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 - 최신 연구가 밝혀낸 인간 행동에 숨겨진 심리 법칙 69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제목 그대로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질문을 일상의 장면에서 풀어내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나이토 요시히토 작가님은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연구했고, 이후 비즈니스 심리학과 대중 심리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분입니다. 무려 200권이 넘는 저서를 쓴 만큼 이 책도 학술적인 개념을 어렵게 밀어붙이기보다, 실험과 사례를 통해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줍니다.  






제가 심리학 책을 읽을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의 법칙으로 단정하는 태도입니다. 인간 행동은 개인의 기질, 상황, 문화, 경제 조건 등 여러 변수가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첫 부분인 “문화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설명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생활환경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는 내용인데, 사회심리학에서 중요한 맥락 효과를 쉽게 설명한 대목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을 이해할 때 “저 사람은 원래 저래”라고 성격 탓부터 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속한 환경과 집단 규범이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저 역시 조직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성격처럼 보이던 행동이 사실은 조직문화와 구조의 결과였던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인만 확대해서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진실보다 거짓 정보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정보가 넘칠수록 오히려 사실 여부를 가려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처럼 SNS와 AI를 통해 정보가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시대에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반드시 정확한 정보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놀랍고 감정을 자극하며 기존의 믿음과 잘 맞아떨어지는 정보에 더 쉽게 반응합니다. 이는 확증편향이나 가용성 휴리스틱 같은 인지 편향과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불안은 편견을 낳는다”라는 내용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경제적 압박이나 사회적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 집단에서 찾고 부정적인 태도를 강화하기 쉽다는 설명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통제감을 잃었을 때 사람이 단순한 원인과 명확한 적을 찾으려는 경향을 여러 방식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현실에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복잡한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누군가 한 사람을 탓하는 편을 훨씬 편하게 느낍니다. 저도 감정적으로 지쳐 있을 때 평소라면 넘길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더 부정적으로 해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판단은 언제나 순수한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 상태와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사회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나 역시 이런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인간관계에서 반복해서 “왜 저 사람은 저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 조직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사람의 행동 원리를 알고 싶은 분, 뉴스와 SNS 속 집단 심리를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각 주제가 짧게 나뉘어 있어 출퇴근길에 한두 편씩 읽기도 좋고, 무엇보다 심리학을 거창한 학문이 아니라 자기 일상을 관찰하는 도구로 바꾸어 준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너무 빨리 판단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바로써먹는사회심리학 #나이토요시히토 #더페이지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돈이 된다 - 돈의 본질을 꿰뚫는 담대한 선언
야마구치 요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돈이 된다>는 제목만 보면 흔한 재테크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읽어 보면 주식 종목이나 투자 기법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야마구치 요헤이 작가님은 딜로이트와 아서앤더슨을 거쳐 M&A와 기업가치 평가 분야에서 활동해 온 기업가이자 투자자입니다. 그래서인지 돈을 단순한 소비 수단이나 축적해야 할 숫자로 보지 않고 ‘가치가 교환되는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약속하기보다 돈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를 한번 뒤집어 놓는 데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돈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맞지만, 일정 수준의 돈이 없으면 선택권과 시간, 심지어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까지 지키기 어려워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돈 자체가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돈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공감했습니다. 특히 고흐와 피카소의 차이를 이야기한 도입부가 흥미로웠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예술적 가치를 만들었지만 피카소는 그 가치를 시장에서 가격으로 변환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작품을 잘 만드는 능력과 작품의 가치를 설명하고 유통시키는 능력은 전혀 다른 재능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좋은 콘텐츠나 상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마케팅과 브랜딩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가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가격이 되지 않습니다. 타인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지불할 이유까지 만들어야 비로소 경제적 가치가 됩니다.





