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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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유명해서 몇 편씩 따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단편들을 한 권으로 이어 읽어본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는 <어셔가의 붕괴>, <검은 고양이>처럼 잘 알려진 공포소설뿐 아니라 <모르그가의 살인>, <황금 벌레>, <도둑맞은 편지> 같은 추리소설까지 열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읽고 나니 포를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꽤 얕은 이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환상·공포 문학뿐 아니라 현대 추리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상실을 거듭 경험했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정한 삶을 살다가 마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작품에 죽음과 광기, 매장과 환영이 끈질기게 등장하는 것이 작가의 삶과 완전히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책은 김석희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며 <모비 딕>, <위대한 개츠비>, <월든> 등 수많은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답게 고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이 좋았습니다.





열두 편 가운데 제 취향에 가장 잘 맞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황금 벌레>, <모르그가의 살인>, <검은 고양이>입니다. 특히 <황금 벌레>는 읽으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퍼즐과 암호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1843년에 발표된 작품인데도 ‘단서를 발견하고 추론해서 숨겨진 답에 도착한다’는 재미는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180년 전에도 퍼즐에 진심이었던 모양입니다.





<모르그가의 살인>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재미있었습니다. 기괴한 살인 사건 자체보다 뒤팽이 사람들이 지나친 작은 흔적을 모아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셜록 홈스를 비롯한 후대의 명탐정 캐릭터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반면 <검은 고양이>는 재미있다기보다 불편해서 오래 남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고양이도 초자연적인 현상도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폭력과 충동을 조금씩 합리화하면서 결국 파멸하는 인간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읽는 동안 화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심하게 되는데, 바로 그 불안정함이 작품을 더욱 섬뜩하게 만듭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공포보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과정이 훨씬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책 자체의 만듦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색 표지에 해골과 까마귀, 금박 장식을 사용한 디자인이 포의 세계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서 래컴의 삽화까지 더해져 단순히 작품을 모은 고전 선집이라기보다 한 권의 오래된 기묘한 책을 소장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열린책들이 ‘호러’라는 테마로 고전을 다시 묶은 이유가 디자인에서도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고전은 읽어보고 싶지만 긴 장편부터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추리, 미스터리, 암호와 퍼즐, 기묘한 인간 심리에 끌리는 독자라면 의외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여러 편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무엇보다 ‘고전도 이렇게 장르적으로 재미있을 수 있구나’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무섭고 기괴한데 자꾸 다음 이야기를 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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