, 로컬 LLM, MCP, 오픈소스 모델 같은 용어가 나오면 갑자기 길을 잃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직장인이나 기획자, 콘텐츠 창작자처럼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AI를 업무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분에게 유용하고, 반대로 기술의 세부 구현보다 산업 전체의 지형을 먼저 잡고 싶은 개발 입문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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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 - 조세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종운.김우철 지음 / 시그니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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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제목부터 꽤 정책 보고서에 가깝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합니다. “상속세를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라는 익숙한 논쟁에서 벗어나, 아예 납세자가 세금을 피하는 것보다 미리 내는 편이 더 유리하도록 구조를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이 책을 쓴 김종운 작가님은 알레르망 대표이사이자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으로, 기업 현장에서 승계와 세금 문제를 체감하며 약 10년 동안 이 제도를 구상해왔습니다. 김우철 작가님은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한국재정학회 회장으로, 재정학과 조세정책의 관점에서 제도의 타당성과 세수 효과를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기업인의 주장이라기보다, 현장 문제의식과 학술적 검증을 결합한 정책 제안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의 사례를 비교하며 세율 조정만으로는 회피와 기업승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은 면세 한도를 크게 높였음에도 여러 절세 기법을 통한 회피가 여전히 존재했고, 일본 역시 기초공제를 축소하고 과세 범위를 넓혔지만 회피에 대한 취약성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목은 조세정책에서 늘 등장하는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법에 적힌 세율이 높아도 실제 과세표준이 줄거나 회피가 커진다면 세수 확보라는 정책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조세 이야기를 접할 때 예전에는 세율 자체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높으면 부담이 커지고, 낮으면 기업 활동에 유리하다는 식의 단순한 구도로 보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세금은 사람의 행동과 예상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공제가 있는지, 언제 과세되는지, 납부 시점이 예측 가능한지에 따라 자산을 보유하고 이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안하는 ‘선납 후 분리과세’는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기업이 미래 상속세의 일부를 법인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미리 납부하고, 대신 상속 시 예측 가능한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방식입니다. 세율 인하냐 인상이냐가 아니라, 국가와 납세자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충돌하는 구조를 조금이라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이해했습니다.


특히 책에서 반복되는 ‘유인합치’라는 개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그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조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피를 막기 위해 규제와 처벌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행정비용이 커지고, 납세자도 더 정교한 우회 방법을 찾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납을 선택하면 미래 세부담이 확정되고 승계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보상을 제공한다면 행동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한 20년 시뮬레이션의 세수 확대 수치를 현실에서 그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경제환경, 기업 참여율, 주주 이해관계, 제도 악용 가능성까지 변수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세금을 어떻게 더 강하게 걷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납부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상속세 개편 논쟁에 관심 있는 분, 기업승계와 세수 확보가 왜 충돌하는지 궁금한 분, 재정학과 조세정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제안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정책 실험안으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속세는 형평성, 재산권, 기업 안정성, 세수라는 가치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런 복잡한 문제에서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정말 세율부터 건드려야 하는가. 때로는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제도의 선택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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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영수증 - 슈퍼리치 전문 세무사가 1,000만 건의 데이터에서 분석한 억만장자들의 돈 사용법
모리타 다카코 지음, 지소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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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영수증>은 흔한 재테크 책처럼 “무엇을 사야 돈이 되는가”를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돈을 쓰는 방식에서 한 사람의 가치관과 미래 전략을 읽어냅니다. 제목만 보면 부자들의 화려한 소비 목록을 보여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돈을 어떤 가치로 전환하느냐를 다루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모리타 다카코 작가님은 30년간 기업 회생, 세무, 자산관리 업무를 해온 일본의 베테랑 세무사로, 수많은 기업과 자산가의 재무 흐름을 가까이서 관찰해왔습니다. 특히 약 1,000만 장의 영수증을 살펴보며 부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정리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출발점입니다. 지소연 번역가님은 일본어 교육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경제·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겨왔습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념은 지출을 ‘플로 지출’과 ‘스톡 지출’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쓰고 사라지는 돈과, 시간이 지나도 경험·지식·건강·관계처럼 무언가를 남기는 돈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부유층이 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식을 넓히고 미래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배움, 지속적인 성장, 신체와 마음의 건강, 가족, 인맥, 사회 공헌, 투자 등 여러 영역이 ‘스톡 지출’의 대상으로 제시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소비를 단순히 절약과 낭비라는 이분법으로 보는 방식이 상당히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만 원을 쓰더라도 순간적인 만족으로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몇 년 뒤의 판단력과 기회를 키워주는 비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소비를 판단할 때 “이게 비싼가, 싼가”를 먼저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 사용 이후의 잔존가치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책이나 강의, 공부에 쓰는 돈은 당장 통장 잔액만 보면 손실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식과 판단력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싸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여러 번 사는 소비는 개별 금액은 작아도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소비를 할 때 “이것이 몇 달 뒤의 나에게도 의미가 있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대차대조표적 사고도 이와 비슷합니다. 