책에서 특히 눈길이 간 부분은 “문화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 계층, 생활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소비 방식은 달라집니다. 결국 돈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숫자뿐 아니라 사람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또 거짓 정보가 사실보다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연구와 함께,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와 투자는 결국 정보 위에서 이루어지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판단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집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공부하면서도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움직이면 돈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자기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금융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왜 그런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지 한 번 더 의심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은 편견을 낳는다’는 본문의 주장도 돈과 연결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원인이나 대상을 찾아 책임을 돌리고 싶어집니다. 투자에서도 비슷합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다가 손실이 나면 정부, 외국인, 기관, 유튜버 탓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돈 앞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이 바로 불안과 확신의 과잉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객관적인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은 인간의 욕망과 공포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돈의 문제를 경제학만이 아니라 문화, 심리, 인간관계와 연결해서 설명한 점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돈이 된다>는 돈을 조금 더 길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테크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도 여전히 돈이 막연하게 불안한 분,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고 싶은 분, 투자와 일과 삶을 한꺼번에 생각해보고 싶은 분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뒤 “무엇을 사야 돈이 될까?”보다 “나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돈이된다 #야마구치요헤이 #한빛비즈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0년의 질문 - 당신의 '가르시아'는 무엇인가?
엘버트 허버드 지음, 충희 엮음 / 여린풀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년의 질문>의 핵심이 되는 <가르시아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1899년 엘버트 허버드가 쓴 짧은 글입니다.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 상황에서 쿠바 독립군 지도자 가르시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은 로언 중위가, 위치도 방법도 일일이 묻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 임무를 수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버드 작가님은 원래 세일즈맨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출판인, 작가, 사상가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이 글은 이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여러 나라에 번역되었고, 오랫동안 조직과 군대에서 ‘실행력’의 상징처럼 읽혀 왔습니다. 이번 책은 충희 엮은이님이 이 고전을 그대로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허버드의 다른 글들을 덧붙여 ‘그렇다면 로언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질문까지 확장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을 단순히 ‘시키는 대로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으면 상당히 위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책에서도 이 글이 오랫동안 노동자에게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소비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간섭하지 않고, 지시하지 않고, 원치 않는 조언을 하지 않는 것”이 강한 가르시아와 정반대의 입장처럼 보인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목표를 이해한 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성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막상 알아서 하면 왜 그렇게 했느냐고 지적받는 상황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의 메시지가 더 또렷하게 들어왔습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남은 것은 ‘적자생존’에 대한 책의 시선입니다. 이 책에는 모든 고용주는 자기 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옵니다. 다소 냉혹하게 들리지만,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력이나 자격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제 업무에서 늘 지시를 기다리고, 책임을 피하고,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주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스스로 다음 행동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조건은 있습니다. 조직이 구성원을 소모품처럼 다루면서 주도성만 요구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임입니다.  





‘권한은 스스로 만드는 것’, ‘정신적 태도’, ‘주도성이란 무엇인가’, ‘지금의 이유’처럼 실행 이전의 태도를 다룬 장들도 좋았습니다. “누구도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아서 권한을 행사했을 뿐입니다”라는 사례도 꽤 강하게 남았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허락받아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점점 자기 판단을 잃게 된다고 봅니다.



  


 “당신의 가르시아는 무엇인가?” 저는 이 문장을 ‘인생을 걸 만큼 거대한 목표가 있느냐’는 식으로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 가운데 무엇을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필요하면 배우고, 판단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가. 이 책은 바로 그 태도를 묻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직장에서 왜 어떤 사람은 신뢰를 얻고 어떤 사람은 계속 지시를 기다리는지 궁금한 분, 또는 앞으로 자기 일과 삶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꾸려가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100년의질문 #엘버트허버트 #여린풀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유명해서 몇 편씩 따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단편들을 한 권으로 이어 읽어본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는 <어셔가의 붕괴>, <검은 고양이>처럼 잘 알려진 공포소설뿐 아니라 <모르그가의 살인>, <황금 벌레>, <도둑맞은 편지> 같은 추리소설까지 열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읽고 나니 포를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꽤 얕은 이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환상·공포 문학뿐 아니라 현대 추리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상실을 거듭 경험했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정한 삶을 살다가 마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작품에 죽음과 광기, 매장과 환영이 끈질기게 등장하는 것이 작가의 삶과 완전히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책은 김석희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며 <모비 딕>, <위대한 개츠비>, <월든> 등 수많은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답게 고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이 좋았습니다.





