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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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한자리에서 읽으며 ‘한반도 문학’이라는 더 넓은 시야를 제안하는 비평집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오랫동안 남한 소설 비평과 북한 문학 연구를 병행해 온 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북한 문학을 단순히 낯선 체제의 문학이나 정치적 선전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김훈 작가님의 <명태와 고래>, 김연수 작가님의 <밤은 노래한다>,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백남룡 작가님의 <벗>, 반디 작가님의 <고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까지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들이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과 욕망처럼 매우 사적인 감정조차 체제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문학의 연애가 금기와 일탈, 개인적 욕망을 중요한 동력으로 삼는다면 북한 문학에서는 개인의 사랑이 사회적 가치와 공적 담론 속에서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작가님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자유로운 남한과 억압적인 북한’이라는 구도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강조하듯 남북 관계 역시 대립과 갈등의 반복을 넘어 새로운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고 다양한 조율을 지속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문학이 정치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는 사람을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으로 나누지만 소설은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고, 집을 구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북한 문학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이념이나 체제라는 단어부터 먼저 떠올렸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며 작품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는 데 익숙해졌음에도 북한 작품 앞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조건을 먼저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읽다 보면 그런 독서 습관 자체를 한번 의심하게 됩니다. 가령 백남룡 작가님의 <벗>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를 바라보거나 북한 작품 속 연애와 신상품, 과학기술에 대한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체제의 차이 아래에서도 인간의 일상은 놀랄 만큼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북한 문학의 정치적 성격을 지워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생활과 감정까지 함께 읽는 일입니다.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이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꽤 까다로운 독서 훈련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응준 작가님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미래가 곧 평화로운 해피엔딩이라는 기대를 흔듭니다. 박초이 작가님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 역시 통일 이후의 주거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합니다. 여기에서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 드러납니다. 현실 정치가 ‘통일이 좋은가 나쁜가’를 묻는다면 소설은 “통일 이후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잃으며, 누가 새로운 약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남았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국 평화는 선언 한 번으로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읽어낸 핵심입니다.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북한 문학이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김연수 작가님, 김훈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 등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작품을 ‘분단과 한반도의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좌표 위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북한 문학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입문서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는 것은 남북 문학에 관한 지식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랑, 가족, 국가, 고향, 평화라는 개념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상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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