기업이 자산과 부채를 구분하듯 개인도 돈이 빠져나간 뒤 무엇이 남았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소비를 죄책감으로 통제하기보다 자기 삶의 방향과 연결해 판단한다는 점에서 꽤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부유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단순한 절약 습관보다 학습력과 판단력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본문에는 부를 잃어버리는 사람에게 돈 관리가 허술한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오래 부를 유지하는 사람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더라도 최종적인 판단을 완전히 남에게 넘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소비뿐 아니라 현대인의 정보생활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 세금, 계약, 건강관리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사고 자체를 외주화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적 자본’도 결국 교육과 경험을 통해 미래의 생산성과 선택 능력을 높이는 자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여행, 예술, 건강에 돈을 쓰는 행위 역시 단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자산의 질을 높이는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부자의 소비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소비를 바라보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는 점이 이 책의 핵심처럼 느껴졌습니다.


<부자의 영수증>은 단기간에 돈을 불리는 투자법을 원하는 분보다 “내가 지금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월급을 벌고도 늘 돈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는 직장인, 무조건 아끼는 생활에 피로를 느끼는 분, 교육·건강·경험에 돈을 쓰면서도 괜히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절약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곳에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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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혁 지음 / 새벽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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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사랑, 삶, 사람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아주 짧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이혁 작가님은 SNS에서 많은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다정한 위로의 글을 써온 분으로, 전국 나눔 공모전 글 부문 장려상 수상 경력도 있습니다. 책 전체에는 거창한 인생론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덜 힘들게 만드는 마음”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보다, 지하철에서 몇 페이지씩 펼쳐 읽고 마음에 걸리는 문장 하나를 가져오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저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형식의 글은 출퇴근길에 부담 없이 읽기 좋았습니다. 긴 서사를 따라가야 하는 책과 달리 중간에 덮었다가 다시 펼쳐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행복을 특별한 성취가 아니라 관계 속의 평범한 시간에서 찾으려는 태도였습니다. “어디든, 너라면 좋다”라는 글에서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이 풍경의 의미를 바꾼다는 생각이 잘 드러납니다. 결국 행복은 환경 자체보다 그것을 누구와 경험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이야기같다고 느꼈습니다.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삶의 만족도에 안정적인 관계와 사회적 연결감이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함께 있음’은 단순히 감상적인 사랑 예찬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단한 사건보다 함께 걸었던 길, 별것 없이 주고받았던 대화 같은 사소한 순간을 훨씬 오래 기억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게 포장하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사과는 늦기 전에”라는 글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던진 말이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풀리는 듯하다가도 말 한마디에서 갑자기 닫히곤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을 함부로 하기 쉽지만, 관계가 가까울수록 오히려 언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관계를 겪으면서 말 자체보다 그 말이 드러내는 태도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상처를 주고 나서 “그럴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애초에 상대의 마음에 남을 말을 한 번 더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까지 진심이었던 마음”에 관한 글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상대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진심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관계가 끝나면 과거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때 내가 성실하게 사랑했던 시간까지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 마음을 어떻게 평가했느냐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스스로 기억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고대 스토아철학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타인의 마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할지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문장들도 복잡한 철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결국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빈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일상 속에서 잠깐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분에게 잘 맞습니다. 인간관계에 지쳐 있는 분, 이별이나 변화 이후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싶은 분, 또는 긴 글을 읽을 여유는 없지만 하루에 한두 문장 정도는 좋은 글을 만나고 싶은 분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적지 않지만, 익숙하다는 사실이 반드시 단점은 아닙니다.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말도 꼭 필요한 순간에 다시 들으면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 하나 때문에 하루의 기분이 조금 달라진다면 이 책의 역할은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작은 틈마다 행복이 이미 있었음을 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나는당신이빈틈없이행복했으면좋겠습니다 #이혁 #새벽녘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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