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 - 조세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종운.김우철 지음 / 시그니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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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제목부터 꽤 정책 보고서에 가깝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합니다. “상속세를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라는 익숙한 논쟁에서 벗어나, 아예 납세자가 세금을 피하는 것보다 미리 내는 편이 더 유리하도록 구조를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이 책을 쓴 김종운 작가님은 알레르망 대표이사이자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으로, 기업 현장에서 승계와 세금 문제를 체감하며 약 10년 동안 이 제도를 구상해왔습니다. 김우철 작가님은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한국재정학회 회장으로, 재정학과 조세정책의 관점에서 제도의 타당성과 세수 효과를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기업인의 주장이라기보다, 현장 문제의식과 학술적 검증을 결합한 정책 제안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의 사례를 비교하며 세율 조정만으로는 회피와 기업승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은 면세 한도를 크게 높였음에도 여러 절세 기법을 통한 회피가 여전히 존재했고, 일본 역시 기초공제를 축소하고 과세 범위를 넓혔지만 회피에 대한 취약성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목은 조세정책에서 늘 등장하는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법에 적힌 세율이 높아도 실제 과세표준이 줄거나 회피가 커진다면 세수 확보라는 정책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조세 이야기를 접할 때 예전에는 세율 자체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높으면 부담이 커지고, 낮으면 기업 활동에 유리하다는 식의 단순한 구도로 보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세금은 사람의 행동과 예상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공제가 있는지, 언제 과세되는지, 납부 시점이 예측 가능한지에 따라 자산을 보유하고 이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안하는 ‘선납 후 분리과세’는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기업이 미래 상속세의 일부를 법인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미리 납부하고, 대신 상속 시 예측 가능한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방식입니다. 세율 인하냐 인상이냐가 아니라, 국가와 납세자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충돌하는 구조를 조금이라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이해했습니다.


특히 책에서 반복되는 ‘유인합치’라는 개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그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조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피를 막기 위해 규제와 처벌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행정비용이 커지고, 납세자도 더 정교한 우회 방법을 찾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납을 선택하면 미래 세부담이 확정되고 승계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보상을 제공한다면 행동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한 20년 시뮬레이션의 세수 확대 수치를 현실에서 그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경제환경, 기업 참여율, 주주 이해관계, 제도 악용 가능성까지 변수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세금을 어떻게 더 강하게 걷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납부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상속세 개편 논쟁에 관심 있는 분, 기업승계와 세수 확보가 왜 충돌하는지 궁금한 분, 재정학과 조세정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제안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정책 실험안으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속세는 형평성, 재산권, 기업 안정성, 세수라는 가치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런 복잡한 문제에서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정말 세율부터 건드려야 하는가. 때로는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제도의 선택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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