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 기획 노동,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일
김희경 지음 / 웨일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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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결혼과 가정을 생각할 때 사랑이나 관계 자체보다 그 이후에 따라오는 삶의 운영이 더 먼저 걱정되는 편입니다. 지금 당장 결혼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결혼을 상상하면 육아와 집안일, 부모 돌봄 같은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특히 아이가 생긴 뒤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면 회사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과연 제 시간과 삶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를 읽으면서 제가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것이 단순히 ‘집안일이 많아지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희경 작가는 <이상한 정상가족>과 <에이징 솔로>에서도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모습을 다시 질문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돌봄과 살림 뒤에 숨어 있는 ‘기획 노동’을 이야기합니다. 직접 밥을 하고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실행 노동이라면, 그 일이 가능하도록 미리 생각하고 정보를 찾고 일정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기획 노동입니다.





본문 첫 장의 제목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노동, 기획 노동을 호명하다.’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실제 행동만으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필요한 물건을 확인하고, 병원 예약일을 기억하고, 가족의 일정을 조율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한 사람조차 ‘내가 오늘 뭘 했지?’ 싶을 만큼 결과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머리는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맞벌이 부부 이야기는 제가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가사노동을 5대5로 나누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누가 먼저 일을 발견하고, 언제 해야 하는지 기억하고, 상대에게 부탁하고, 끝났는지 확인하는가에 따라 부담은 전혀 달라집니다. 그래서인지 ‘똑같이 나누어도 남는 차이’라는 표현이 그래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일의 양만 반으로 나눈다고 해서 머릿속의 책임까지 반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시키는 것도 또 다른 기획 노동’이라는 장의 제목에도 공감했습니다. 흔히 한쪽이 “말하면 하지”라고 말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발견하고 설명하고 부탁하는 일 자체가 이미 노동입니다. 저는 결혼 후 이런 관계가 반복된다면 상당히 지칠 것 같습니다. 배우자를 사랑하더라도 상대방의 생활까지 계속 관리해야 한다면 어느 순간 배우자가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랑이 갑자기 업무 관리 프로그램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책은 특히 여성에게 기획 노동이 집중되는 현실도 짚습니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와 2023년 EBS 프로그램에서 확인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실행 노동보다도 기획 노동의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육아휴직을 한 남편이 상당한 가사노동을 담당하면서도 정작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역할은 아내에게 남아 있는 사례도 등장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출생 문제를 단순히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출산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수년,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누군가는 아이의 건강, 교육, 생활, 감정, 일정과 미래까지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직장생활까지 병행한다면 머릿속에는 회사와 가정이라는 두 개의 운영체제가 동시에 돌아가는 셈입니다. 제가 육아를 두려워하는 것도 아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이 끝없는 정신적 책임을 감당하다가 제 삶과 일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러니 결혼하지 말라’거나 ‘여성만 희생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결론 내리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 노동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름이 생겨야 무엇을 나누어야 하는지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처음부터 기획과 실행을 함께 맡고, 가족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돌봄은 제도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결혼이나 육아가 두렵다고 해서 그 두려움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무엇이 두려운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저에게는 ‘가족을 갖는 것’보다 가족을 유지하는 모든 책임이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몰리는 구조가 훨씬 두렵습니다.