열두 편 가운데 제 취향에 가장 잘 맞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황금 벌레>, <모르그가의 살인>, <검은 고양이>입니다. 특히 <황금 벌레>는 읽으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퍼즐과 암호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1843년에 발표된 작품인데도 ‘단서를 발견하고 추론해서 숨겨진 답에 도착한다’는 재미는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180년 전에도 퍼즐에 진심이었던 모양입니다.





<모르그가의 살인>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재미있었습니다. 기괴한 살인 사건 자체보다 뒤팽이 사람들이 지나친 작은 흔적을 모아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셜록 홈스를 비롯한 후대의 명탐정 캐릭터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반면 <검은 고양이>는 재미있다기보다 불편해서 오래 남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고양이도 초자연적인 현상도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폭력과 충동을 조금씩 합리화하면서 결국 파멸하는 인간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읽는 동안 화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심하게 되는데, 바로 그 불안정함이 작품을 더욱 섬뜩하게 만듭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공포보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과정이 훨씬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책 자체의 만듦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색 표지에 해골과 까마귀, 금박 장식을 사용한 디자인이 포의 세계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서 래컴의 삽화까지 더해져 단순히 작품을 모은 고전 선집이라기보다 한 권의 오래된 기묘한 책을 소장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열린책들이 ‘호러’라는 테마로 고전을 다시 묶은 이유가 디자인에서도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고전은 읽어보고 싶지만 긴 장편부터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추리, 미스터리, 암호와 퍼즐, 기묘한 인간 심리에 끌리는 독자라면 의외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여러 편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무엇보다 ‘고전도 이렇게 장르적으로 재미있을 수 있구나’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무섭고 기괴한데 자꾸 다음 이야기를 펼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라큘라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순문학 계열보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장르문학을 더 즐겨읽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제가 소설에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변호사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부동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트란실바니아의 성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기묘한 의뢰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의 주인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성 안에 머무르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이 1897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독자에게 흡혈귀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게임을 통해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뱀파이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익숙한 이미지의 거대한 원류 가운데 하나를 실제 소설로 읽어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알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를 직접 파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한 명의 화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일기와 편지, 각종 기록을 이어 붙이며 사건을 보여줍니다. 이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록하고, 흩어진 기록들이 모이면서 조금씩 사건의 전체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독자 역시 완성된 설명을 전달받는다기보다 여러 사람의 기록을 따라가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흔적을 추적하게 됩니다. 오래된 작품인데도 이 방식이 의외로 상당한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고,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 앞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포소설인데도 인간관계와 신뢰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생각보다 따뜻한 면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판단하고 행동하려 애쓰는지가 계속 긴장감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점 때문에 <드라큘라>가 단순한 옛날 괴담이 아니라, 지금 읽어도 충분히 살아 있는 소설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런 소설을 좋아합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이야기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 마음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요. 성과 안개와 피와 괴물이 등장하면서도 단순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릴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제가 <드라큘라> 소설을 며칠동안 밤새워 읽은 것 같습니다.






요즘 출판계에서 이런 작품을 많이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꽤 아쉽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소설도 좋지만, 때로는 독자를 현실에서 통째로 납치해 갈 만큼 강력한 세계를 가진 이야기도 만나고 싶습니다. 낯선 성의 문을 열고 들어가 며칠 동안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는 책 말입니다. 백 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드라큘라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이 책을 제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라큘라,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후회없이 즐기실 수 있는 책입니다. 단, 잠을 못이루고 계속 읽을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시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