그래서 만약 언젠가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면 저는 단순히 “집안일 잘 도와주는 사람”보다, 집안일과 돌봄을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먼저 발견하고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하게 볼 것 같습니다. ‘도와준다’는 말부터 사실 조금 이상합니다. 함께 꾸린 삶이라면 누군가의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동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는 제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불안을 없애준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불안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보다 이름이 붙은 문제는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림과 돌봄은 사랑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억과 판단과 계획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노동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게 이 책은 결혼을 권하는 책도, 비혼을 권하는 책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관계와 가정을 선택하든, 내 삶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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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리더, 성장하는 조직 - 성과를 만드는 리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백종화 지음 / 포르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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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리더십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조직의 분위기, 업무의 효율, 구성원의 의욕까지 결국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탁월한 리더, 성장하는 조직>은 단순히 팀장이나 임원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조직 안에서 사람과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백종화 작가는 16년 동안 이랜드그룹에서 근무하며 현장의 리더부터 HR 책임자, 인사팀장, 부회장 비서실장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고, 이후 스타트업에서도 조직문화를 다루었습니다. 현재는 리더십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이력이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리더십을 이론적인 개념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대화, 피드백의 방식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성장,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조직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저자는 좋은 리더십을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티칭, 컨설팅, 카운슬링, 멘토링, 코칭이라는 여러 방법 가운데 구성원의 상황과 역량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리더가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 하나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같은 지시와 같은 피드백이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실제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경험이나 숙련도보다 '원래 우리 회사는 이렇게 한다'는 방식이 먼저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업무의 문제가 사람의 태도 문제로 바뀌기도 하고, 명확한 기준이나 사전 설명이 부족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저자가 강조하는 '업무에 초점을 맞춘 피드백'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특히 리더의 역할이 구성원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것이라는 관점이 좋았습니다. 리더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리더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구성원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좋은 리더가 답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상대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함께 일하며 협업 경험을 쌓기'에 대한 부분입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동료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과정이 조직 전체의 역량을 키운다고 말합니다. 결국 조직의 성장은 한 명의 뛰어난 사람이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구성원에게 충분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개인의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추상적인 당위에서 멈추지 않고,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마다 다른 역량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리더가 어떤 순간에 티칭하고 어떤 순간에는 코칭해야 하는지를 실제적인 말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책을 덮으며 결국 리더십의 핵심은 직급이 아니라 영향력과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직책은 회사가 줄 수 있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 더 성장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힘은 직책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좋은 조직은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패했을 때 비난보다 학습의 기회를 주며, 구성원의 능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주는 리더가 있을 때 비로소 조직도 함께 성장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좋은 리더와 좋지 않은 리더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체감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대조해가며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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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산신령, 점보 - 한국사 장인 점보와 함께하는 비몽사몽 베드타임 스토리
김익환 그림, 김난희 글 / 땡스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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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산의 산신령, 점보>는 처음 표지부터 묘하게 시선을 끄는 책이다. 형광빛에 가까운 초록색 바탕과 갓을 쓴 토끼 같은 존재들, 한가운데 초록 눈을 반짝이는 까만 캐릭터까지 얼핏 보면 귀여운 캐릭터 그림책 같지만, 주인공 점보의 설정은 제법 범상치 않다. 공민왕 시절인 1369년에 태어나 650년 넘게 남산을 지켜본 산신령이라니. 남산에 놀러 온 모찌모찌와 우연히 만난 점보는 훈민정음,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목격한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놓는다. 여기에 BTS 공연을 보러 간다는 농담까지 자연스럽게 섞인다. 650년의 역사적 연륜에 현대 문화 적응력까지 갖춘 산신령이라니, 점보는 처음부터 꽤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역사를 연도와 사건의 목록이 아니라 한 캐릭터의 기억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점이다. 역사책에서 3·1운동은 1919년, 독립선언서, 만세운동 같은 단어로 정리되지만 점보에게 그 시대는 자신이 직접 본 사람들의 얼굴과 거리의 소리,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함께 외쳤던 사람들의 기억이다. 역사를 오래 공부하다 보면 수많은 연도와 사건 사이에서 정작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러나 실제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시험 문제 한 줄이 아니라 결과를 알 수 없는 ‘오늘’이었다. 이미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점보는 익숙한 사건을 잠시 현재형으로 돌려놓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입문서이면서도 어른이 읽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다.





그림을 맡은 김익환 작가의 작업도 책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자폐성 장애를 지닌 그림 작가인 그는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왔으며, 이전에는 365편의 무비 드로잉과 영화 속 문장을 담은 <하루치 용기를 충전하는 긍정의 말들>을 펴냈다. 박서보 화백이 그의 작업을 두고 “익환이의 선에는 죄가 없다”고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그림들이다. 글을 맡은 김난희 작가는 여성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발달장애인 아트콘텐츠 그룹 땡스앤컴퍼니를 운영하며 아들과 함께 예술과 사회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라면 뭐라고 했을까?>라는 책을 펴낸 이력이 있어서인지 확실히 이번 책도 읽기에 편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나면 이 책 역시 단순한 작가 간 협업이라기보다 엄마와 아들이 오랫동안 주고받은 이야기와 그림이 만들어낸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점보에게서는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는 다른 친근함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 온 점보 부적 역시 이런 캐릭터성을 잘 보여준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들이 적혀 있어 웃음이 난다.  나는 '돈복 미친듯 붙는다' 부적을 지갑에 넣고 다닐 생각이다. 650년 산 산신령이니 인간 세상의 재물복 데이터도 제법 쌓였으리라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노출 사철 제본으로 만들어져 양쪽 페이지가 편하게 펼쳐지는 책이어서 그림과 역사 장면을 함께 감상하는 이 책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다 읽고 나면 <남산의 산신령, 점보>를 단순히 ‘한국사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이자 캐릭터북이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만들어온 창작의 기록이며, 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탄생시킨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산신령, 점보>는 그래서 나에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책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1369년생인데 BTS도 보고 남산에 출근해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산신령이라니. 꽤 마음에 드는 산신령이다.


#남산의산신령점보 #남산의산신령 #김난희 #땡스앤북스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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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 - 외계냥의 저승 불시착 49일 대소동
이삼 지음 / 대원앤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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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는 제목만 보면 꽤 무거운 책처럼 느껴집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부터 정면에 놓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예상은 조금 엉뚱하게 빗나갑니다.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놀러 왔다가 UFO가 불시착하는 바람에 저승사자들과 일을 하게 되어버린 외계냥이라니요. 사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자, 일단 인턴부터 하세요”라는 식이라 웃음이 났습니다. 저승에도 감정 노동이 있고 신입 교육이 있다니, 사후세계마저 직장생활이라니 조금 억울한데 웃깁니다.




그런데 이 유머가 단순히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귀엽고 엉뚱한 외계냥을 앞세워 하나씩 꽤 깊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저승을 배경으로 한 만화라고 해서 계속 울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음을 가볍게 소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균형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외계냥은 처음에 막연히 영혼을 달래주는 일이 어렵지 않을것이라 생각하며 저승사자들을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영혼을 만나면 위로해 주면 된다”는 설명에 처음에는 단순한 임무처럼 보이지만 곧 “위로는 꽤 어려운 일이야. 감정 노동!”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정말로 그 사람이 떠날 수 있도록 마음을 받아주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결국 이 책이 죽음보다 사랑을 더 오래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아지 에피소드를 읽는동안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떠나야 하는 존재가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남겨질 존재를 걱정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오히려 더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가는 존재와 남는 존재 가운데 누가 더 슬픈지는 사실 정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다만 충분히 사랑했다면 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곁에 있을 때에는 익숙함 때문에 사랑을 쉽게 지나칩니다. 가족의 전화도 나중에 하면 될 것 같고,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도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좋아한다는 말도 어쩐지 쑥스러워 미룹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다음이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라는.





그래서 “사랑을 전할 때 망설이지 말라”는 메시지가 이 책에서는 흔한 자기계발 문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몇 번의 이별과 죽음을 보고 난 뒤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랑이 반려동물과 보호자, 오랜 친구,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존재, 한 생을 건너 이어지는 인연처럼 아주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 같던 사람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도 횟수로 따지면 유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자꾸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잘 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의 구성에서도 귀여운 장난이 숨어 있습니다. 표지 커버 안쪽에는 ‘저승에서의 사랑이 처음인 당신에게’를 찾는 미로 찾기가 들어 있습니다. 외계냥의 저승 체험을 책 바깥까지 이어놓은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보통 책 커버 안쪽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사실 이 미로를 잘 보면 외계냥이 저승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모두 있어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함께 받은 부적 2종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외계냥이 크게 그려진 노란색 ‘운수대통’ 부적, 다른 하나는 외계냥의 친구들이 그려진 분홍색 ‘사랑해! 영원히! 대박 사랑해!’ 부적입니다. 외계냥과 친구들은 '비상숲숲' 캐릭터들인데요. 여우인 유부, 토끼 구루, 고양이 애옹입니다. 운수대통 부적에는 외계냥 특유의 초록 눈과 해맑은 표정이 들어가 있어서 일단 귀여움으로 액운 정도는 당황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홍 부적은 사랑과 응원이 가득해서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죽음이 처음인 당신에게>는 귀여운 외계냥 때문에 웃었다가, 친구들의 엉뚱함에 피식했다가, 어느 순간 떠나보낸 존재와 아직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꽤 멋진 책입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본듯한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외계냥 #비상숲숲 #대원앤북 #죽음이처음인당신에게 #리뷰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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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키우는 수학의 힘 - 원리를 꿰뚫고 직관으로 끝내는 수학의 모든 것
장허 지음, 김지혜 옮김, 신재호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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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고력을 키우는 수학의 힘>은 수학 문제를 많이 풀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수학 문제를 볼 때 머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시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저는 문과 계열 공부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수학을 접하면 먼저 공식과 풀이법부터 떠올리는 편입니다. 앞으로 변리사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수학 공부를 천천히 다시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단순 문제집보다 이런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을 오래 놓았던 사람이 다시 시작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계산 자체보다도 ‘이걸 왜 이렇게 풀어야 하지?’라는 막막함인데, 이 책은 바로 그 부분부터 건드립니다.



 



본문을 읽으면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의 문제를 대수와 기하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여러 직선으로 둘러싸인 영역을 좌표평면 위에서 분석하면서, 점과 직선의 위치 관계를 식으로 바꾸어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복잡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조건을 하나씩 직선의 방정식으로 옮기고, 특정 점이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확인하면서 문제를 정리해 나갑니다. 이런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수학에서 식은 단순한 계산 기호가 아니라 눈앞의 상황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을 읽고 구조를 파악하는 데 익숙한 문과 출신인 저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잘 맞았습니다. 





함수의 대칭을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함수의 식을 무작정 계산하기보다 서로 대응하는 두 값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대응 관계를 통해 그래프의 대칭축을 추론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만나면 ‘대칭축 공식이 뭐였지?’부터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은 결과를 외우게 하기보다 왜 이 두 값이 짝을 이루는지, 그 짝의 가운데가 왜 대칭축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공식을 잊어버리더라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수학을 다시 공부하려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 점이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공부를 쉬었다면 공식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사고 구조를 이해하면 잊었던 지식을 다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하 부분에서는 더욱 그런 특징이 분명했습니다. 이 책에는 “점은 선을 만들고, 선은 면을 만든다”라는 설명과 함께 정육면체, 직선과 평면의 관계가 등장합니다. 입체도형은 학창 시절에도 유독 어렵게 느껴졌던 분야인데, 책에서는 복잡한 공간 문제를 곧바로 계산하려 하지 않고 먼저 점·직선·평면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어있는가를 따집니다. 결국 공간도형도 거창한 그림 전체를 한꺼번에 이해하려 하면 어렵지만, 구성 요소와 위치 관계를 차례로 분해하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수학 실력이란 계산 속도가 빠른 능력이 아니라 복잡한 대상을 작은 관계들로 나누어 보는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이 앞으로 제 수학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변리사 시험을 목표로 수학을 아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할 생각인데, 처음부터 고난도 문제를 많이 푸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금방 지칠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이 책처럼 ‘왜?’를 먼저 묻는 방식으로 개념을 다시 세우고, 그다음 문제풀이 양을 늘리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함수를 공부할 때도 그래프의 모양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식의 변화가 그래프에서 어떤 움직임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기하에서는 공식을 외우기보다 도형의 관계를 직접 그림으로 생각해보는 식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만나도 최소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수학에 대한 부담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수학을 ‘정답을 빨리 찾아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오래 바라보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계산이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풀이를 바로 떠올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조건이 주어졌는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보이는지 끈질기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런 사고 습관이 쌓이면 시험을 위한 수학 실력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힘까지 함께 길러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고력을 키우는 수학의 힘>은 이미 수학을 잘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수학을 한동안 놓았거나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은 성인에게 더 의미 있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처럼 문과 공부에 익숙하지만 앞으로 필요에 의해 수학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공식을 외워라”가 아니라 “먼저 생각하는 법부터 되찾아보자”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변리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수학 머리를 다시 천천히 깨우는 준비운동으로 곁에 두고, 한 장씩 문제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사고력을키우는수학의힘 #장허 #미디어숲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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